익산지역의 민주당은 쇠락하고 있다. 외부의 강력한 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부 분열이 주된 원인이다. 우선 6.2지방선거 경선방식을 놓고 갑.을 양지역위원회 위원장들 사이에 형성된 대립구도는 지역 정당의 파멸을 부추기고 있다.

양 지역 위원장들의 경선에 관한 생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갑 지역의 이춘석 의원의 생각은, 정당의 공천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며 지역 위원장은 이를 위임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을 지역의 조배숙 의원의 생각은, 공천권은 정당에 부여된 권한이며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구사하는 모든 절차적 행위는 지역 위원장이 관장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익산시정을 이끌 민주당 익산시장 예비후보들의 경쟁이 본격화 된 최근, 특정 후보를 당선시켜 다음 총선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조배숙 의원의 전략과, 중립을 지켜서 공정한 경선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론이 충돌하는 것은 필연이다.

지난 16일 이춘석 의원이 조배숙 의원측에 이번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에서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민주당 익산시장 예비후보 경선에 도입하라고 전북도당에 제안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조배숙 의원은 다음 날, 이춘석의원이 전북도당 공심위에서 국민참여경선으로 합의한 바 있다는 점을 적시(摘示)하면서, 일사부재리원칙을 위배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조의원은 같은 이유를 들어,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도입하는 것은 안 되고 만일 그렇게 할 경우 무리가 뒤따르며 당원들이 국민참여경선을 바란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공천제도 자체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두 의원의 논거를 비판할 의사가 없다.

다만, 조배숙 의원의 주장은 지금까지 정당이 추구해 온 보편적인 방향성이고, 이춘석 의원의 주장은 나름 개혁성향의 발로라는 점에서 충분한 당위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여 갑 지역위원회를 자극한 을 지역위원회의 책임은 적지 않다.

또, 아무리 드높은 뜻이 담겨 있는 주장이더라도 이미 합의 된 것을 깨고 그 위에 설 수 없다는 현실을 도외시한 갑 지역위원회의 미숙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양 지역위원회 위원장들이 상생을 전제한 대화를 포기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 된다.

일방이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하면, 다른 일방이 다음날 즉각 기자회견으로 논박하는 것이 시민들을 위한 정치 행위인지 뼈아프게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양 지역 위원장들의 불협화음으로 전북지역에서 익산만 경선방식을 결정하지 못하는 수렁에 빠졌다.

갑.을 위원장들이 스스로 정치력 부재를 인정하는 행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익산지역 시민들은 어느때 보다 정치로 인해 불안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익산지역 민주당은 6.2지방선거를 끝으로 종언을 고할 수도 있다. 백해무익한 이전투구를 그치고 공천권을 포기하는 길 만이 익산지역 민주당이 살아남을 묘책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 분화, 인물 본위 선거 기대

민주당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평화민주당으로 분가를 주도하는 쪽은 민주당이 정통성을 상실한 점을 명분으로 삼았다.

민주당은, 과거 새정치국민회의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새천년민주당으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세력의 본류를 모조리 배제시켜 정통성을 대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야당의 정통성을 회복하고 국민지지를 끌어들여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게 그 창당의 변이다.

평화민주당은 새롭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DJ의 정신을 이어갈 '친 DJ 신당'을 표방한다. 

이에 앞서 정치개혁과 정치발전, 통큰 정치를 기치로 내결며 국민참여당이 창당했다. 이 역시 민주당의 분화에 따른 것으로, 국민참여당은 '친 노계 신당'을 표방한다.

이런 이합집산은 나름의 정치적 실리를 추구하고 있지만, 이런 분열을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은 더이상 민주당으로는 안 된다는 회의론이다.

말기적 상황에 대한 보편적 인식의 확산이 민주당 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 익산 특정 지역위윈회가 기초의원 경선과 관련한 각종 문제로 내홍과 분열을 보이며 동력을 잃고 있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현상들은,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불건강한 정치구도가 해체될 뚜렷한 징후들이다. 모처럼 인물본위의 선거와 무소속 돌풍이 기대되는 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