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산악협력단장 교수 이영은

1973년 외자 유치를 위해 익산시 영등동 일대 31만㎡에 조성된 익산자유무역지역(Iksan Free Trade Zone, IFTZ)은 한때는 30~35개 업체가 입주해 전북지역의 수출을 주도하며 종업원이 1만 8000명에 이르기도 했으나 노사 갈등과 인건비 상승으로 외국 기업들이 빠져나가며 2000년 조성된 군산 자유무역지역에 그 명성을 내어주고 급격히 본래 조성 취지와 기능을 상실했다.

오는 10월 입주 기업 30개 가운데 3곳의 임대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올해 말 까지는 부지를 이들 업체에 매각하고 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산업단지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유무역지역’은 관세법, 대외무역법 등 관계법률에 의해 자유로운 제조 · 물류 · 유통 및 무역활동 등을 보장하기 위해 지정한 지역을 말한다.

자유무역지역은 외국인 투자기업에 의해 첨단·고도기술과 일정 규모 이상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 토지와 건물을 10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해준다. 국내기업도 50년동안 ㎡당 월 40~80원으로 임대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고도기술수반 사업이나 산업지원서비스 업종, 외국인투자금액 1천만 달러 이상인 제조업종, 외국인투자금액 500만 달러 이상인 물류업종 등에 대해서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5년간 감면(3년간 100%, 2년간 50%)해 주고 취득세와 등록세, 재산세, 종합소득세는 15년 동안 면제해주는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자유무역지역은 관세 영역 밖의 지역에 해당되기 때문에 특히 외국물품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고 자유무역지역으로 반입 신고한 내국물품에 대해서도 관세 등을 면제하거나 환급해준다. 아울러 자유무역지역으로 반입신고한 내국 물품과 입주기업체 간 공급하거나 제공하는 외국물품 등과 용역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영세율이 적용되는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현재 자유무역지역은 크게 지식경제부가 관리하는 ‘산업단지형’과 국토해양부가 관리하는 ‘항만물류형’으로 나뉜다. 마산, 익산, 군산, 대불, 동해, 율촌, 울산 및 김제 등 8개는 산업단지형 이므로 첨단산업, 기계산업과 아파트형 공장 등이 들어서며, 광양항, 부산항, 인천항, 인천국제공항, 평택·당진항 및 포항항 등 6개 지역은 항만물류형으로 국제 물류 중심기지가 들어선다.

자유무역지역과 비슷한 것으로 ‘경제자유구역’이 있는데, 경제자유구역은 세제 감면이나 싼 임대료 등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범위가 도시 전체로 자유무역지대보다 넓다. 또한 외국 교육기관과 외국 의료기관 등을 설립할 수 있으며 외국인 종사자에게 주택도 공급해준다.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자금지원과 기반시설 설치 지원, 국가유공자.장애인 고용의무 면제, 수도권 과밀억제를 위한 각종 행위제한 면제 등 각종 규제완화의 혜택이 주어진다. 현재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대구·경북, 황해, 새만금·군산 등 6곳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광양관세사무소 홍정식 대표는 자유무역지역에 지역선도형 투자기업을 유치해 새 국가성장동력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한국경제신문 2009.1.8 기고문에서 발췌)으로,

첫째,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기 위한 특별지역인 자유무역지역, 경제자유구역，외국인투자지역은 각각 관세 면제，외국인 생활환경개선，저가임대용지 제공에 중점을 두는 차이만 있을 뿐 외국인 투자유치라는 목적과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 면에서 서로 같으므로 자유무역지역과 경제자유구역의 통합연계운영이 필요하며,

둘째, 산업단지형과 항만물류형으로 구분해 지정하고 있는 자유무역지역을 최근 트렌드에 맞춰 산업·물류통합형으로 관리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셋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가에서 자유무역지역으로 원재료를 반입하여 이를 가공·제조해 완제품을 국내로 반입할 경우에는 FTA협정세율을 적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담하게 되어 자유무역지역 이용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관련법률에 FTA협정세율을 적용할 근거를 두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위에 언급한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익산자유무역지역 해제를 계기로 익산 경제의 새로운 도약 방안을 제시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그동안 익산경제를 이끌어 왔던 섬유, 보석, 석재산업은 최근 익산의 산업단지 구성을 보면 이제 고부가가치 식품산업, LED, 친환경 부품소재 등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익산시 왕궁면 흥암리 일대 400ha에 총사업비 8,082억원(국비 1,557, 지방비 614, 민자 5,911)을 들여 건설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는 R&D 중심의 수출지향적 식품전문 국가산업단지로 외자유치의 거점 및 동북아 식품시장의 허브로 육성하고자 한다.

정부는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아시아 식품수도로 키우기 위해 2013년 까지 국내·외 식품 관련기업 145개와 민간식품연구소 10개 이상을 유치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식품 제조·가공 기술을 선진국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며, 세계적인 식품 기업의 성지로 성장기반을 다져 2020년 까지는 “매출 10조 클럽”에 5개의 식품기업을 가입시킬 예정이다.

정부의 이러한 야무진 계획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외부여건은 그리 만만치 않다. 올해 초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전라북도는 세종시대책반을 구성하여 세종시 수준의 인센티브 제공, 세부사업 조기 추진, 식품에 특화된 강력한 연구시설 기반 조기 구축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으나 식품관련 연구시설 및 기업 유치에 차질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9년도 국내 식품회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입주의향조사 결과도 긍정적이지는 않다.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한 기업이 많지 않아 기업유치가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걸림돌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부진한 기업 유치를 한방에 해결해줄 묘안이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지역에 대한 자유무역지역 대체 지정이 될 것이다.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에 조성할 예정인 가공무역단지와 자유무역지역으로 신규 지정한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를 연계한다면 현재 산업단지형과 항만물류형으로 분리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자유무역지역을 산업·물류통합형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최초의 사례가 될 뿐 아니라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데 세종시나 평택항보다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국내외 기업들이 적극적인 입주 의향을 밝히는데 걸림돌이 되어왔던 세제 혜택, 관세 면제, 외국인 생활여건 개선, 저가의 임대용지 공급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되므로 일석 3조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보태어 우리 익산 시민은 입주기업들이 우려하는 노사갈등을 해결해주는 시민운동을 벌이자. 주위 대학들은 지자체와 협력하여 입주기업들이 꼭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여 제때에 공급하도록 대학을 특성화하자. 이렇게 지역사회와 대학이 협력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밀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우리나라에 어디 있겠는가.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1970, 80년대를 선도하던 익산자유무역지역의 영광을 다시 찾도록 하자. 익산자유무역지역 해제를 오히려 우리의 기회로 만들자.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하여 익산시 경제에 다시 한 번 날개를 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