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중심 TV 토론회, 부작용만 속출

6.2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특징은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TV 토론회에서 패널리스트가 질의하는 형식이 사라졌다. 토론의 방향이 민감한 사안보다 정책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유권자들은 이런 토론형식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인 가운데 비판론에 무게가 실렸다.

찬성하는 쪽은 "정책 중심의 토론이 이루어져서 자칫 토론이 선정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상호 존중과 공약의 현실성에 대한 점검 위주로 토론이 이루어지면 유권자들의 바람직한 선택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쪽은 "현직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내걸었던 공약의 이행 여부에 대한 평가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각종 비리 의혹과 민감한 현안 문제에 대한 질의 기회가 차단되어 정책적 대안 제시 측면에서 우월한 입장에 있는 현직시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이 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자칫 잘못하면 좋은 취지의 토론방식이 오히려 중대 사안을 덮고 넘어가는 제도적 장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 언론들이 현직단체장의 공약 이행 및 각종 의혹에 대한 비판기능을 활발하게 수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유권자들에게 왜곡된 정보와 이미지만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했다.

특히, 밋밋한 토론방식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시청률만 떨어뜨려 오히려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제대로 평가할 기회를 줄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방송사 간에 토론 주제를 별도로 정하고, 특정 주제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을 진행하여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라는 게 이번 토론방식에 반대한 쪽의 중론이다.               

언론사 여론조사 보도,
유권자 프레임 왜곡

선거를 6일 앞둔 지난 27일 한 방송에서 보도한 시장선거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무려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 또 다른 방송에서는 부동층이 20%인 것으로 보도됐다.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유권자들은 우선 2~3일 만에 부동층이 두 배로 증가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신뢰수준이 무려 ±5% 선에 이른다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영등동에 거주하는 A씨는 "요즘은 대부분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데, 집에서 낮 시간대에 유선전화로 응답하는 소수의 사람이 전체 표심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 자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방해하는 처사다"면서 여론조사기법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또"유권자의 프레임을 만드는 여론조사 자체를 엄격하게 실시해야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부송동에 거주하는 B씨는 "여론조사기법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여론의 동향을 조사해서 보도하는 것 자체는 유권자의 알권리에 부합한다"면서도, "하지만 기계로 실시하는 유선전화방식의 여론조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미흡한 여론조사가 자칫 표심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책임있는 여론조사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여러 전문가들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어서 향후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기초의원·교육위원
불공정 선거운동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도지사, 광역의원, 시장, 기초의원은 물론 처음으로 교육감과 교육위원까지 뽑는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유권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도지사나 교육감, 시장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여론조사나 TV 토론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어느 정도 전달되었다. 그러나 그 밖의 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했다는 게 유권자들의 중론이다. 심지어 일부 유권자들의 경우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출마한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 교육위원들의 정책은 고사하고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했다.

게다가,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6.2 지방선거에서 교육감과 교육위원도 동시에 투표를 한다는 사실도 몰라, 전문가들이 홍보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이 지방자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들에 대한 정책 홍보의 기회가 미흡했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도 유권자들에게 대중매체를 통해서 홍보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하소연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워낙 많은 후보자들이 동시에 출마를 해서 TV 토론회 등의 개최가 쉽지 않고, 신문을 통한 후보 소개조차 어려운 실정이다.이로 인해, 기초의원과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보고 눈도장이라도 찍기 위하여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기초의원과 교육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보 부족은 부실한 투표로 이어지고 결국 그 폐해는 고스란히 유권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또한 지명도가 낮은 신인들에게 대단히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여 유능한 후보자가 유권자들의 관심 밖에 맴돌게 되는 반면, 인지도가 있는 후보자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많은 유권자들의 의견이다.

냉철한 판단 할 권리 불충족

지역발전을 위해서 헌신할 올바른 일꾼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나와 내 가족, 내 이웃, 그리고 익산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6.2 지방선거는 익산의 유권자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유권자들은 누가 진정으로 익산을 사랑하고, 누가 진정으로 익산의 발전을 위한 현실적 대안과 실행능력을 갖고 있으며, 누가 청렴한 공직사회를 구현할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익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익산도 지속적인 인구 감소, 서민경제 침체, 공직비리 등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번 6.2 지방선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투표가 이루어져야 했지만, 여러모로 미흡했다는 총평이다.
/ 고은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