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는 정국을 전면 재편할 정도의 강진이었다. 그 여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MB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인 것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퇴보와 인권의 실종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이같은 MB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는, 특정지역의 정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토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국민을 얕잡아보고, 선린외교(善隣外交)의 기본조차 없는 작태로 불안을 조장하는 한심한 정권은 이제 스스로 수술대 위에 누워야 한다.

특히, 6.2지방선거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인물론'의 강세였다. 우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과 호남지역은 물론, 전통적인 텃밭인 경남과 강원, 충청권 3곳에서 조차 패했다. 여당의 독주에 대한 국민적 견제심리의 발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특정 정당을 향한 내려찍기 병폐에 대한 국민적 자각이 주효했다는 쪽의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정서는 단순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선거 전반에서 일어났다는데서 희망이 발견된다.

기초단체장 228개 선거구에서 민주당은 92곳에서 승리한 반면 한나라당은 82곳의 승리에 그쳤다. 무소속이 36곳을 얻었고, 자유선진당은 13곳에서 이겼다. 민노당이 3곳, 국민중심연합과 미래연합이 각각 1곳에서 승리했다. 또 민주당은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21석을 확보, 압승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25개 구청장을 싹쓸이했던 한나라당은 강남권 3석과 강북의 중랑 등 4석만을 건졌다.

결코 믿을 수 없지만,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50%에 육박한다는 점과 천안함 사건에서 비롯한 북풍(北風) 등에 힘입어 압승을 기대했던 한나라당의 오산이 확인된 순간이다. 게다가 6.2 지방선거 투표율은 54.5%로 잠정집계돼 1995년 제1회 지방선거(68.4%)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았다. 여러모로 주권재민(主權在民)의 기치가 만방에 휘날렸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익산지역을 돌아보니, 너무나 변화가 더디다. 민주당 익산지역위원회는 각종 의혹과 잡음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지만,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선거다. 단체장은 물론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4곳 모두 싹쓸이를 했고,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총25석 중 18석을 휩쓸었다. 또, 민주당에서 공천 된 정치신인 7명 가운데 6명이 당선된 반면, 무소속과 민노당. 국참당 당선자 7명 가운데서는 고작 1명(민노당)의 정치신인이 배출됐다. 유권자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현주소다.

이쯤되면 민주당으로 하여금 어떤 짓을 해도 선거에 지장이 없다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 향후, 정치인들의 도덕적해이와 패거리 정치, 시민 경시풍조가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 심히 우려되는 국면이 아닐 수 없다.   

익산시장 선거 당선자 49.6% 득표의 의미

지난 6월 2일 투표 실시로 선거운동 13일, 선거활동 90일간의 6.2 지방전국동시선거에 대장정이 끝났다. 민주당과 무소속 3명의 시장후보가 경쟁을 벌인 가운데 이한수 후보 49.6%, 박경철 후보 28.8%, 김재홍 후보 16.4% 노경환 후보 5.2% 득표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를 보면 익산시민의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었나를 볼 수 있다.

시장 당선자의 득표율이 49.6%로 50%선에서 마감한 것은 선거과정에서 벌어진 민주당의 갈등, 공무원의 자살, 민주당의 이탈 무소속 출마 등으로 선거가 번잡했고, 4차례에 걸친 TV토론에서 비추어진 후보자들 간의 모습이 투표에 투영되었다고 보여 진다. 또한 익산시민들은 시장당선자에게 시정개혁 등 많은 과제들을 던져 주고 있다.

박경철후보의 서민 동정론과 김재홍후보의 중앙인맥 활용론, 노경환후보의 지역사회봉사론이 현역시장 프리미엄의 벽을 넘지는 못했으나 그 의미나 가치에서 시정 활동과 개혁의 방향성을 던져 주고 있다. 이는 시장 당선자의 시민사회의 통합, 지역현안 추진에서의 시민과의 소통, 국책사업 등 추진사업 마무리, 공무원 내부의 자기개혁 등에서 올바른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3일 시장당선자가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익산시의 내부 혁신이라는 화두가 선거결과에서 보여준 시민의 지상명령이라는 인식은 올바르다. 그러나 내부혁신과 자정작용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 ‘책임행정’과 ‘행정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볼 때 부속실을 비롯한 외부영입의 계약직 공무원들이 공직사회 내부에 신선한 바람을 주지 못했다는 자기반성과 평가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다.

익산시 6.2지방전국동시선거가 민주당의 승리와 함께 무소속의 약진, 국민참여당의 의회진출로 나타났지만 선거 이후 익산시민이 바라는 익산시정과 시의회의 모습은 당선자들이 첫 마음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고 겸손한 모습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어 달라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