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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식품클러스터, 착공 지연은 안 된다

익산 왕궁 국가식품클러스터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지 7개월이 지났다. 익산시는 그 사이 1개 국(局) 규모의 국가식품클러스터 추진단을 발족하고, 민간전문가들을 채용하는 등 사업 착수를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또, 지난 1일에는 9억5,300만원을 들여 건립한 홍보관을 공식 개관했다. 그러나 식품전문 국가산업단지 조성 공사는 2년 뒤에나 착공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사업을 수락한 LH공사가 순전히 내부사정을 이유로, 익산시가 수립한 수정 계획 조차 전면 묵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이 달 중에 산업단지계획수립에 착수하는 것을 비롯해 내년 5월 국토해양부로부터 산업단지 승인을 받아 8월에는 단지 지정을 마치고 연말 께 산업단지조성공사에 착공, 늦어도 2012년 12월 에는 산업단지를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내부 경영투자심사에 한창인 LH공사는 사업순위와 재정문제 등을 들어 2012년 하반기에나 착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초 연내 착공을 계획했던 익산시로서는 내년 말 착공으로 선회하는 것도 고통이 수반되고 있다. 당장 내.외부의 인력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서 혈세를 축내고, 불투명한 착공시기에 따라 민자유치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이런 지형에서 볼 때 2년 뒤에나 착공이 가능하다고 고집하는 LH공사의 주장은 단순한 기업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핵심 R&D기반과 기업지원시설, 서비스를 집적화하여 아시아 식품시장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서 이명박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 한 바 있다. 사업부지에 주거상업용지를 포함하면 총 면적은 최대 3,967천㎡(120만평)에 이른다. 농식품부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내에 전통발효식품, 기능성식품 등 국내 농수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성장과 수출이 가능한 국내외 식품기업 145개, 민간연구소 10개 이상을 유치하는 지역의 농수산업을 근간으로 한 여타 클러스터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농수산업과 식품산업이 동반 성장토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비 1,557억원, 지방비 614억원, 민자 3,627억원 등 총 5,798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될 계획이다.

규모나 사업 성격 면에서 LH공사의 주요 사업인 공단부지 조성 또는 공동주택 건립 같은 수익사업과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차제에 경영투자심사 과정에서 국익을 고려한 사업순위 조정이 절실하다. 익산시와 농림식품부, 국토해양부 등은 국가식품클러스터 조기추진의 당위성을 중론으로 확립하고 LH공사의 기업이기주의를 해체하는데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율형사립고, 공론화가 필요하다

익산이 자율형사립고 지정 문제로 어수선하다.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는 단초부터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오던 전 교육감이 퇴임 직전에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고시하면서 반대 연대 쪽의 반발을 샀다. 교육감 당선자가 고시 공고를 보류해 줄 것을 권고 했는데도 전 교육감은 이를 전면 묵살한 것이다. 이런 부적절한 행태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반대 연대 쪽이 지난 29일 자율형사립고 지정의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고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법과 여론의 대치점이 형성됐다. 이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어야 할 마당이다. 또, 어떤 형태로든 찬·반의 무게를 달아보지 않고는 종결되지 않을 상황이다.

반대 연대 쪽이 우려하는 것은 귀족주의 부활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 오랜 투쟁으로 제도화 한 고교평준화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것. 결과적으로 입시명문고를 노리는 사립학교의 탐욕을 충족시켜주는데 불과한 자율형사립고는 발상부터 잘못되었다는 것. 그런 특정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몰아주는 것에 불과한 비교육적인 소산에 지역사회가 지불해야 비용은 실로 막대하다는 것. 이런 부작용을 감수하며 특정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몰아주는 것에 불과한 자율형 사립고를 지역사회에 설립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 등이다.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찬성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어떤 경우 든 학교 성적에는 석차가 있고,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더 좋은 기회를 제공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질 높은 공교육의 실현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교육시장을 둔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게 그 골자다. 또, 명문고의 부재는 지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아무튼, 자율형사립고 유지 여부는 갈팡질팡하는 우리 전북교육의 지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찬'이든 '반'이든 최대공약수를 찾아 제도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여론 분열과 충돌로 인한 또다른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철학부재의 우리 교육이 또다시 표류하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자율형사립고의 문제가 느닷없이 보-혁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이 이념논쟁의 한 복판으로 내몰리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미래를 가로막는 일에 다름 아니다. 前교육감과 새교육감의 노선이 다른데서 나오는 우려다. 찬·반 두 진영이 평정심을 유지 할 수 있다면, 자율형사립고 제도가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지,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것인지를 논의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충분히 중지를 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