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 음식물쓰레기처리 위탁사업 계약이 특혜와 비리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시비를 감수하면서까지 종전의 입장을 갑자기 바꾼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3자에게 특혜를 주면서 행정 및 예산낭비를 초래한 과정을 살펴 실마리를 찾는데 기여코자 한다. 또, 항간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정치인들의 권력야합에 의한 산물인지, 아니면 단순히 착오이거나 실익을 추구한 결과인지를 판단하는데 기여코자 한다.<편집자 주>

익산시는 음식쓰레기처리 공법을 2012년 이전에 정해야 한다. 음식쓰레기 폐수(이하 음폐수)의 해양투기가 더이상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2010년 7월 23일 현재까지도 정부의 방침에 부합되는 공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방침은 음식쓰레기 찌꺼기를 자원화 하는 것이고, 음폐수를 완전히 정화해 방출함으로써 하천과 지하수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 지자체 가운데 단 한 곳도 정부 방침을 충족하는 시설을 갖춘 곳은 없다.

문제는 음식쓰레기 속에 존재하는 유기성 부유물을 처리하는 공법이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익산시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1년 동안 26억에 위탁계약을 체결한 (주)평안엔비택의 음식쓰레기처리시설 역시 음폐수처리 기능을 전혀 갖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익산시는 처음부터 (주)평안엔비택을 음식쓰레기처리 업체로 고려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무엇때문인지 (주)평안에비택은 지난 2007년 회사를 설립하고 2년여 동안 시설물을 건설했다. 특히, 익산시는 초기에 (주)평안엔택의 사업에 동조하면서 특혜의혹을 불렀다.  

정부 처리방침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데다, 기존에 익산시 음식쓰레기를 처리해 온 (주)푸른환경의 시설과 (주)평안엔비택의 시설이 서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이 음폐수를 바다에 투기해야 하는 시설인데, 이미 음식쓰레기 위탁처리가 되고 있는 마당에서 똑같은 시설을 건설하고 익산시가 여기에 보조를 맞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당시 익산시 동산동 출신 의원이자 민주당 익산지역위원회 실세로 떠오른 A씨와 평안엔비택 사장 B의 관계가 부각되었던 것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두사람은 고교동창생이며, B씨는 4년 전 5.31지방선거 당시 A의원 후보 캠프의 사무장으로 선거를 도왔던 절친한 친구사이다.   

익산시- 민간업체 '공조'

B씨는 지난 2007년 6월 20일 자신의 조카인 C씨를 대표이사로 내세워 음식쓰레기처리사업체인 (주)평안엔비택을 설립하게 된다. 같은 시기에 익산시에는 하수처리장, 분뇨처리장 등 혐오시설이 집중된 동산동 지역의 악취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익산시는 적극적으로 "동산동 주민 악취저감 및 민원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악취저감 대책'까지 수립하면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문제를 부각시킨다. 익산시는 악취의 한 원인으로 당시의 (주)푸른환경재활용공사에서 위탁처리하던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의 노후화를 들면서 대책을 수립했다. '현대식 음식물 처리시설 설치 추진계획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이를 민간투자사업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때가 (주)평안엔비텍의 건설시기와 맞물려 있었던 것이다.

익산시는 2007년 7월, 기존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인 (주)푸른환경시설의 악취의 원인이 투입호퍼가 개방형이고, 저류조가 부분밀폐되어 있으며, 슬러지보관소와 침출수 배출구, 예비투입구가 개방되어있고, 수거용기세척장이 외부에 있어 악취가 발생한다면서, 신규처리시설은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시설을 2중구조 밀폐형으로 악취 외부유출이 원천적으로 차된되며, 탈취시설 및 침출수 처리시설을 갖춘 현대식이다"고 강조했다.

냄새 안나는 시설 시사 

익산시는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 신설 공개모집 또는 기존 사업자 선정 계획'을 동시에 추진하면서도 (주)평안엔비텍의 시설 건립 추진을 드러내지 않았다. 익산시는 공개모집 원칙을 표명하면서 '민간투자사업'이라는 조건을 달아 이미 (주)평안엔비텍으로 하여금 시설을 추진하도록 장치했다는 의혹을 초래한 것이다. 익산시는 동시에 (주)평안엔비택이 회사를 성립시킨 직후인 2007년 7월 말 께 악취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식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어 사업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확보했다. 이 때까지 (주)평안엔비택의 실질적인 대표 B씨의 절친한 친구인 민주당 익산을지역위원회의 실세인 A와 익산시장의 사이는 좋았다. 당시 익산시장은 동산동과 연접한 춘포면 강경리에서 이러한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반대 민원이 발생하자, 지난 2008년 4월 2일에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재 익산에 음식물(폐기물)처리시설이 설치돼야 안정적으로 음식류쓰레기 처리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분쟁 시작, 인사 비리

이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어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이 완공된 직후, A씨와 익산시장은 돌발상황에 휘말리면서 파국을 맞게 된다. 익산시 비서실장의 인사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부터다. 사무관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한 P모 국장은 "비서실장에게 뇌물 3천만원을 건넸다"고 자백하고 구속됐다. 그러나 불구속 입건된 비서실장은 끝내 혐의를 부인했고, 원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P모 국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람은 정작 A씨이고, 뇌물 액수는 들어난 것 보다 더 큰 규모였으며, 이 뇌물 가운데 일부는 P모 국장과 A씨가 같이 다니는  D교회로, 일부는 특정 정치인에게 각각 흘러들어갔다는 설이 대두됐다. 재판부 역시 익산시장이 A씨의 청탁을 받고 P를 승진시켰다는 전제를 두고, A씨가 P씨로부터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A씨를 지목하기도 했다. 아무튼 법정에서 뇌물을 A씨가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비서실장과 비서실장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한 P모 국장이 맞서면서, A씨와 익산시장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만약, 비서실장이 뇌물을 받았다면 익산시장의 정치자금이 되는 것이고, A씨가 받았다면 민주당 을지역위원회의 정치자금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주민동원 민원 공방

A씨와 익산시장간의 불편한 관계는, 익산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동산동장과 A씨의 우호세력인 동산동지역 주민들간 마찰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동산동장은 A씨의 세력으로 알려진 인물들을 제도권에서 노골적으로 밀어냈고, A씨 측 주민들은 동산동장의 비리를 사직당국에 진정해 동산동장과 직원들이 사법처리 되는 등 크고 작은 세력다툼에 따른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갈등관계 속에서 지난 2009년 5월 18일 주민들이 움직였다. 주민들은 "금강동 폐기물처리시설 특히 음식물처리장의 악취로 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에, 2009년 5월 26일까지 대책이 없을 시 서명을 받아 집단행동을 돌입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5월 22일 (주)푸른환경에 시정지시하고 "음식물류폐기물 위탁처리 비용을 산정 용역 중이며, 용역이 완료되면 음식물 처리시설이 양호한 처리업체를 공모선정하고, 선정된 처리업체에서 2010년 1월 1일부터 음식물 위탁처리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A씨와 익산시장의 갈등관계가 해결되지 않자 익산시는 갑자기 (주)푸른환경재활용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2010년 1월 1일자로 익산시 직영체제로 전환한다. 익산시는 이처럼 급하게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1개의 시설에 두개의 허가가 공존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폐기물처리시설 정기검사마저 하지 않아 법적시비에까지 휘말리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익산시가 2010년 1월 1일부터 일관되게 음식쓰레기처리를 위탁운영한다고 밝혔던 내용을 하루 아침에 파기하고 직영으로 전환했다. 이유는 다름아닌 (주)평안엔비텍에 위탁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위탁 않는다" 거듭 확인

이같이 험악한 상황에서 6,2지방선거가 실시됐고, 민주당 익산을지역위원회에서 현직시장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형국이 되자 A씨와 익산시장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당시 A씨가 공공연하게 현직 익산시장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주장하고 다니면서 관계의 악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런 사황에서 동산동 주민들의 민원은 다시 제기 된다. 동산동 라인아파트 자치회장외 1,084명은 "노후 악취시설인 음식물처리장, 처분계획을 이행"하라며 익산시청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당시 익산시는 익산시장과의 면담 자료를 통해 "주민들은 악취시설인 음식물처리시설을 폐쇄하고 (주)평안엔비텍에 위탁을 원하고 있으나, 우리시 실정에 맞는 음폐수 처리대책 등 종합적인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계획을 수립하여 정책적 결정"을 하겠다고 밝히고, 진정서 회신문에서 "음식물처리시설에 탈취설비를 설치하여 시운전중이며 지속적으로 악취 발산이 최소화 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주민들의 (주)평안엔비텍 위탁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적 야합 의혹

그러나 A씨의 집요한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현역 익산시장은 민주당 내부 경선과 선거에서 승리했으며, 취임 당일인 2010년 7월 1일 직영체제를 위탁체제로 변경하고, 공모에 의하지 않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주)평안엔비택과 1년간의 위탁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26억규모의 사업을 수의계약을 체결한 점은 불법시비에 휘말렸고, 직영체제의 비용보다 21%의 재정손실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으며, 1개의 시설에 두개의 허가가 공존했고 폐기물처리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중이다. /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