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교육감, 지정취소 처분 강행
지정학교, 법정투쟁 불사 방침 천명

소송하면 학생들 갈곳 없어

교과부가 전라북도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에 대해 법률위반이라며 시정조치한데 따라, 김승환 교육감은 지정취소를 강행하고 나섰다. 이에 남성고등학교는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내고 법적인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6일에는 입학설명회를 강행했다. 이어지는 9일 도교육청이 지정취소처분을 강행할 경우, 남성고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학생모집행위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위법이고, 학교측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남성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 사태가 치열한 법적인 싸움으로 치닫을 예정에 있고 법정투쟁이 불가피해질 경우 판결은 해를 넘기면서 남성고는 오는 11월 경에 학생들을 모집하지 못한다. 남성고가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법원이 도교육청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학생들은 오갈 곳이 없어지는 사태가 예상되고 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지난 2일, 남성고등학교에 대해 해당학교 법인전입금의 납부실적과 이행계획 등을 고려해 “재단 측의 분담금 납부가 불확실하다”며 지정 취소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방적 취소는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위반이라며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표명했다. 

자율고 반대 익산·군산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율고 지정 취소 방침은 전임 교육감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은 적절한 조치로 높이 평가한다”면서 “자율고 지정은 특권교육 및 경쟁교육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취소의 당위성에 힘을 실었다. 또 전주시민회도 “교육과학기술부가 김 교육감의 결정을 직권 남용이라 했지만 오히려 교과부가 도교육청을 압박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자율고를 운영할 만큼 재정상황이 갖춰지지 않은 두 학교는 스스로 자율고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익산발전시민대책위원회는 4일 “교과부 장관과 협의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정된 자율고를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직권 취소한다는 것은 재량권을 벗어나는 행위”라며 “입학설명회 등을 앞둔 상황에서 지정 취소는 학생, 학부모에게 혼란을 가져올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남성고 동문회도 “자율고 확대는 중앙정부가 권장하는 만큼 도교육청은 이미 결정된 방침을 수용한 뒤 운용상의 문제점 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뒤를 이어 도교육청 김승환 교육감은 9일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공식발표 하겠다는 방침을 더욱 견고히 하였고, 남성고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6일 입학설명회를 강행한 것이다.

특히, 전북교육혁신네트워크는 지난 4일 전라북도교육청의 귀족학교 자사고 지정 철회 방침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내고 "김승환교육감의 이번 결정은 전임 최규호교육감의 부적절한 졸속 행정을 바로잡은 것이다"고 논평하고, "지난 교육감 선거 시기에 대다수 후보들이 자사고 지정을 반대했으며, 전북의 시민사회단체 대부분도 자사고 지정을 반대했다"고 밝히면서,"김승환교육감은 일관되게 자사고 지정의 부당성을 밝히고 이에 대한 철회를 공언해왔다"고 말했다.

전북교육혁신네트워크는 이어 "현재의 문제는 전임 최규호교육감에게 있다"면서 "이리남성고와 군산중앙고는 지난해에 자사고 지정 요건에 부합되지 못하여 지정을 받지 못했으나, 이 과정에서 교과부가 전북도교육청에 지속적으로 자사고 지정 압력을 행사해 최규호 전 교육감이 교과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고 밝혔다.

자율형사립고 반대 익산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또다시 선언문을 내고 김승환교육감의 자사고지정고시 취소처분을 환영했다.

대책위는 "남성고 동문인 전임 교육감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개최하지 않은 채, 새 교육감 당선 직후인 6월 7일, 김승환 교육감 당선자가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며 강력히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강행하여 지정.고시해 버림으로써 촉발된 문제를 바로잡은 이번 취소 결정은 정당하고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철학적 성찰, 사회적 토론, 상식적인 논의나 검토조차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졸속 추진과 지정의 비민주성, 진학성적내기용 성적우수생 싹쓸이 선발경쟁의 병폐, 입시경쟁교육으로 교육 획일화, 초.중학생까지 극심한 고입 선발경쟁에 내모는 비교육성,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가중,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계층 간 위화감과 사회적 갈등 증폭, 학교 서열화, 지역 교육공동체 파괴, 출신학교 별 반목, 지역사회 통합 저해 등 수많은 폐해를 가져오고, 결국 고교평준화 해체, 고교입시 부활, 고교등급제 합법화로 이어져 교육 양극화를 더욱 심화하고 계층 세습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재차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지난 5일 남성고가 입학설명회를 개최하고, 9일 자사고 지정취소 공식발표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법정공방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