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특목고 우대정책 펴 온 상황, 지방 자사고의 경쟁력 키재기는 헛된 일
불평등교육 심화.. 나머지 고등학교에 악영향.. 사학재단도 운영 감당 못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와 관련한 해당 지역민들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다. 6.2지방선거 이전 부터 이어져 온 정서다. 이를 의식한 전임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고시를 차기 교육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보이다가 선거 말미에 돌연 지정고시처분을 강행했다. 김승환 전라북도 새교육감은 취임 직후, 대상 학교의 적격성 검토가 미흡하고 충분한 여론수렴이 되지 않은 자사고지정고시를 취소처분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전주지방법원은 남성고가 제기한 '자사고지정취소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김승환 교육감은 남성고가 낸 '자사고지정고시처분 취소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남성고의 부적격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는 입장이다. 남성고는 입학생 모집 설명회를 강행하는 등 자사고를 반드시 설립하겠다고 맞서고 있서 귀추가 주목 된다. 익산시민들은 "그동안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하던 500여명의 학생들이 익산시 관내를 벗어나 시외로 내 몰리게됐다"면서 자사고 폐해의 심각성을 걱정하고 있다. 전임 교육감의 결정을 취임 직후에 뒤짚는 강수를 선택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김승환 교육감으로부터 들었다.<편집자 주>

問, 자사고 지정 취소의 근본적인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가

答, 자율형사립고등학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설립하고자 하는 본질이 중요하다. 고교평준화를 실시한 김영삼 정부 이후 10년이 지났다. 자사고는 평준화 정책을 깨는 것이다. 단순히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과거 비평준화시대에 존재하던 귀족학교를 새로운 모델로 부활시키는 것이다. 자사고의 정체성은 곧 귀족학교다. 우선 등록금이 일반의 3배에 달한다. 다음은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을 증폭시킨다. 이는 서울을 비롯한 외국어고등학교나 전주 상산고등학교 등에서 예외없이 드러난 현상이다. 내신성적 50% 이내에 든 학생은 누구든지 지원자격을 가진다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경제력이 반드시 뒷맏침되어야만 한다. 전국에 자사고가 100여개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가난한 자사고라고 불리는 해운대고등학교의 경우만 해도 현재 한학기에 568만원, 1년에 1,136만원을 등록금으로 내야 한다.

“가장 가난한 자사고 해운대고등학교의 경우만 해도 등록금이 1년에 1,136만원이다”

특히, 자사고의 경쟁력의 문제다. 경제력이 전북의 1,7배라고 하는 경상남도의 경우도 현재 자사고를 신청한 사학재단이 하나도 없다. 경제력이 강한데도 학교 운영이 되지 않아 사학으로서 운영을 감당할 수 없다. 게다가 지방의 자사고는 서울과 수도권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서울에서도 강북권이 강남권을 이길 수 없는 실정이다. 속칭 명문 사학들이 오래전부터 고교등급제를 실시해 왔다.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면서, 서울 특목고 우대정책을 계속 펴온 상황에서 지방의 자사고를 강남의 자사고와 같은 선상에서 평가한다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래서 익산과 군산의 경우 얻을 것이 없다. 불평등교육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나머지 고등학교에 악영향만 심어줄 것이다. 자사고 인정은 전라북도교육청이 일류와 이류 고등학교를 제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된다.

학부모 부담이 가중되고,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

가장 큰 문제는 동일지역의 인문계고등학교로 가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현재도 익산은 외부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익산과 군산에서의 자사고 허용은 곧 익산과 군산 지역의 고등학교의 균형적 발전을 해치고 귀족학교라는 반 교육적 형태를 양산하는 것이다. 결국 자사고는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학부모 부담으로도 안되면 후에는 국가 예산으로 재정결함을 보충하려 할 것이다. 그것도 안되면 결국은 학부모와 학생을 볼모로 하게 되고, 결국 교육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전임 교육감이 무엇에 쫓겼는지 궁금할 뿐이다”

교육감 선거 당시에도 후보 1명을 제외하고는 4명 모두가 자사고를 반대했다. 당시 후보들 모두는 교육감 당선자가 확정 된 후 당선 교육감에게 이 사안을 넘길 것을 요구했다. 임기말의 중요한 결정은 후임자에게 넘기는 것이 교육계의 상례인데도 불구하고 최규호 교육감은 이 요청을 뿌리쳤다. 당시 교육감이 무엇에 쫓겼는지 궁금할 뿐이다. 단지 그분의 모교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자로서 볼 때 당시 전임 교육감도 자사고를 지정해선 안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으로 몰고갈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교과부에 따르면 교과부와 교육감이 사전 협의를 했다는 데, 어떤 거친 협의가 있었는지.. 계속 의문을 갖게 한다.

問, 소송 결과는 어떻게 예측되는가, 만약 패소한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答,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항고하지 않을 것이다. 항고는 별 의미가 없다. 오는 10월에 있을 본안 판결에 대해 법적으로 노력하고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교과부가 전라북도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해 두차례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곧 권한의 경계를 확정하는 일이다. 나는 법률 전문가다. 교육부의 권한과 도교육청의 권한 사이의 경계에 있어서 법이 어떻게 결정을 내릴 것인지 확인할 때가 되었다. 이 사안은 전국에 있는 16개 시도 교육청 모두에 해당하는 일이다. 그래서 교과부의 시정명령에 대해 지난 9월 14일 대법원에 '이의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냈다.

“남성고와 중앙고의 의사를 존중하지만 패소할 경우 향후 입학전형 요강 승인권 엄격하게 행사 할 것”

도교육감이 내린 지정고시 처분에 대해 관련 학교에서 소를 제기했고, 이와 같은 도교육청과 학교간 법적 분쟁은 법원의 몫이지 교과부가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 교과부가 마치 자신의 몫인 양 시정명령 하는 등의 행위는 곧 직권남용으로 권한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소송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법관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법관의 중요 덕목이 '예단의 금지'다. 소송은 곧 생물체처럼 가변적인 것이다.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입장을 존중하겠다. 그러나 입학전형 요강은 도교육감의 매년 승인사항이다. 법원의 본안 판결에 승소하지 못한다면 이 승인권을 엄격하게 행사할 것이다.

問, 자사고 운영은 재정 문제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남성학원의 재정상태는 어떤가

答, 남성학원의 경우 그동안 도내 어느 공립학교 보다 막대한 예산을 국고로부터 지원받았다. 6년 동안 재정결함보조금과 시설보조비 명목으로 총 930억을 보조받았다. 연평균 155억원을 지난 교육감 시절 보조 받은 것이다. 비합리적인 재정지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재정 불균형 문제는 시정되어야 할 문제로 현 교육감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비교육적 방법을 동원해서 지역교육계의 맹주가 되려한다면 문제다. 만일 이런방법으로 과거 남성고등학교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시도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問, 남성고가 지역의 일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사고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答, 과거 명문고로서 남성고가 평준화 이후 위상이 달라졌다. 남성고는 전국적인 명문고였다. 추락의 정도가 과거의 명문에 비해 타 고등학교 보다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나름대로 위기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이고도 당연한 극복 방법은 교육적이어야 한다. 수업의 만족도를 높이거나 교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학생들에게 신뢰받고, 학부모들에게 신뢰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수한 아이들만 선발해서, 우수학생들을 독점코자 하는 자사고 정책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평준화 교육정책에서는 머리가 좋고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좋은 학교를 들어갈 수 있지만 자사고는 머리만 가지고는 절대 되지 않는다. 특별한 아이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곧 자사고인 것이다.

問, 익산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答, 익산은 과거에 대표적인 교육도시였다. 호남선 열차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공부하기 위해 몰려드는 도시였다. '교육의 도시 익산'이 다시 세워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교육감으로서 할 수 있는 지원은 최대한 하겠다. 소수만을 위한 교육정책은 펼치지 않겠다. 고교 평준화는 시대 정책에 부합하고, 지금 시대정신은 다수의 고등학교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교육열을 높이는 것이다. 학생이나, 시설이나, 예산이 독점되어서는 않된다. 익산에 있는 모든 고등학교가 공존하는, 익산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체가 행복하다는 여건을 만들고 싶다는 게 나의 의지다.

“내 자식만 이라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교육이 발전한다. 도민 모두가 자랑스러워 하는 교육감이 되겠다”

자사고 문제는 학부모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다. '내 자식만'이라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날 때 익산 교육의 발전이 일어난다. 나는 익산출신 교육감이다. 익산 시민들께서 지원해줬고 잘 하길 기대하고 있다. 익산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교육감이 되겠다. 맑고 깨끗한 교육감, 시민을 생각하는, 도민 모두가 자랑스러워 하는 교육감이 되겠다. 모든 일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겠다. 도민 모두에게 설득력을 가지도록 해내겠다. 교육비전대로 학교만 생각하면 흥이 나도록 진력하겠다. 교사들이 침체되지 않고 교사들의 기를 살려내는 교육감이 될 것이다. /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