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맛 같은데 지역민이 외면, 광고에 지배되는 소비태도 ‘심각’
한희세 노조위원장, “지역민이 소비한 돈이 지역에 환원되어야”

53년 동안 익산을 대표해 왔던 하이트소주(보배소주)가 도산 위기에 처했다. 지역민들과 함께 애환을 같이 해 왔던 술이 지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면서 가속화 된 경영악화 탓이다. 하이트소주는 생산을 중단하고 전직원이 판촉활동에 나서는 등 고육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애정 없이는 회복불능의 상태다. 침체일로를 걸어 온 하이트소주는 최근 20%에 가까운 매출 급감이라는 충격파에 휩싸였다. <편집자 주>

지역에 가장 큰 규모로 기여하는 주세(酒稅)

최근들어 급격하게 전북도 전체 시장에서 하이트소주 이용률이 18% 급감했다. 첫째, 경기가 어렵고, 둘째, 막걸리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과 자금 지원이 늘어나면서 막걸리의 소비가 한층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전북도민들의 하이트소주 이용률이 지극히 저조하다는 것이다. 전북도민 10명 중 6.6명이 '참이슬' 소주를 먹고 있으며, 1.2명이 '처음처럼'을 이용하고 있다. 10명 중 '하이트소주'를 찾는 사람은 단 1.8명 밖에 되지 않는다. 10명이 술을 마실 경우, 하이트소주를 마시는 사람은 단 두 명도 되지 않는 것이다.

하이트소주가 지난 한 해에만 익산시에 낸 세금만도 209억원에 달한다. 출고가의 50%가 세금이고 이것이 모두 사업체가 소재한 지역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시는 술이 하이트소주여야만 그 돈이 결국 나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이처럼 하이트소주가 익산시를 위해 기여하는 바가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익산시에서의 하이트소주 이용량 역시 23%로 소주를 마시는 사람 10명 중 고작 2.3명이 하이트소주를 마시는 꼴이다.

하이트소주는 익산세무서에 1병당 500여원의 세금을 낸다. 하이트소주 1병을 마시면, 익산에 500원을 기부하는 것이다. 결국 다른 소주를 마시면 500원의 돈이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전북에서 소비되는 소주의 양은 월 총 35만 상자가 판매되고 있다. 이 중 15만 상자, 즉 50%만 판매한다 해도 하이트소주가 매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금액은 22억5천만원에 달한다.

하이트소주는 이 밖에도 매년 3억원의 기금을 지역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역에서는 하이트소주가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한달 1천병 소비하면, 1명 고용창출

과거 보배소주 시절의 생산직 근로자가 450여명 가량되었으나, 현재는 130여명으로 줄었다. 전라북도에서 연간 1만여명의 인구가 빠져나가는 이유가 바로 지역업체에 대한 지역민들의 애정 부족에 따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이트소주 한희세 노조위원장은 "근로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여러모로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지역기업이 잘되어야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지만 지역기업인 하이트소주가 어려움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또, "지역의 기업 유치는 정치지도자가 해야 하지만, 지역의 기업 '유지'는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다"고 했다. 취업을 원하는 근로자들 은 많지만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어 그저 답답하다는 그의 탄식이 이어졌다.

매스컴의 술 광고에 지배되는 소비자들

소주의 맛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광고시장에 노출되어 있고, 소주의 맛은 막대한 광고비용에 비례하다는 것이 광고시장의 논리이다. 대중매체와 방송매체에 노출된 대다수의 국민들은 잦은 광고에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그 광고에 의해 구매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들은 광고에 지배를 당할 뿐 실제로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소주의 경우, 술맛을 제대로 판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선택은 소주의 참 맛에 의한 것이 아닌 이면에 숨어 있는 소주의 이름과,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여자가 누구냐에 따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하이트소주는 광고에 등장하는 등장녀에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고, 대신 이를 지역복지기금으로 대신 사용했다.

한희세 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역민들의 구매의사 결정이 이제는 새로워지기를 바란다"며, "가끔 하이트소주 회사에 취업을 부탁하는 이들이 다른 술을 먹는 경우를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소주 1병당 500원 세금, 기부 운동 일어야

한희세 하이트소주 노조위원장은 "공무원들과 지역활동가들이 하이트소주를 많이 애용해주어야 한다"며, "가끔 지역민들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못할 때가 있다"고 고백한다. 특정 행사에 협찬을 해달래서 소주를 협찬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행사장에 갔을 때 정작 그들이 구입한 술은 하이트소주가 아닌 다른 술일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다.

지역사람이 지역상품을 사랑해줘야 하는데 익산의 경우 지역민들의 지역술에 대한 애정도는 크게 낮다.

한 위원장은 "익산은 지역이 좁기 때문에 알고보면 모두가 내 식구이다. 하이트소주 회사의 철학은 이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불우이웃돕기에 아끼지않고, 지역사랑기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외사랑 처럼 주는 사랑에 대해 지역사람들이 외면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좁은 지역에서 서로 한 가족이고 한 식구이기 때문에 하이트소주 직원들에 대한 사기를 올려주고 생각해 주는 것은 어차피 먹는 술, 지역의 술을 먹어주는 것이 서로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생각과 작은 애정 즉, 지역의 술 하이트소주를 한번 선택해 주는 것이 곧 일자리를 늘려주는 것이자, 지역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가 오르고 매출이 늘어나고, 지역민들이 소비한 돈이 다시 지역으로 환원되는 사회, 이것이 바로 공동체 복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 술을 안마시면, 내 일자리, 내 자녀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신제품을 개발

하이트소주는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회사명을 과거에 명성을 날리던 '보배'로 바꾸었다. 하이트소주는 이달 안으로 새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기업이 먼저 지역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이트소주는 보배로운 술을 만들고, 지역민들이 이 보배를 잘 지키는 것이 곧 비전이다. /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