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국제돌문화비엔날레'가 심상치 않다. 그보다 익산시의 행정행위가 더 수상하다. 익산시는 몇달 전, 이 임의단체에 법인 설립비용 2천만원을 지원하고, 이 단체의 운영비를 지원하기 위해 5천만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 나아가 이 단체의 사무실에 공무원 두명을 파견했다.

공무원을 이 임의단체에 파견해야 할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공무원이 7개월 동안 이 임의단체의 사무실에 상주해야 할 그 어떤 공익적 가치도 찾아볼 수 없다. 또, 대한민국의 어떤 자치단체도 민간 법인의 설립비용을 불법으로 지원한 바 없다.

왜 이렇게 익산시에서는 '익산국제돌문화비엔날레'와 관련하여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가. 그 단초에는 조배숙 국회의원이 있다. 그는 3년 전 이 행사를 치르기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국비를 따냈다. 국비의 속성상 지방자치단체나 해당 자치단체가 예산를 보태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수익자 부담원칙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익산시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2년 동안 '익산국제돌문하비엔날레' 행사비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이 행사는 몇몇 그들만의 잔치에 그쳤고, 지역 석재인들과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행사장은 파리를 날렸다. 익산시의 메인 축제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동네잔치만도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과거 이 행사의 다른 이름인 '익산돌문화프로젝트'에는 지역축제 예산이 근거도 없이 전입되기도 했다. 말썽도 많았다.

이번에는 '익산국제돌문화비엔날레'라는 민간 법인을 설립하면서, 이 행사는 익산시와 전혀 무관하게 치러지게 됐다. 게다가, 소모성 행사에 대한 범정부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익산시 역시 산재한 축제들을 통합하는 등 예산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특정한 정치인이 주도하는 행사에 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 할 뿐만 아니라, 사단화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익산시는 그동안의 문제가 관성에 휩쓸린 결과였다고 변명할 수 있으나, 사회상규로도 용납되지 않는 것을 이해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스스로 공직자가 아니라는 점을 실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각성할 일이다.    

공공기관 지역업체 외면 말아야

2008년 성원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광진건설도 올해 초 부도처리 됐다.
중앙건설과 제일건설은 워크아웃 단계다.

게다가 며칠 전 전북 굴지 업체인 엘드건설이 부도나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고 한다.
전북지역 1군 건설업체들의 줄도산 행각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전북 경제가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과장 섞인 푸념도 나온다.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된다.

특히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 건설사의 난립, 건설사들의 손쉬운 돈벌이 관행 등이 지적된다.

여기에다 전북이라는 지역적 한계가 정치권과 암묵적으로 연계된 금융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북 도민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지역 건설업체들이 외지 업체에 밀려 도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실시된 국회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지역업체 홀대 행정도 이런 우려가 단순히 우려만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장제영 의원은 지난해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했던 도로와 하천공사 수주액 1조1천210억원 가운데 20.3%인 2천276억원만이 지역업체로 돌아갔으며, 나머지 8천934억원은 외지업체 수중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역업체를 외면하는 행정은 매년 지적되고 있는 것인데도, 올해 또 재발됐다.

올 상반기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공사금액은 1조1천588억인데, 이 중 24.4%인 2천837억원만이 지역업체 몫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76억원 이상의 공사에만 지역업체와 의무적으로 공동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법률 규정을 대폭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제도적인 차원이다.

그러나 지역업체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시공능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국토관리청의 의지 문제다.

흔히 경제전문가들은 건설을 담당하는 국토해양위가 비대해져 있으며, 각 지방 국토관리청이 건설업체를 먹여살리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건설업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건설업의 비중이 높다하더라도, 국가와 국가의 산하 기관이 대기업의 이익 실현에만 눈독을 들인다면 결국은 지방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렇게 됨으로써 장기적으로 국토의 불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상실로 이어지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며, 부패구조가 청산될 수 없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