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일로.. 대학의 총체적위기상황 ‘이구동성’

지난달 26~27일 원광대에서 실시된 총장후보 공개토론회.

원광대학교가 개혁과 정체의 갈림길에 섰다. 새 총장 선출을 위해 문호를 개방한 배경이다. 대학 안팎은, 총체적인 위기의식을 짊어지고 학원을 영도할 차기 총장에 거는 기대가 사뭇 간절한 모습이다.

지난 27일 총장 선정을 위한 후보자 공개토론회를 마친 원광대는 다음달 18일 법인 이사회에서 새 총장을 선정할 예정이다. 고교졸업생 수 감소,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 입학생의 질 저하 등으로 지방사립대의 존립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장 선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교직원과 학생들은 원광대가 이번 총장 공모에서 개혁적인 인사를 선택할지의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달 26일과 27일 공개토론회에서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원광대가 침체 일로에 있으며,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양은용 후보는 "경제전문가나 행정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이 대학을 발전시켰느냐"고 반문한 뒤 "오히려 소통부재와 무사안일주의로 대학 구성원들의 화합이 깨지고, 대학발전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오늘의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미래 경쟁력은 우리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며 "경영 혁신과 인사에 있어서의 신상필벌, 공개적 보직인사 단행, 우수교원 확보, 교육환경 개선 등을 통해 기사회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인사로서는 유일하게 응모한 정세현 후보는 "원광대가 외형은 큰데 반해 내부는 빈곤하다는 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라며 "총장 직선제로 정치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대학의 내부 경쟁력이 떨어지고 구성원들의 애교심이 저하되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 후보는 이어 "유사하고 중복된 학부 및 학과를 통폐합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면서 "대학과 학부의 경쟁력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구조적인 불합리와 타성에 젖은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계획서를 통해 원광대가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서 전국 74위를 기록, 전북도내 2위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관 후보는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대 소멸, 위기의식 및 합리적 의사결정과정 부재, 인재의 부적절한 기용, 권한집중과 비합리적 경영으로 총체적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먼저 정신개벽으로 위기를 정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내부의견을 수렴해 구조를 개혁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위기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도종 후보는 지방대학이 겪는 외부적 요인을 나열한 뒤 "학내 운영방법과 조직 자체가 노후화돼 안일과 좌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학교 브랜드 이미지와 지역사회 내부에서의 평판도 하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예산운용방법 개선과 재정 경쟁력 강화 △연구 및 교수 경쟁력 제고 △특성화 연구소 육성과 원광대학교에만 있는 유일학과 설치 △행정개혁 및 업무수행능력 평가 체제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허걸 후보는 교직원의 고령화, 무사안일주의 확산, 행정력 약화와 서비스 정신 부재,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계획 없는 대학 운영, 연구 및 교육 역량의 저조 등을 지적했다.

허 후보는 이어 구성원 간의 대화와 소통, 투명한 행정, 학과 및 학부의 다양성 존중, 외국어 및 우리말 문장력 강화, 이공계열 기초과목 교육 강화, 대학운영중장기계획 수립 등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는 경영계획서를 통해 이공계열 신입생들의 학력 수준이 중1~고1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나용호·이강래 후보가 제출한 경영계획서에는 구조 개혁에 대한 방안은 있는데 반해 현실 인식과 진단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한편 이번 공개토론회는 인터넷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도돼 원광대가 처한 상황과 대안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