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활쓰레기 수거운반을 민간에 위탁했던 한 자치단체가 낭패에 직면했다. 위탁업체가 용역도급을 반납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바람에 환경미화원들 50여명이 길거리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기초자치단체와 체결한 용역노무비를 100% 지급하지 않고, 용역도급에서 결정된 인원수와 실제 고용한 노동자 수를 달리하거나, 차량의 감가상각비와 복리후생비를 속이는 방법으로 이윤을 착복하다가 이에 반발한 환경미화원들과 장기간 대치해 왔다.
기초단체는 이 같은 업체의 횡포와 비리를 뻔히 알면서도 관리, 감독의무를 해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 사업을 위탁한 이상 여기에 개입해서 조정하는 행위가 자칫 월권 시비를 부를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해당 기초단체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사이 사태는 커지고 파국을 맞았다.

이 기초단체는 쓰레기 대란을 피하기 위해 다른 업체들에 사업구역을 배분했지만, 당장 실업자가 된 50여명의 환경미화원들에 대한 대안은 없다. 이로 인해 해당 기초단체는 '청소용역 민간위탁을 폐지하고 직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의 파도에 직면했다.  

이 사례는 민간위탁이 감수해야 할 피해가 직영으로 입는 피해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책임성과 공공성이 작동되던 직영체제를 민간위탁으로 전환할 때 반드시 살펴야 할 폐해다.

민간은 수익 창출에 목적이 있고, 이는 끊임없는 갈등을 야기할 것이며, 자치단체는 결국 위탁업체의 내부 분쟁을 조정하는데 행정력을 낭비할 공산이 크다. 또한 폐업과 파동에 따른 위험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민간위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의 시사점이다.

익산시가 최근 민간위탁의 순기능에만 경도되어 있는 것 같아 우려되는 바 크다. 특정한 시설에 대해 반드시 민간위탁이 필요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시설의 특성과 위탁받을 주체의 정체성을 충분히 살핀 후에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 을지역위원회의 파열음

민주당 익산을지역위원회의 내홍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을지역위원회는 위원장의 금품비리 의혹설, 핵심당직자의 시장후보 공천헌금설, 비민주적인 내부인사 등으로 파열음을 내왔다. 급기야 일부 당원들이 모여서 을지역위원회 위원장인 조배숙 국회의원과 측근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움직임을 지역 정치인들 사이의 이해관계에 의한 알력으로만 치부할 것은 아니다. 대의민주주의를 이끄는 정당이 비리와 비민주적인 운영으로 얼룩지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시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을지역위원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문제들에 대하여 시민들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민주당 그리고 익산을지역위원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역주의가 할거를 하면서 특정지역에서는 특정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후진적 정치풍토가 만들어낸 병리현상이다. 또한 정당의 지역위원장이 사실상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봉건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는 지역주의에 기대서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선거행태에서 나온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유권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온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

권력의 속성상 권력에 비례하는 책임과 견제장치가 존재하지 않으면,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권력의 단맛을 본 정치인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권력자에 빌붙어 입신하려는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금품과 인사 비리가 따르게 되고, 이해관계에 따른 쟁투가 일어난다. 결국 모두를 위해서 소수가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의 본질이 사라지게 된다. 더 이상 소통을 통한 상생의 정치, 깨끗하고 효율적인 정치는 없어지게 된다.  원칙과 능력에 기반해야 할 리더의 권위가 무너지는 순간 이전투구와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개판정치’가 되는 것이다.

최근 계속되는 익산의 각종 비리와 비효율도 이런 지역정치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비리와 비효율은 부도덕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지역을 이끌도록 함에 있어서 지역 정치권에 많은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소통을 통한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도덕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지 못하는 정당, 권력의 견제장치가 없는 정당이 지역의 일꾼 선발을 왜곡하는 한 절대 다수 시민들의 피해와 지역의 명예 실추를 피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익산에는 민-관-정 3자가 힘을 합해야 겨우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이해 다툼에 여념이 없는 지역정치권을 보면서 그들에게 지역발전에 대한 사명의식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정치의 목적은 무엇인지 묻는 바이다. 정치는 일부 권력지향적인 무리들의 놀이판이 되면 안 된다. 그들의 그릇된 행태를 준엄하게 심판하는 시민정신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