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을 당 조직 동원해 밀어붙이기.. 실망 확산

익산시의회 일부 시의원들이 상임위에서 부결시킨 안건을 의원발의로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시의원들은 민주당 익산지역위원회 소속으로 조배숙 국회의원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회와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안건은 불법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공무원을 파견하는 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제돌문화비엔날레지원조례안'이어서 조배숙의원에 대한 반감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익산시의회 일부 시의원들은 오늘(11월 15일) 열리는 익산시의회 본회의에 '국제돌문화비엔날레지원조례안'을 의원발의로 상정하기 위해 다른의원들을 만나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조배숙 의원은 익산시의회 여성의원들을 접촉해 익산시가 '국제돌문화비엔날레'에 거액의 예산을 지원하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다수 의원들은 조배숙의원의 당조직을 동원하는 시의회 경시풍조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도 성명을 발표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앞서 익산시는 2010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 할 147회 익산시의회 임시회에 '국제돌문화비엔날레' 예산지원 및 관련 조례제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김대중)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조리에 맞지 않는 조례제정안을 집행부에 반려했다. 이에 익산시는 148회 익산시 임시회에 또다시 '국제돌문화비엔날레' 조례안을 상정했고, 상임위는 심의와 표결에 붙여 다수의 반대의견으로 부결시켰다.   

하지만 조배숙 의원은 이번회기에 또다시  의원발의를 통해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재적의원의 삼분의 일 이상인 9명의 의원이 서명하면 본회의에 의원발의로 안건을 상정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직 여성1호 검사이자 판사를 지낸 현직 국회의원이 대의기관인 기초의회를 경시하고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측면에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또 이런 정치권의 시도는 타 법인에까지 영향을 미쳐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조례만 만들면 여타 모든 사(私)법인까지도 지원 할 명분을 만들어주는 일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조 의원은 자신이 배후인 것으로 알려진 (재)국제돌문화비엔날레는 이미 법적 근거도 없이 익산시 예산을 2천만원이나 지원했고, 특히 공무원까지 파견토록 하는 등 불법을 자행했다고 비난받는 실정이어서 파문이 계속될 조짐이다.

조배숙 국회의원 측은 이와 관련 "국제돌문화비엔날레에 대한 예산지원은 시장이 있는 자리에서 논의됐고, 법인설립도 시장이 이사회에 참여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또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익산시가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익산시는 국제돌문화비엔날레에 관한 지원 근거가 되는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고, 이 법인에 출연하기 위한 어떤 행정행위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익산시의원들의 반응

이와 관련, 익산시의회 소병홍 의원은 "최근 조배숙 의원이 국제돌문화지원조례안에 대해 익산시의회 본회의 상정의 뜻을 내비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천인 의원도 "최근까지 이러한 조례안 본회의 상정에 관해 민주당 익산을지구당 차원에서 논의됐다"고 말했다.

김영희·임영애 의원은 "지난 10월 초순경 조배숙 국회의원의 요구로 주유선의원, 임영애 의원, 김영희 의원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익산시가 10억원을 지원토록 노력해 달라"고 요구받은 것으로 전했다.

박종대 의장은 "조배숙의원으로부터 이러한 조례안에 대해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종대 의장은 이에 대해 "조 의원이 말하는 비엔날레는 광역도시 이상에서 열 수 있는 행사이지 조그만 지역에서 열 수 있는 행사는 아니다"며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것은 의회를 경시하는 처사로 볼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소통신문이 의원들을 상대로 조례안에 대한 찬반의사를 물은 결과 대부분 반대 의견을 나타냈고, 찬성의원은 5명에 불과했다. 박종대 의장, 송병원, 임영애, 김대중, 최종오, 이영수, 송호진, 김영희, 임병술, 백경민, 장오준, 김대오, 김정수, 김일영, 양종규, 손문선, 이경애, 조규대, 이천인 의원 등 19명이 반대를 표명했고, 찬성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또는 찬성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한 의원은 주유선, 김연식, 박종열, 소병홍, 성신용 의원이었다. 이상열 의원은 뜻을 밝히지 않았다.

당초 이 조례안을 부결시켰던 기획행정위원회 김대중 위원장은 "만일 15일 본회장에 이 조례안이 의원발의에 의해 상정된다면 이는 시의회의 상임위원회를 무시하는 처사로 보고 반대토론을 하겠다"고 밝혀 표결 결과가 주목된다.

익산시 감사실은 '국제돌문화엔날레'에 불법 지원된 자금 2천만원을 회수하고 있다.

익산 시민사회단체의 반응

익산참여연대가 조배숙 국회의원의 "지역분란 야기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익산참여연대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사업의 명분과 타당성을 상실한 국제돌문화비엔날레 사업 폐지, 국회의원이 지역적 분란을 야기시키는 국제돌문화비엔날레 지원조례안 재상정 시도 즉각 중지, 행정력과 예산의 사유화에 동조한 익산시의 대시민 사과, 익산시의회의 정치권력에 의한 거수기화 거부"를 우려하며 "사업의 명분과 타당성을 상실한 국제돌문화비엔날레 사업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조배숙 의원은 지역분란 야기 중단하라”

참여연대는 "국회의원의 정치권력은 막강하다"면서 조배숙 국회의원이 "시민의 요구와 의견은 뒷전이고, 20억의 혈세로 익산국제돌문화비엔날레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비엔날레에 대한 시민적 합의도 없이, 관련분야의 반대에도, 사업의 명분과 타당성도 검증 없이, 전라북도의 투융자심사의 부결에도, 시의회 상임위원회 조례안 부결에도 조례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국회의원이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안을 의원 3분의1의 서명을 받아 본회의 안건상정으로 재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익산시의회에서 법령을 준수하고, 양심에 따라 직무 수행하겠다는 의원선서를 부끄럽게 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면서, "익산시의회는 법령위반에 대한 추상과도 같은 시의회의 모습으로 권력에 복종하는 거수기가 아님을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또, "익산시는 시민들이 재단을 만들겠다고 하면, 예산도 주고, 공무원 파견도 하고, 사무실 공간도 줄 것인가?"라고 짚고, "사업주체의 문제, 탈법적인 진행과정, 사업의 타당성의 문제, 시의회 상임위원회의 부결, 감사원의 지적 등으로 더 이상 사업진행에 대한 어떤 명분도 상실한 상황이다. 사업적 명분을 상실하고 익산시의회의 부결이라는 명확한 판단을 받은 사업을 가지고, 국회의원은 더 이상 자신의 아집을 앞세워 지역적 분란을 야기 시키는 사업추진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와 함께 "익산시의회는 본인들이 결정한 사항을 스스로 뒤집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될 것이며, 어떠한 정치적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기본으로 공익적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익산시의회의 모습을 바로세우기를 바란다"면서, "만약 본회의 상정을 시도한다면, 발의 의원의 명단은 공개될 것이며, 의결과정의 공개투표를 통해서 시민의 정당한 평가를 받을 자세를 보여라"고 요구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