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바이러스, 기부자·수혜자 넘어 온 세상 봄 꽃으로 물들다 

행복나눔마켓을 방문한 수혜자들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있다.

작은 기부에 부끄러워하는 이들의 뜻이 모여 빛나는 곳 '행복나눔 마켓'. 이곳의 행복 배달부들은 가장 어둡고 낮은 곳으로 동분서주 하며 '행복 전선(電線)'을 가설하고, 행복의 가로등을 켠다. 그들은 연료비가 없어서 낮에는 한 평 남짓한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다가 밤이 되면 잠을 자러 집으로 들어가는 한 부부의 집에도 가고, 방 바닥에서부터 벽을 타고 온 통 곰팡이가 피어 올라 있는 노부부의 집에도 간다. 

익산 행복나눔마켓 최인숙 팀장이 지난달 24일 KT사랑의봉사단과 함께 찾은 망성면에 있는 노부부의 집은 사람이 더 이상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찬장 밑부분 나무까지 다 썩고 겹겹이 쌓여 찌든 먼지는 그동안 짓눌러 온 삶의 고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살림을 끄집어 내고, 도배를 하고, 재활용센터를 통해 기부받은 새로운 찬장을 앉히고, 전기시설을 수리하고, 기부받은 그릇과 생필품들의 자리를 잡는 데 하 루 온 종일이 걸렸다.

하지만 허리를 가까스로 펴는 행복 배달부들의 만면에 미소가 번졌다. 너무나 좋아하는 두 노부부의 행복바이러스에 감염 된 탓이다. 최팀장은 "그 좋아하는 모습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회상했다. 행복은 주고 받는 순간 자가발전되어 생각지 못한 또다른 행복을 생산하며 그 정도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웠다.

최 팀장은 "요즘 시골에는 자녀들을 도시로 떠나보낸 어르신들이 많은데 자녀들의 왕래가 크게 줄었고. 자녀가 일찍 세상을 떠나 혼자 손주를 데리고 사는 분이 계시는 데 그분은 행복나눔마켓을 통해서 먹을거라도 해결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 한다"고 전한다. 행복나눔마켓의 기부 물품은 직접 생계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익산 행복나눔마켓은 국내 유일의 행복 매장이다. 이 곳에서는 지역사회와 기업, 단체, 개인들로부터 기부받은 각종 기부금과 물품 등을 관내 29개 읍면동에서 추천받은 차상위계층에게 배분한다. 이들 차상위계층이 매월 한 차례씩 이곳을 찾아 선택 할 수 있는 품목은 5~7가지(3만5천원 상당)로 한정 된다. 하지만 이들은 한 아름씩 행복을 안고 간다. 행복나눔마켓은 행복을 만들어 나누면서 더 큰 행복을 생산하는 행복발전소다.

행복나눔마켓에 기부되는 금품은 대부분 기업이나 단체에서 오지만 작은 기부금품도 적지 않다. 지난 8월 어느날, 한 젊은 새댁은 감자 한봉투와 양파 한망을 주뼛주뼛 전해주면서, "이렇게 조금 가져와도 되나요"라며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 했다. "지인이 조금 나눠주셨는데 가족이 먹고 조금 남아서 이것도 나눌 수 있느냐"고 물었다. 행복나눔마켓은 그의 뜻에 감사했고, 이곳을 통해 수혜를 받는 필요한 이에게 전달했다. 부위원장인 정경숙씨는 사용하던 세탁기를 부끄럽지만 내어놓았다. 이 세탁기는 함라면의 어느 위기가구 새 주인을 만나 잘 사용되고 있다.

행복나눔마켓이 더욱 기꺼운 것은 수혜자들도 나눔에 동참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한 수혜자가 어느날 생필품을 받으러 오면서 가져온 삶은 달걀 5개는 봉사자들의 마음을 더욱 따뜻이 해준다. 수혜자가 봄에 뜯어 온 쑥은 또 어떤가. 지친 봉사자들은 온 몸을 도는 쑥기운에 피로를 잊었다. 기부하는 이의 작은 손길에, 받아서 행복해 하는 이들의 마음도 너그럽다.

행복바이러스는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감염시킨다. 어느날 이미 배분되는 물품을 다 가져간 수혜자가 김이 먹고싶다고 했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자신이 보아 온 장바구니에서 기꺼이 김을 꺼내 수혜자에게 건네 또 다른 벅찬 웃음꽃이 피어나기도 했다.

행복나눔마켓은 이한수 시장의 공약에 의해 지난해 1월 출범했다. 현재까지 총 3억8천6백만원 상당의 1십만1천716건의 후원물품이 접수됐고, 읍면동으로부터 추천받은 480 가구에 생필품을 비롯해 각종 다양한 물품이 전달되고 있다. 30만 인구에, 500여개가 넘는 상공업체 수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기부금품이지만, 갓 출발한 기부와 나눔의 문화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행복나눔마켓은 오늘도 감자 한봉지, 장난감 한개, 크게는 대기업의 수백만원까지, 나눔을 통해 행복해 하고 받아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로 어우러져 익산을 봄 꽃 향기로 물들이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