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민속예술제전위원회(회장:진형섭)와 익산고적연구회(益山古蹟硏究會)는 순수 민간단체로 1984년 이후 현재까지 익산지역 문화와 전통을 발굴 유지하기 위하여 익산지역 유적에 대한 지표조사 및 연구를 해온 단체이다.

특히 선행 연구가 전무한 상태에서 2004~2007년, 2차례에 걸쳐 전라북도의 재정적 지원으로 익산시 낭산면 호암리 암각문자에 대한 발굴 및 조사를 하여 ‘익산 호암리 암각문자 조사연구(김창고著)’라는 연구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노고나 연구가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호암리 암각화가 원형을 잃기 전에 천문, 수학, 미술, 고고학, 역사학 등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고증작업을 바탕으로 문화재로 지정하는 노력과 보존이 시급 하다.

소통신문은 지역 전통 고유의 문화적 자부심을 공유하고자 위 연구서의 내용을 인용하여 호암리 유적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암각화는 바위그림으로 돌이나 금속으로 쪼고 갈거나 그어 파내는 기법과 그림으로 그린 것을 말한다.

각종 동물그림으로 유명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 등 한반도 전역에서 암각화가 발견된 곳은 모두 20여 곳이다.    

암각화는 선사문화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다른 유적이나 유물들로는 밝혀내기 어려운 당시의 정신세계를 복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암각화는 대부분 강가의 수직 절벽에 위치하고, 해가 뜰 때나 낮에 햇빛이 비친다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암각화들이 태양과 강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 주는데 어떤 주술적인 의식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암각문자 유적은 익산시 낭산면 호암리 범산에 있다. 범산은 남으로 미륵산이 보이고 미륵산 말단에 성남리 백제 고분군과 동으로 낭산 산성이 위치하고 있으며, 북, 서쪽으로는 직선거리로 13km 정도에 금강이 흐르고 있다.

범산 주변은 현재 논으로 되어 있으나 선사시대(先史時代)에는 금강과 연결된 곳으로 추정된다.

익산지역은 오래 전부터 청동기 유물이 집중적으로 발견됨에 따라 경주, 평양과 더불어 우리나라 청동기 문화의 중심지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낭산 석천리와 망성 무형리에서는 옹관묘(甕棺墓)와 같은 수합(收合)이 조사되었고, 호암리에서는 무문토기 3곳이 수습되었으며, 구평리와 성남리 등에서 무문토기가 발견되는 점으로 보아 이 지역은 청동기 시대의 주요 활동 무대로 추정된다.

또한 지금은 흔적이 사라졌지만, 낭산 산성 동쪽 말단의 밭에서는 1960년대까지 고인돌이 있었다고 진형섭 회장(마한민속예술제전위원회회장)은 고증하였다.

범산에는 모두 일곱 군데에 암각화와 암각문자가 발견됐는데 한 지역에서 대규모 암각문자가 발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주변 유적이나 유물을 살펴 볼 때 이 암각화의 상한연대(上限年代)를 기원전 3세기 청동기 시대, 초기 마한 시대로 보며, 하한연대(下限年代)를 기원후 1세기 마한시대의 유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국지에 의하면 고조선의 준왕(準王)이 연(燕)나라에서 망명한 위만(衛滿)에게 배신당하여 패한 후 바다건너 한(韓)의 땅을 차지한 후 스스로 한왕(韓王)이라고 칭하였다고 적고 있다.

이때 준왕의 피신항로가 서해 연안을 따라 금강 하구의 강을 따라 낭산 석천대로 올라와 이곳 아림국(兒林國)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되어 호암리 암각문자의 조성시기를 준왕 남천(南遷)과 연관 지어 기원전 2세기 청동기 시대 또는 원삼국시대, 즉 마한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호암리 유적 조성당시 이곳의 명칭이 아림국(兒林國)이었는데 아(兒)는 알을 말하고 임(林)은 숲을 상징하는 것으로 아림(兒林)은 알님이 거주하는 소도(蘇塗)를 지칭하는 말이다.

알야산(閼也山)은 알의 산이라는 말을 한자로 알야산을 표기한 것이다. 알의 음을 빌어 한자로 아(兒)나 알(閼)로 숲을 림(林)이나 산(山)으로 표기한 것이다.

낭(朗)은 밝음, 산(山)은 숲을 의미한다. 낭산현은 본래 백제의 ‘알야산현’이었는데 아림국((兒林國))=알야산현(閼也山懸)=야산(野山)=낭산(朗山)으로 모두 같은 지역이다.

소도(蘇塗)=삼한시대에 제의(祭儀)를 행하던 곳. 이들 여러 나라에는 각각 별읍(別邑)이 있는데 이를 소도라 하며, 성읍국가 이전 단계에서 천군이 임무를 수행한 장소이다.

각기 한 사람을 뽑아 천신에 대한 제사를 주관하게 하였는데, 이 사람을 천군이라 부른다. 소도는 청동기시대의 산물이며 천군은 통치자와는 별도로 각종 의식을 주관하였는데, 천군에서 왕으로 사회가 변모하면서 종교적 성격의 소도는 정치적 중심지로 바뀌어 갔다.

■범산의 북면에 위치한 호암리 1호암 암각문자는 전설로 내려오는 고조선시대 셈하는데 사용했던 산목(算木)을 형상화한 고대문자로 추정 할 수 있다."산목문자는 수를 셀 때 나무토막을 형상화한 숫자를 표기한 문자로 1부터 10까지를 나타내고 있다.

■2호암은 산의 중앙지점에 있는데 양측 각각 2자씩 문자가 새겨져 있다. 나 선으로 표시하거나 상형(象形)의 어떤 부분을 표적하여 산목문자에 비하여 시대가 후대로 떨어지며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3호암에서 발견되는 암각문자의 명(明)자는 아사달의 도읍지를 나타내는 문자로 추정되며, 고조선 화폐 글씨와 중국 춘추 전국시대 연나라와 제나라에서 사용한 명도전의 화폐 글씨와 연관되어진다.

■4호암의 형태는 아림국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대형 알을 연상시키는 타원형이다. 자손만대의 번영을 누리는 염원을 기원하는 뜻으로 농경과 밀접한 문자가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숫자와 관련된 암각문자가 이곳의 4호 암에서 가장 다양하게 나타난다.
또한 4호 암에서 보이는 무수한 성혈(星穴)이 270여개가 남아 있는데 별자리와 지구의 1년 360일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바위 전체에 여러 문자가 빼곡이 새겨져 있는 데 그중  우물 정(井)밑에 성혈(星穴)이 있다.
이러한 경우의 우물 井자는 사람이 태어난 곳으로 북두칠성(北斗七星)을 지칭한다.

예족(濊族)은 요동반도와 한반도 서북해안에 거주하는 범(虎)을 섬기는 토템 부족으로 호신신앙이나 정서가 이어져 청동기후기 북에서 내려온 청동기 문화가 한반도에 들어오게 되면서 암각화를 새기는 정서와 문화가 청동기 문화에 흡수되어  ■5호암의 범바위는 예족이 숭상하는 호신의 성격을 띠고 있다.

6호암은 토사에 밀려 형태를 거의 알 수 없고 3개의 성혈이 새겨져 있다.

7호암은 성좌도(星座圖)와 범산의 윷판형 암각화로 고조선의 후예들이 청동기시대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하며 4계절 북두칠성의 운행을 형상화한 것으로 천체 관측과 농경생활, 항해, 점술을 위한 행위로 보여진다. /이금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