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가 익산시의 웅포관광개발 공사기간 연장 불허처분에 대해 전체적으로 논리에 맞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익산시가 웅포관광개발(주)로부터 제출받은 관광지조성변경계획을 전라북도에 승인을 요청할 의무는 없다고 하면서도, 변경 내용이 도지사 승인 사항이기 때문에 불허처분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내용이 익산시민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시민들은 적잖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해놓고, 결국은 전라북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결론 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가 웅포관광개발(주)을 위해 익산시를 대신해 ‘사업 승인 및 공사기간 연장’을 해주겠다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대목이다.

심판 청구 내용

지난해 11월 24일 익산시는 ‘웅포관광개발주식회사’(이하 업자)로부터 제출받은 ‘사업(공사)기간 3년 연장 및 계획변경 승인 신청서’를 반려했다. 또 공사기간을 연장해주지 않기로 했고, 사업기간인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업자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지체상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자는 반려처분 6일 만인 11월 30일 전라북도행정심판위원회(위원장 정헌률 부지사)에 익산시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다.
청구 취지는 두 가지였다.

첫째, ‘익산시장은 전북지사에게 웅포관광지 조성계획 변경승인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산시장은 승인 권한이 없기 때문에, 도청에 서류를 제출해 도지사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둘째는 ‘익산시장이 내린 웅포관광지 조성계획 변경승인 신청 반려처분은 취소해야 한다’는 것. 우선 계획 승인이 도지사 권한 인데다, 익산시가 협조해주지 않아 공사를 못했기  때문에 반려처분은 부당하다는 의미다.

심판 결과

행정심판위원회는 의견 청취 및 서류 검토를 거쳐 13일 재결(심판)을 내렸는데, 첫 번째 청구취지는 기각하고, 두 번째 것은 인용했다.

도 관계자에 따르면, 익산시장이 전라북도에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는 청구취지를 기각한 이유는 “사업시행자인 익산시장이 반드시 도청에 승인을 요청할 의무는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또한 익산시의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는 청구를 인용한 것은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 47조에 따라 시설지구별 30% 이상을 초과하는 계획변경은 도지사 승인 사항이기 때문”에 익산시가 임의대로 반려 처분한 것은 잘못됐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웅포관광개발단지 내 공공편익시설지구와 휴양오락시설지구 변경사항이 각 지구 내에서 30%를 초과하는 것이어서 도지사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행정심판위 결정은 익산시장이 도지사 승인을 요청할 의무는 없지만, 도지사에게 승인 권한이 있는 사안은 도청으로 넘기라는 얘기다.

시민 외면하고 업자 대변한 꼴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은 일견 설득력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번 심판으로 인해 익산시민과 시청은 손해를 보고, 공사를 게을리 한 업자에게는 면죄부만 주는 상황을 만들어줬다.

전라북도 행정심판 관련 부서에 따르면, 행정심판위원회가 업자의 청구 취지를 인용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공사가 지연된 데 따른 책임이 일부 익산시에 있다는 것이다.

업자는 2007년 3월 5층짜리 호텔을 지으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해 5층짜리 콘도를 10층으로 증축하는 대신 호텔을 빼 달라고 익산시에 요청했는데, 익산시는 콘도 증축은 승인했지만, 호텔 배제 부분은 시간을 끌면서 허가해주지 않았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기간 연장 불허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

행정처분은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원칙인데, 공사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고 지체상금을 부과할 경우 업자가 입는 피해가 막대하고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계획승인변경 신청이 들어오면, 경미한 사항은 익산시장이 처리할 수 있지만, 변경 내용이 개별 시설지구 총 시설의 30%를 초과할 경우에는 도지사 승인 사항이므로 시장이 반려 처분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

업자 책임소재 못 가리고, 면죄부만 부여

당초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웅포 관광개발을 승인한 이유는 골프장을 지으라는 취지가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업자는 자금 부족 및 계획변경을 내세우며 골프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완료하지 못했고, 미등록 상태에서 불법으로 골프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게다가 자기자본금 200억 원을 충당하지 않았고, 협약서상 예치하도록 되어 있는 공사이행보증금(전체사업비의 10%)도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시민들은 웅포관광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없었고, 익산시와 주민들은 업자를 위해 공유지와 사유지를 싼값에 내놓아야 했다.

게다가 업자의 청구 취지대로라면 승인이 필요한 것 외의 다른 시설들은 모두 완공했어야 했는데도, 어는느것 하나 완료한 것이 없는 형편. 

특히 업자는 익산시에 변경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사업기간을 연장해줄 경우 일부 시설을 변경하겠다는 한장짜리 서면 '진술서'로 대체했는데, 익산시의 입장에서 이를 사업계획변경신청서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행정심판위원회가 관광개발 승인의 취지,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은 외면하고, 익산시가 협조를 해 주지 않아 공사를 못했다는 업자의 논리에 경도된 처분을 내렸다는 시민들의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익산시 책임 뭔가

행정심판위원회는 익산시가 2009년 10월 업자로부터 제출받은 사업계획승인요청에 대해 감사원감사, 지방선거, 검찰조사 등을 내세우며 결정을 미루다가 지난해 11월 22일 반려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업자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했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업자가 낸 계획변경안이 도지사 승인사항이었는데도, 담당 부서에서 전라북도에 승인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익산시장은 해당 부서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행정심판 패소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공사이행보증금을 받지 않고 방치한 점, 호텔건립을 사업계획에서 제외시켜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해놓고 차일피일 미룬 점, 행정심판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은 점 등은 따져봐야 할 과제로 남는다. 

"공사기간 연장 불허처분으로 익산시는 대외적 명분을 찾고, 행정심판으로 업자는 실리를 찾는 방식으로 시청과 업자간 암묵적인 묵계가 있었던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

익산시는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 공문이 오는 대로 법률 자문을 거쳐 대응할 계획이다.

이번 행정심판으로 지체상금 부과를 중지해야 할 것인가의 여부와 시설변경계획과 사업기간 연장 모두 전라북도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것인가도 논란거리다.

또 업자가 협약서상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책임을 어떻게 물을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가 변경된 사업계획 및 사업기간 연장을 허가할 경우 '특혜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