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일원에 방치돼 있는 고도(古都) 모습은 곳곳이 상처나 있다.

마한 백제의 수도였던 금마면 소재지 및 주변지역과 왕궁면 왕궁리 유적지를 둘러싼 환경은 행정과 주민의 무관심으로 인해 불결하고 어수선한 상태에 있다.

게다가 보존되어 있는 문화재와 유적은 드물고 유적지 주변에 난개발이 이뤄져 고도는 곳곳이 상처가 나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2004년 3월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익산시 금마면과 왕궁면, 여산면 일대 43.7㎢가 '고도(古都)'로 지정되고 향후 10년간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으며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고도는 궁궐과 관아, 사찰, 성곽, 왕릉 등을 갖춰야 하는데, 익산시와 함께 경주와 부여, 공주시가 고도로 지정됐다. 

익산시의 고도보존 계획

익산시는 정부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마한·백제의 중심지였던 금마면과 왕궁면 일원을 정비할 계획이다.

1단계사업은 2015년까지, 2단계는 2020년까지며, 우선 금마면 소재지 일대를 '금마역사마을'로 조성할 계획이다. 민자1천70억여원을 포함해 총 6천억원 가량 투입될 예정인데, 금마면 소재지 전체를 역사도시로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게 계획의 주요 내용이다.

조선시대 금마 관아 및 객사 복원, 시가지 중앙으로 흘러내리는 옥룡천 복원 및 산책로 조성, 전통거리 및 한옥 숙박촌 조성, 각종 편의시설 건립, 한옥형 면사무소, 전통시장 및 주민이주단지 조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지원 계속돼야

국비를 지원받아 옛 모습을 현대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 자체가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10년 이상 20년까지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데 따른 위험부담이 있다.

고도보존사업에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경비는 민간투자를 포함해 8천억 원 가까이나 되는데, 이중 국비가 3천억원이 넘는다.

따라서 정부가 시급하지 않은 문화역사 부문에 막대한 예산을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지 우선 걱정된다. 고도로 지정된 곳은 익산 외에 3곳이 더 있다.

또 국비가 투자된다 하더라도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크게 삭감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실제로 정부는 익산시가 올해 예산으로 187억원을 요청했는데, 12억원 정도만 반영했다. 이런 추세로 사업을 완공하려면 150년 이상 걸린다. 

지방비 부담 과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전체 사업비 중 자치단체의 부담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총사업비 6천억원 가운데 국비가 1천950억여원이고, 익산시와 전라북도 즉,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몫이 1천500억원이나 된다.

따라서 익산시는 전라북도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 연평균 150억원 정도를 투자해야 하는데, 한해 가용재원이 70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익산시로서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편성한 예산은 5억1천400만원, 이중 익산시는 절반인 2억5천700만밖에 책정하지 못했다.

이런 실정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액 국비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고도보전에 관한 특별법'은 '고도 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명칭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용 또한 개정돼야 할 부분이 많다.

역사유적 보전 및 복원 과정에서 재산권 행사를 제약당하거나 박탈당하는 주민들에 대한 보상 뿐만 아니라, 단순히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된 법 조문을 "비용의 전부"를 지원하도록 개정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특별보존지구에 대해서는 사업비의 70%, 역사문화환경지구에는 50%를 지원하고 있지만,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국가여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비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지원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조배숙, 이춘석 국회의원의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주변 환경정비 절실

금마나 왕궁 등 옛 역사문화를 간직한 곳이 많은 데도, 익산시가 '고도'(古都)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주변 환경이 너무 난잡하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역사의 현장이 보존되어 있지 않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 적다는 점이지만, 다음으로 우려되는 것이 난개발로 인한 '지저분한 이미지'다.

제 멋대로 들어선 소규모 상업시설과 중소형 공장, 낡은 주택·건물과 정비되지 않은 도로와 주변, 간판, 전신주, 더러운 하천 등이 고도(古都)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또 유적지 인근에 금마·왕궁·낭산 농공단지, 현재 조성중인 일반산업단지 및 과학의료단지, 국가식품클러스터단지는 앞으로 익산시의 고도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단계부터 정밀한 경관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곳곳에서 복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폐석산'은 흉물중의 흉물로, 익산시의 행정이 얼마나 부패하고 낙후되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왕궁리 유적과 가까운 돼지 축산단지는 익산시의 이미지 전체를 깎아 내리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폐쇄 및 재개발이 필요한 사업이다.

군 관련 시설 이전

우리나라에서 고도(古都) 지역 내에 군부대가 있는 곳은 익산시가 유일하다.
금마면 신용리 일대에는 7공수특전여단이 있는데, 조속한 이전이 필요하다는 게 주민들의 여론이다.

주민들이 불편하거나 문화재 발굴이 어렵다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유적지구 내부에 군부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국가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여산면 제남리에 있는  '육군부사관학교'도 군 관련 시설인 만큼 이전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부대 이전은 논의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옮겨갈 부지 인근의 주민 반발까지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지금 당장 이전 논의를 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