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0만평의 웅포관광지개발계획을 승인하고 사업실패에 책임지지 않는 전라북도의 행정을 바라보는 익산시민들의 눈길이 곱지 않다. 

특히 관광지 개발 만료 시한인 지난해 12월31일까지 개발업체인 웅포관광개발주식회사가 공사를 완료한 것은 골프장뿐이다.당초 계획으로는 1천700억여원을 투입해 골프장 외에도 골프연수원과 골프학교, 콘도미니엄, 호텔, 전원형 콘도, 자연학습장, 다목적 광장, 산책로 등을 조성키로 했던 것.

이런 방식으로 웅포관광지 개발계획이 겉으로 ‘공익사업’ 성격을 띠면서 익산시는 시민의 공공재산인 시유림 6만3천여평을 업자에 팔았다. 사업부지 내에서 살고 있던 주민들은 강제로 토지를 빼앗기고 이주해야 했다.  하지만 업자는 골프장을 정식 등록하지 않고 2007년 11월부터 시범라운딩 형태로 수년간 불법 운영했다. 다른 시설들은 착공 인허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를 눈감아 준 전라북도는 여론이 악화되자 올해 들어 검찰에 고발하는 등 늑장 대처했다. 또 2006년 4월 전라북도는 골프장 면적을 늘리고 공익사업 부지를 줄여달라는 업자의 계획을 승인해주기도 했다. 공사기간도 2006년 12월에서 2010년 12월로 4년이나 더 늘려줬다.

이에 따라 골프장은 27홀에서 36홀로 늘었지만, 당초 조성키로 했던 시민 휴식공간 조성면적은 현저히 줄었다. 업자에 대한 특혜시비가 일어난 것은 당연했다.  

감사원은 두 차례 감사를 벌였다. 웅포관광개발사업은 원래 1997년 문광부로부터 승인돼 2000년 익산시와 민간투자자가 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는데, 첫 감사는 2002년 2월에 실시됐다.
시유림 불법 매각과 당시 도지사 측근의 이권개입설, 업체 관계자의 정관계 뇌물 수수 문제 등이 발단이 됐다.

2008년에는 두 번째 감사가 이뤄졌다. 관광지조성계획 변경 및 민간사업자 지정의 부적정, 민간사업자 사후관리 부실, 업자의 사업 수행능력 부재 등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익산시에 새로운 사업자 선정 및 시민을 위한 휴양지 조성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하지만 2011년 현재 업자는 재정적자를 겪고 있고, 각종 휴양시설 공사는 착공조차 되지 않은 채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준수되지 못했다.사정이 이러하지만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공사를 못한 데 대해 익산시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고, 익산시가 공사기간을 연장해주지 않고 공사 지체상금을 부과할 경우 업자의 손해가 막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라북도의 원죄

전라북도는 웅포관광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처음부터 업자와의 유착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97년 웅포관광지 개발사업이 포함되어 있는 전라북도 전주익산권 관광개발계획이 문광부 승인을 받은 후 2000년 당시 조한용 익산시장과 한국프로골퍼협회가 최초로 골프장 건설을 포함한 웅포개발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당시 유종근 전북지사의 측근들이 웅포골프장 조성에 개입했고, 한국프로골퍼협회 임원들은 횡령, 뇌물수수를 비롯한 각종 불법행위에 연루돼 있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런 와중에 2002년 6월 비리 혐의에 휩싸인 유종근 지사 체제가 막을 내리고 강현욱 도지사체제로 넘어가면서도 골프장 사업도 그대로 인수인계됐다.

강 지사는 이듬해인 2003년 2월 웅포관광지 개발계획을 승인했는데, 이때 1차 감사원 감사가 실시됐다. 사업 협약부터 공유지 매각에 이르기까지 당시 떠돌았던 각종 특혜 및 불법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어 같은 해 9월 검찰 및 경찰 조사도 실시됐다.

감사원은 10월 감사를 마친 후 12월 조한용 당시 익산시장을 업무상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이듬해인 2004년 조 전 시장은 검찰 조사 기간 중 숨졌다.
감사원 조사가 마무리된 직후인 2003년 12월 당시 전라북도는 업자를 위해 골프장 예정부지

5만평을 강제로 수용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감사원과 검경 조사, 익산시장 고발 등의 조치가 있었던 첨예한 시기에 골프장 업자를 위해 주민들의 땅을 강제로 수용키로 결정한 것이다. 

각종 특혜 제공·불법은 눈감아 

익산시와 맨 처음 개발협약을 맺은 한국프로골퍼협회에 문제가 생기자, 2004년 4월 현재의 웅포관광개발주식회사가 골퍼협회를 대신해 업자로 나섰다. 이어 같은 해 7월 한국프로골퍼협회 문홍식 회장과 익산상공회의소 전 회장 한용규씨의 입회 아래 익산시(시장 채규정)와 웅포관광개발주식회사(대표 김진영)가 관광지 조성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전라북도는 2006년 4월 사업기간을 2006년 12월에서 2010년 12월로 당초 계획보다 4년 연장하고, 27홀짜리 골프장을 36홀로 늘려달라는 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 막대한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업자는 이 과정에서 골프장을 조성해 불법 시범라운딩을 운영하면서 시민 휴식공간을 착공조차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사업 시작부터 현재까지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업자와의 유착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07년 11월 업자가 36홀짜리 골프장을 등록하지 않은 채 시범라운딩을 시작한 이래 줄곧 3년 동안 감독권자인 전라북도는 불법을 묵인해줬다.

불법 골프장 영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전북도는 올해 1월 3일 검찰에 고발했는데, 그동안 전라북도는 업자에게 등록 후 골프장을 운영하라는 내용의 계고장을 일곱 차례 보내는 것으로 감독의무를 대신했다. 계고장만 보내면서 3년 동안 봐준 것이다.  

업자만 대변, 대책은 없어

현재 업자는 골프장을 제외한 여타 시설들을 전혀 착공하지 못한 상태인데, 익산시는 약800억원어치에 해당하는 사업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상의 부실 때문에 기간을 연장해준다 하더라도 완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익산시와 시의회의 입장이다.

시의회 송호진 의원은 27일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업무보고를 청취하는 자리에서 2009년 웅포관광개발의 총매출은 158억여원인데, 금융 이자를 포함한 영업외비용은 116억여원, 당기 순이익은 마이너스 126억원에 달한다며 업자는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업자가 유일하게 완공한 골프장 운영만 보더라도 적자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기간을 연장해 준들 800억 원이 넘는 미착공 시설들을 완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웅포관광개발의 자기자본금은 50억원, 부채는 2천600억 정도로 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이 5천200%나 되는 부실덩어리다.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업자의 의지도 의문시된다. 07년 11월 콘도공사를 시작했는데, 골조공사를 진행하다 이듬해 6월 자금부족 및 시공사 부도를 이유로 공사를 중단해버렸다.

그런데도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는 공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익산시의 처분은 부당하기 때문에 취소해야 한다는 재결을 내렸다. 따라서 대체사업자를 선정해 시민휴식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익산시의 자체 노력까지도 물거품이 됐다.

이에따라 공사기간을 3년 연장해 다시 완공에 실패할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 익산시민들의 손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전라북도가 익산시민의 이익을 볼모로 신뢰성 없는 업자를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