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은 전북대 익산대 통합 과정에서 시민대책위원회에 3천만원의 금품을 약속·제공한 혐의로 이한수 시장을 비롯한 전·현직 공무원 2명을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사적 감정에 의한 진정, 증인들의 허위진술 및 번복, 3년 전 이미 종결된 사건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평가 속에서 법정에서 혼란이 야기됐고 검찰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특히, 부족한 증거에 의존한 수사, 신뢰성 없는 증인들을 채택한 검찰은 이번 케이스를 통해 수사기법과 법리검토 등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여론을 초래했다.

이 사건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던 업자가 자신의 영리목적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익산시장을 진정하면서 발단돼 검찰의 수사와 기소의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구나 이 사건은 3년 전 검찰이 조사한 끝에 무혐의 처분을 했던 사안이고, 이번 검찰 진정인인 업자 역시 3년 전에는 검찰의 수사 방향과 전혀 배치되는 진술을 했던 인물이어서 재수사의 단초부터 검찰의 신중한 검토가 요구됐었다.

게다가 이번 익산시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재판은 1차심리에서부터 4차 심리인 결심공판에까지 주요 증인들이 진술을 잇따라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 법정이 큰 혼란을 겪여야 했다.

또 다른 문제는 3년 전에 이미 수사가 종결된 사안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데 따른 광의적 일사부재리원칙 위배론이 대두, 국가 행정력 손실 논란도 일었다.이번 사건의 발단은 함열에서 폐기물사업을 하고 있는 최씨에 의해 시작되었다.

최씨는 지난 13일 열린 2차 심리에서 변호인측의 진정배경 질문에 대해 "이 시장이 내 사업을 끊임없이 방해해 3년 동안 영업을 못했고, 직원들을 시켜서 폐기물 시료까지 바꿔치기 했으며, 법을 어기면서 부당하게 지시하는 사람은 더 이상 시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고발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는 3년 동안  최씨가 폐기물 관련 사업을 영위하면서 가진 개인적 감정의 골이 깊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익산시에 따르면 최씨는 사업장폐기물 최종처리업에 대한 허가를 2009년 2월 얻은 뒤 같은해 8월 경 보완 및 증설허가를 익산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당시 익산시가 폐석산에 폐기물처리에 관한 허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여서 최씨가 요구한 연장허가 등이 지연, 이에 대해 최씨의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8년 당시 엇갈린 진술은 13일 열린 2차심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일 진술한 김씨와 최씨의 증언이 서로 엇갈렸다.

당시 대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씨의 경우 세차례의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첫번째와 두번째 조사에서는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진술하고 세번째 조사에서는 당초 진술을 뒤집었다.

2차 심리에서 검찰이 당초 진술을 뒤집은 배경에 대해 추궁하자 김씨는 “검찰 조사 당시 잘못 진술했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또 이번 심리에서 이 시장의 경비 지원 약속에 대해서도 진술을 뒤집고 "이 시장이 확실하게 경비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도 1차 심리의 진술에서 이한수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지만, 4차 공판심리에서는 진술을 번복했다.

또한 이 사건은 신뢰성이 없는 증인들과 이를 채택하여 기소까지 이르게 한 검찰의 부주의도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익산 지역사회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일했다는 이 시장에 대한 평판과 자신의 사익을 위해 기소까지 이르게 했다는 평판에 대해 검찰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익산지역민들과 공직사회의 중론이다.

한편, 재판을 지켜본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검찰이 구체적인 증거를 법정에서 제시하지 못한 채 주로 당시 증인들에 의존하여 기소했다는 평가다.

참석자들은 "변호인단의 사실적 법리적 변론에 충분한 공감을 느낀다면서 검찰이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공소이유도 변경하는 등의 결과를 볼 때 시장직을 박탈해 예산을 낭비해가면서 재선거를 치를 정도의 사안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평했다.

지난 27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한수 시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이 사건은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자치단체장의 전형적인 선심성 기부 사건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 순수한 동기와 경위를 깊이 참작할 때 피고인에게 상을 주어야 할 사안이지 벌을 주어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는, "익산대·전북대 통합합의서 이행 촉구 익산시민대책위원회 활동이 익산의 미래발전을 위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익산시민들의 법감정을 대변한 부분으로 풀이된다.

2007년 당시, 전북대가 같은해 7월10일 수의대학 익산캠퍼스 설치를 철회하고 합의서를 변경해 시민들은 5월29일의 합의서대로 수의대 익산캠퍼스 이전을 강력 요구했다. 1963년에 이은 1974년 농과대학과 공과대학 전주 이전, 2000년 CBS익산방송국 전주이전, 혁신도시 전주 유치, 경주마육성, 양성자가속기 등 국가사업유치 실패 등의 좌절감을 맛보아 온 익산시민들로서는 '빼앗기는 익산역사 고리를 끊겠다'는 절박한 각오로 결집한 것이 본질이며, 이한수 익산시장도 여기에 직무를 다해 협력한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2007년 5월 16일 전북대학교 서거석 총장은 익산솜리예술회관에서 익산시민들에게 전북대학교와 익산대학이 통합되면 농학계열 단과대학 승격과 수의과대학을 익산캠퍼스로 이전하여 총 학생수 1,460여명을 유치하고 인수공통 난치병 연구소 등을 익산에 설립하여 국내 어느 대학에도 뒤지지 않은 대학으로 육성하겠다고 익산시민들에게 약속했다. 또한 같은 해 5월 29일 전북대학교와 익산대학간에 체결한 통합합의서에 따르면 "수의학과 익산 이전과 단과대학 승격으로 총학생 수 1,340명을 유치한다"고 합의하여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한달여 만에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32만 익산시민에게 약속한 수의과 대학 이전을 철회하고 일방적으로 공과대학 1학년생과 농업관련 단과대학을 유치한다고 밝힌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빼앗긴 역사 과거의 아픔 되살린 전북대의 약속 변경

익산시민들은 전북대학교와 익산대학의 통합은 대학의 발전 뿐 아니라 지역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런데 전북대학교가 익산시민과 한 약속에 통합합의안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특히, 공과대학 1학년생만 익산대로 이전한다는 것은 익산시민들에게 과거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발상이라는게 익산시민들의 중론이었다.

전북대 농과대학 전주 이전

전북대학교의 약속 번복은 지난 1963년과 1974년 두차례에 걸쳐 익산시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채 전주로 농과대학과 공과대학을 이전한 것처럼 또 다시 전북대학이 익산대학마저 흡수통합해 전주로 이전할 것이라는 염려를 불렀다.

2007년 '익산대·전북대 통합합의서 이행 촉구 익산시민대책위원회' 활동에 참여한 익산시민들은 지역발전을 외면하고 익산시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오로지 교직원 안위만을 생각하는 대학간 통합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익산시민 팔아먹은 CBS 방송국의 전주 이전

2006년 CBS 방송국의 전주 이전은 익산시민 전체의 반발을 샀다. 당시 언론은 전주 이전에 대해 "익산 배반, 바리새인, 종교윤리 저버린 CBS, 시민재산 팔아먹는 CBS, 기독교계 분기탱천, CBS 이전은 익산 전체를 잃는 것" 등 수많은 비판을 제기, 익산시민들의 정서를 전했다.

CBS익산방송국은 지난 1959년 익산지역 기독교실업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 인화동에 150평 규모로 지은 것이 시초가 되었으나 오늘날 익산지역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면서 마지막까지 상식밖의 행태를 보였다는 비난여론을 초래했다.

CBS 방송국은 익산이 본산이었고, 익산 기독교인들 뿐만 아니라 익산 시민 전체의 정신적 모태였고 익산시민들이 벽돌한장 한장 모아 쌓아올린 금자탑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하루 아침에 이 익산시민들의 땀과 정성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로인해 심지어는 "CBS방송국이 하느님을 배신했다"는 비난여론까지 일었다. 이렇게 익산시민들이 가진 패배감과 절망감은 신앙을 넘어서는 참담함이었다.

좌절과 절망감 안겨 준 혁신도시 유치 평가

익산시와 전주-완주가 최종 경합을 벌인 혁신도시 유치전은 성과공유와 교통의 접근성 등 모든 면에서 익산시의 점수가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전주-완주가 혁신도시 입지로 최종 결정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평가 결과였다. 

익산을 벗어난 인근 시·군에 혁신도시 유치가 확정될 경우 그야말로 익산은 블랙홀 효과에 맞물려 인구 15만 내외의 보잘 것 없는 농촌도시로 전락할 것은 자명하고 고속철 역사 또한 심한 도전 속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절망감이 팽배하다.

깨끗하고 재해가 없는 천혜의 농업자연환경, 전주보다도 우수한 중·고등 교육환경, 천년고도의 역사성, 사통팔달의 교통도시, 축적된 농업 노하우 등과 어우러진 혁신도시 익산유치는 익산시민들의 꿈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꿈을 익산시민들은 잃어버렸던 것이다.

근래의 혁신도시의 전주-완주 유치 결정은 익산시민 모두에게 절망과 좌절을 안겨준 뼈아픈 과거였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