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익산시청에 전달된 웅포관광개발 관련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서는 익산시가 개발업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익산시가 개발업자인 웅포관광개발주식회사의 사업계획 변경 신청서를 반려하고 사업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다.

이는 업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공익적 관광지 조성을 염원했던 익산시민의 입장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애초부터 웅포관광지 개발은 공익시설 조성을 전제로 업자에게 골프장을 허가해주는 등 여러 특혜를 제공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이 사안이 업자의 이익과 시민의 이익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을 심리과정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판정은 업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과도한 사익침해?

업자가 2009년 10월 13일 제출한 관광지조성계획변경안에는 공사기간을 3년 더 연장해줄 것과 일부 시설을 추가하거나 제외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지난해 11월 업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회신을 보냈다.

사업기간은 이미 한차례 연기(4년) 됐었고, 사업 만료기한인 지난해 12월까지 충분히 사업이 이뤄질 수 있었는데도 골프장 이외에 완료된 사업이 없기 때문에 사업기간을 다시 연장해줘도 완료될지 의문스럽다는 이유였다.

또 사업 기한 내에 개발을 완료하지 못할 천재지변이나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정심판위는 익산시가 독단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업자가 제출한 사업계획 변경안은 가벼운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법에 따라 도지사의 승인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생략했다는 것.

따라서 익산시는 업자가 전라북도의 판단을 구할 수 있는 권리를 해쳤다.

또 공사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아 업자가 1일 8천만원의 막대한 공사 지체상금을 물어야 할 상황에 처했는데, 이는 지나친 사익침해라는 것. 따라서 행정법의 일반원칙인 '비례원칙'에 위배될 수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지역경제에 미치게 될 영향, 그동안의 과정, 익산시와 업자가 제출한 서류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익산시의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익산시의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게 재결의 주요 내용이다.

익산시민의 권리는 외면

행정심판위의 결정은 업자의 권리 및 사익 침해에 방점을 둔 것으로, 지나치게 업자를 비호했다는 익산시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웅포관광지 개발은 표면적으로 허가 관청인 전라북도·익산시와 개발업자인 웅포관광개발주식회사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사업은 익산시민과 전북도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관광지를 조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목적으로 시작한 '공익사업'이기 때문에 행정청과 업자와의 관계를 뛰어넘는 '사익과 공익'의 충돌이라는 점이다.

공익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 지금이라도 이 사업은 폐기처분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행정심판위원회는 이 문제를 단순히 익산시청의 행정과 업자와의 관계에서만 고려했을 뿐, 업자의  약속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공익 침해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특히 △사업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은 것이 과도한 행정처분인가 △업자의 행위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업자가 지금까지 협약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노력을 보였는가에 대해 집중 탐구가 필요하지만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런 작업을 하지 않고 익산시의 처분이 지나치게 사익을 해치기 때문에 균형을 잃은 과도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으로 익산시가 사업자의 제안을 거부한 명분도 설득력이 있다.

기존 사업기간 내에 사업을 완료하지 못할 사유가 없었다는 점, 사업 기간 연장시 완료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 이미 한차례 사업기간을 연장해줬다는 점은 중요한 판단 근거를 제공해준다. 

“사업 지연에 익산시 책임” 

업자가 지난해 말까지 사업을 완료하지 못하고 지체된 원인에 익산시가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본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은 법 적용에 앞서 사회통념과 상식을 저버린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익산시가 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업자는 이를 받아 챙기는 형식이 문제돼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은 것이지, 업자의 합법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광지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행정과 업자의 지나친 유착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감사원 조사가 두 차례 있었는데, 2004년 2월 감사원은 익산시에 1차 감사 결과를 통보하며 행정자치부 심사 및 의회 승인 미결, 사업수행능력 검증 미이행, 부지 저가매각 협정, 시유림 불법 매각 등을 지적했다. 이 모든 것들이 업자에 대한 특혜였고, 이 특혜 속에서 업자는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감사원은 또 2008년 2차 감사를 벌였는데, 민간업자의 선정 부적정 및 업자의 자기자본 확충 미이행, 웅포관광지 조성계획 변경 부적정 등을 지적했다.

감사원의 지적은 익산시가 재원조달 능력이 없는 사업자를 선정한 것이 잘못됐고, 업자는 협약서상 자기자본금 200억원을 충당해야 하지만 50억원밖에 없었던 점을 문제삼았던 것이다.

또 27홀짜리 골프장을 36홀로 늘리면서 주민 휴식공간이 줄어드는 데 대한 우려도 함께 표명했다. 

그러나 익산시는 2011년 현재까지 자본금 확충을 위한 실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협약사항 이행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데 그쳤다. 

감사원의 지적과 익산시 및 전라북도의 사후관리 행정은 업자의 편의 봐주기로 일관한 흔적이 보인다. 

따라서 비전문가적인 안목으로 보아도 업자는 익산시에 책임을 물을 자격이 없고,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도 업자의 변명을 수용하지 않아야 정상인데, 이번에 어이없는 결정을 한 것이다.

업자의 사업계획 변경 내용이 중대하기 때문에 도지사에게 승인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사업이 지체된 원인을 익산시가 일부 제공했다고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같은 맥락이다.

시민, 구상권 청구해야 하나

익산시, 나아가 전라북도의 잘못으로 사업이 지체돼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될 것인가가 향후 논란거리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

특히 사업이 지체돼 시·도민들은 피해를 입은 반면 업자는 공사를 지체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양상이다. 당시 지역발전을 위한다며 토지를 팔라고 독촉했던 익산시와 흔쾌히 땅을 내놓은 주민들, 강제로 땅을 빼앗긴 주민들 모두 웃음거리가 됐다.

따라서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의 논리대로라면 공사 지연 및 사업실패 책임소재를 따져 그 비율대로 시민과 주민에게 손실을 보상하는 게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사업이 실패하거나 중도에 사업계약이 해지돼 익산시민의 혈세를 부담해야 할 경우 시·도민들이 집단으로 시청과 도청, 관계공무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