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상 부시장이 주도한 이번 인사는 조직 변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신상필벌과 무능·부패공무원 퇴출이라는 인사혁신방안은 실천하지 못했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조직을 갑작스럽게 ‘헤쳐모여식’으로 재편한 것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공직사회 변화의 토대를 마련한 시도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가장 선명하게 강조했던 개혁적 면모는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알맹이는 없고 혼란스럽기만 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능공무원 퇴출제 지연돼 

부패 무능 공무원 퇴출방침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카드였다. 인사에 앞서 이한수 시장은 서울시 사례를 들며 부패·무능 공무원 퇴출 의사를 밝혔고, 유기상 부시장도 인사 단행 직전에 실시된 인터뷰에서 무능공무원을 가려 재교육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퇴출제를 이번 정기 인사가 마무리 된 후 추진키로 방침을 수정하면서 다소 연기된 양상이다.

이에 대해 인사를 담당하는 행정지원과 관계자는 "부패 무능공무원 퇴출제는 이번 인사와 상관없이 별도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언제 실시할 것인지 시기는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청 안팎에서는 공무원노조의 반발 때문에 유보된 드래프트제와 함께 공무원 퇴출제 시행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책성 인사 모호

유 부시장이 강조했던 '신상필벌' 원칙도 다소 모호하게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행정지원과는 우수농산물 공급센터와 악취민원 해소 전담반에서 열심히 일한 직원을 발탁해 보직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청이 밝힌 발탁인사는 이들 2명이 전부다. 특히 부패 행정으로 지적받았거나 업무 성과가 낮은 직원에 대한 조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하기보다는 다른 부서로 발령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직 변화, 일단 긍정적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원칙이 지켜졌던 점은 복지부동이었던 조직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6급 이하 인사에서는 인허가 및 단속·토목·건축 등을 담당하는 기술직 공무원은 2년 이상, 기타 직원은 3년 이상 현 부서에서 근무한 경우 대부분 다른 부서로 전보됐다. 특정 부서에 오래 있어 생기는 부패·유착 고리 형성 가능성을 차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담당(계) 단위에서는 직원들이 모두 교체돼 혼란을 겪고 있는 부서도 있고 갑작스런 이동으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약간의 혼란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전보발령에 융통성을 발휘하게 되면 전보된 사람과 유임된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전보발령에 관한 원칙 자체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선 형평성 문제

전보 발령에 대한 원칙이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적용됐음에도 일부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사무관급(과장) 이상 인사에서는 6급에 적용된 인사원칙을 적용하지 않아 현직에서 2년 이상이어도 유임되는 사례가 있었다.

또 일부 부서의 경우 2년 또는 3년 이상 현 부서에 근무한 6급 이하 몇몇 직원들은 부서장의 의견을 반영해 유임시켰다. 이에 따라 힘 있는 부서장만 직원을 유임시킬 수 있었다는 비난도 나온다.  

간부 공무원 변화 부족

사무관 이상의 간부 공무원들은 이번 인사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신상필벌에 따른 문책 인사는 없었고, 6급 이하 직원에 적용한 전보 원칙마저도 피해갔다. 결국 본청 내 국·과장급 인사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다만 의회사무국 하윤국장(4급)을 한시적으로(6개월) 대기발령했는데, 이는 문책성 인사가 아니라 국장급 보직이 1석 모자랐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번 인사는 지금까지 정체되어 있던 6급 이하 하위 직원들의 전면적인 조직 변화 이외의 의미는 둘 수 없게 됐다. 앞으로 부패·무능공무원 퇴출제를 시행할지, 6급 이하의 전보발령이 업무 쇄신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과제로 남겨졌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