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치단체에 다시 통합바람이 불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9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직속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2009년 행정안전부가 몇몇 지역의 자율통합을 시도하면서 잠깐 달아올랐다가 잠잠해진 통합 논의가 다시 불 붙고 있다. 하지만 행정체제 개편이 주로 공무원과 정치권 차원에서만 언급되고 있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기존의 논의과정

행정구역제도를 바꾸자는 논의는 수십 년 동안 있어 왔지만 인접 시군을 통합해 광역화하는 내용의 개편논의가 중앙정치권이 아닌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2009년부터다.  같은 해 8월 행정안전부는 시군이 자율적으로 통합할 경우 재정적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겠다며 자치단체들 사이에 통합논의를 부추겼다.

갈등만 남기고 끝난 전주-완주 통합논의와 함께 익산에서는 당시 군산과의 통합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익산과 군산을 통합하고 김제 장항 서천을 추가로 흡수해  준 광역도시로서의 위상을 다져가자는 게 논의의 핵심이었다. 

당시 이한수 익산시장은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경제중심권역인 군산과 백제문화권인 익산의 통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석(익산갑) 국회의원은 "익산-군산과 서천 부여 논산 등을 통합해 가칭 백제시 또는 금강시를 설립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배숙(익산을) 국회의원은 "익산과 군산은 지리적으로 인접해있고 산업통합을 통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김제까지 아울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시 주목할만한 점은 경제단체에서 군산과의 통합논의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익산시상공회의소 박헌주(59) 부회장은 "당시 군산상공회의소 박양일 회장 등 관계자를 두 차례 만나 회의를 열고 통합논의를 진행했었다"며 "양 상공회의소에서는 익산과 군산이 통합되는 것이 전주완주에 대응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논산과 통합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은 논산이나 다른 지자체보다는 군산과 통합해 김제 장항 서천을 아우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상공인들은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익산시의회에서는 2009년 9월 김용균 시의원이 시정질문을 통해 "내륙의 익산시와 해양의 군산시를 통합하면 서해안은 물론 동북아 거점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며 군산과의 통합 추진을 익산시에 요구했다. 김 의원은 또 "법원·검찰청, 축협 등 익산과 군산이 이미 함께 하고 있는 기관들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 합의 틀 마련 절실

이 같이 지금까지의 행정체제 개편논의는 행정·정치권의 주요 인사와 일부 경제인들 사이에서만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내년 6월까지 지자체 통합방안을 마련하고 2014년 지방선거 때까지 개편을 완료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되고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상태다. 따라서 이제는 대시민 홍보와 함께 시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기구 또는 논의의 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주민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열렸던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정책포럼에서 시의회 송병원 의원은 "행정체제 개편안이 절대 밀실에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며 "무엇보다 주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토론자는 "익산시민 대다수가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뜻을 결집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산참여연대 이상민 처장은 "우선 익산시가 타 지역과 상생 발전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주민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