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Ⅰ. 재래시장정책 이대로 좋은가
Ⅱ. 시장의 현황, 상인들의 이야기 ①
Ⅲ. 재래시장을 살리려면

2001년 전북 익산시에 최초로 들어온 유통업계의 '골리앗'은 롯데마트였다.
2006년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차례로 입점했다.
이때까지도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몇몇 수퍼 주인들은 의자에 앉아 손님을 맞았고, 대부분의 재래시장 상인들은 자신들이 매일 이용하는 깨끗하지 못한 화장실에서 손님들이 용변을 봐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이들은 대형마트가 들어올 무렵 직감으로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지만 시민단체와 연대한 일부 상인을 제외하고는 격렬한 저항을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토착 상인들은 '골리앗 수퍼'들이 저승사자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생계문제에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진정으로 두려워했다면 '골리앗'들은 입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꼬이고 있다고 느꼈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시민들은 덩치 큰 '점방'이 내미는 편리함과 깨끗함에 중독됐고, 2006년 이후 지역 자금은 매년 1천억원 넘게 유출되기 시작했다.

연 매출액 2천억원

초등학생 25년간의 무상급식비

연 매출액 2천억원이라는 돈은 올해 익산시 세입 총액의 두 배가 넘고, 전체 농업예산의 2.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올해 익산시가 거둬들일 세금은 930억원, 농업에 편성된 예산은 820억원이다.

특히 익산시 전체 초등학생 2만1천703명 에게 25년 동안 무상급식을 해줄 수 있는 돈이다.
익산시에는 현재 도서관이 두 개 있는데, 다음달 완공되는 익산시 최대 도서관인 3천평 부지의 '모현도서관'을 한꺼번에 20개나 지을 수 있는 금액이다. 동네 엄마들이 염원하는 작은도서관은 2천100개나 만들 수 있다.

'골리앗' 세곳의 매출액은 2만평 면적에 축구장 풋살경기장 테니스장 족구장 농구장 인라인장 체력단련실 장미정원 분수 조깅트랙 산책로 맨발지압로·500석 규모의 야외음악당을 갖춘 배산체육공원을 15개나 지을 수 있는 돈이다. 익산시 총 부채 1천900억원을 한번에 갚고도 남는다.

역외 유출 2천억원은,
작은 도서관 2천1백개
익산시 영유아 4년
보육비
골리앗 수퍼 대항,
설악산 옮겨놔도 역부족

향후 181년 동안 초중학교 아이들을 위한 원어민 교사인건비를  지급할 수도 있다. 익산시 전체 영유아 8천940명에 대한 보육지원비를 4년 반 동안 댈 수 있는 금액이기도하다. 익산시내 전체 중중장애인에게 향후 28년 동안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익산시 만65세 이상 노인 3만9천268명에게 1인당 500만원씩의 용돈을 줄 수 있고, 주차위반 딱지를 받은 12만1천명이 내야 할 연간 과태료 전액을 무려 30년 동안 면제시켜줄 수 있는 금액이다. 농축산물로 따져보면, 우량 송아지 8만마리에 해당하며, 100㎏짜리 돼지 30만7천여마리를 살 수 있다. 시장에서는 생닭을 5천만마리를 살 수 있고, 익산시민 1인당 160마리씩 나눠줄 수 있는 양이다.

먹을거리로 보면, 지난 15일 익산군산축협이 밝힌 가격을 기준으로 최고급 꽃등심 259만7천402㎏을 살 수 있다. 이는 298만7천인분(1인분 200그램 기준)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 가구 4인을 기준으로 익산시 전체 가정이 1년 동안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169인분의 꽃등심을 구워먹을 수 있는 양이다. 소갈비는 2천222만2천220인분에 해당하고, 한 가구당 289인분 꼴이다.

급식 받을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불고기는 3천125만인분이며, 한 가구당 406인분을 먹을 수 있다. 익산시의 모든 가구가 일 년 내내 소고기 잔치를 벌일 수 있는 수치다. 가을철에 농민들이 갓 수확한 80㎏들이 쌀을 144만9천가마나 살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추 값이 아주 비싼데, 이달 중순 기준 1톤 트럭 7만4천대 분량이다. 관광자원에 빗대어 보면, 3개 대형마트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을 익산에 옮겨놓은 것보다 1.6배, 지리산국립공원보다 1.1배 더 위력이 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새만금방조제와 연결되어 있는 변산반도에는 지난해 408만 명이 방문했는데, 생산·소득·부가가치 유발 총액은 1천193억원이었다. 304만 명이 찾은 지리산국립공원은 변산 보다 많은 1천716억원으로 분석됐다.

설악산은 3천351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있었는데, 앞으로 익산시민들이 매출액을 해마다 늘리고 있는 '골리앗 수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설악산을 익산시에 옮겨놔도 부족할 판이다. 익산시에는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SSM으로 불리는 '기업형 수퍼마켓'이 세 개나 더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인구유출 효과 너무 크다 

대형 수퍼 또는 대형마트 문제가 지역사회와 익산시민에게 심각하게 대두되는 이유는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현상이 시민들의 경제적 기회를 박탈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민이 자영업을 통해 벌어들일 소득을 대형마트가 대신하기 때문에 그만큼 익산시민은 경제활동 기회가 줄어든다. 틈새시장을 찾아 새로운 소비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한 중산층 자영업자 및 인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구가 줄면 재화 및 서비스 생산 감소 - 경제활동 기회의 축소 - 소득감소로 이어져 인구가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드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대형마트가 매년 서울로 직송금하는 순수익과 외지에서 생산된 농축산물 구입금액 등은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지역자금이 얼마나 유출되는지를 알기 위해 이 수치는 매우 중요하다.

익산시청 지역경제담당 부서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3개 대형마트가 익산에서 생산하는 농수축산물과 공산품·가공식품 등을 구입한 금액은 모두 2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대형마트 매출 규모
중소 자영업자 타격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대형마트 고용효과 미흡
재래시장과 상생방안
모색을

다만 이마트 익산점의 물품구매액은 익산시청에서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해에 입점한 홈플러스 익산점(55억여원)과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09년 까지 3개 대형마트가 고용한 익산시민은 1천267명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지 고용의 경우 대부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임금이 많지 않다. 이들 임금 총액은 연간 20억원 이내일 것으로 보인다.

3개사가 익산시청에 밝힌 같은 해 총 매출액은 1천724억원인데, 물품구입비 및 임금 등 220억원 정도만 빼고 나머지 1천500억원 정도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설 유지비 등 온갖 부대비용을 100억원으로 잡더라도 최소 1천400억원 가량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천400억원은 연 매출 1억원짜리 자영업자 1천400명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 가구에 3인을 기준으로 할 경우 4천200명의 인구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이다.

따라서 대형마트의 자금 유출은 같은 규모의 인구유출 효과를 갖는다. 익산시 인구는 현재 연평균 3천 명씩 줄어들고 있는데 대형마트가 인구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인구감소에 한몫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 인사·지역 상공인·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형마트를 향해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요구하고 익산시민에게 골목상권 및 재래시장을 이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