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산업의 메카를 지향하고 있는 익산시에서 두 개의 축제가 같은 기간에 다른 장소에서 개최돼 시민들은 물론 외지 방문객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관련기사 4면> 익산시 영등동에 있는 보석판매센터는 다음달 4일까지 '제45회 익산보석대축제'를 개최하기로 하고 지난 18일 개막했다.

이에 뒤질세라 왕궁면에 있는 '주얼팰리스'도 24일부터 '주얼엑스포 스프링'이라는 축제를 열었다. 행사는 다음달 10일까지 개최된다. 무려 12일 동안이나 다른 장소에서 같은 내용의 축제가 벌어지는 것. 이에 따라 방문객들은 어느 곳이 진짜 축제장인지, 왜 두 곳에서 동시에 같은 내용의 축제를 하고 있는지 혼란을 느끼고 있다.

왕궁면 주얼팰리스 주변에는 '주얼엑스포 스프링행사'를 알리는 배너가 무수히 널려 있다. 그러나 동시에 보석축제는 주얼팰리스에서 15㎞ 떨어져 있는 익산시 영등동에서 열리고 있다는 '보석판매센터' 홍보판이 붙어 있다. 같은 길목에 다른 이정표가 나란이 붙어 있는 것. 

게다가 익산시내로 진입하는 팔봉동에 접어들 때쯤 외지 운전자들은 왕궁면 주얼팰리스 행사장으로 유턴하라는 내용의 이정표를 발견하게 된다. 이쯤 되면 방문객들은 차를 돌려서 다시 왕궁면으로 가야 할지, 보석판매센터가 있는 시내로 직진하는 것이 옳은지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다.

방문객들은 왜 이렇게 이정표가 난장판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 형편이고, 상인단체가 둘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는 사정을 아는 시민들은 혀를 끌끌 차고 있다. 24일 주얼팰리스를 방문한 시민 K씨는 "참 난감하게 됐다.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이해할지 몰라도 외지인들은 적쟎이 헷갈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혼란은 주얼팰리스가 자초했다. '주얼엑스포 스프링' 행사에 2억원을 지원한 익산시는 당초 다음달부터 축제를 개최하려 했지만, 느닺없이 3월로 시기를 앞당겼다.

순수하게 축제의 성공만을 위해 행사를 계획한 것이 아니라 경쟁관계에 있는 보석판매센터측의 행사를 짓밟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행태는 익산시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까지 무리를 범했다는 점에서 익산시 보석박물관의 조정능력 부재와 함께 상도덕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민들과 외지 방문객을 배려하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서로 물어뜯는 상황을 연출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행사에 2억원 가량의 혈세가 투입됐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중 1억원에 가까운 홍보비가 방송사와 라디오 등에 집중 투자됐는데, 많은 세금을 들여 외지관광객들을 불러다 놓고 '이전투구'의 모습보여줬다는 점에서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보석 중심지로서 익산시 이미지를 홍보하기에 바쁜 판에 이미지를 구기는 쪽으로 혈세가 사용된 것이다. 

'주얼팰리스만'의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이미지 구축을 고려했다면 행사 시기를 앞당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축제내용도 '붕어빵'식으로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익산시 영등동 보석판매센터 축제장에서는 보석 20% 할인, 보석 리세팅 서비스, 보석카페, 보석 가공 시연행사가 펼쳐진다. 주얼팰리스 역시 20% 할인행사, 보석만들기 무료 체험, 보석세라피 등의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보석세라피를 제외하고는 보석판매센터와 비교해 특이한 것이 없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축제가 상인간 파벌싸움 양상으로 전개됐기 때문에 양 상인단체가 다른 기간에 축제를 했을 경우 익산시 전체에 미칠 긍정적 파급효과가 없어졌다는 점이다.다른 기간에 축제를 했다면 양쪽에서 오랜기간 동안 보석 할인 및 체험행사를 벌일 수 있었고, 결국 외지 방문객들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의 세금을 '자기들만의 리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이미지 훼손 △방문객 혼란 △세금 낭비 등을 불러 왔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