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Ⅰ. 재래시장정책 이대로 좋은가
Ⅱ. 시장의 현황, 상인들의 이야기②
Ⅲ. 재래시장을 살리려면

시장의 재편은 한 곳에 물건이 집적돼 단일한 형태로 규모화되는 추세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은 역사가 길지만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재래시장은 1954년 6.25전쟁으로 해체된 시장이 복구되거나 새로 형성되기 시작해 1960년대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따라서 현재 재래시장을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전후 이곳에 발을 디딘 1세대와 그 뒤를 이은 2세대가 거의 대부분이다. 시장의 맥이 끊기지 않고 이어온 현재의 시장은 50~6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 이어져왔던 재래시장은 전쟁 없이 또는 총성 없는 전쟁에 의해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개발 축의 이동과 유통시장 개방, 유통혁명으로 인한 쇼핑문화의 변화로 재래시장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유통고래’에 새우등 터지는 재래시장

재래시장보다 더 무서운 유통계의 '수퍼 파워'는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이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장을 볼 수 있는 이점 때문에 홈쇼핑과 인터넷(온라인) 쇼핑은 재래시장이 설 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 2010년 우리나라 홈쇼핑 매출액은 7조4천806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7.4% 증가했다. 인터넷 온라인 쇼핑 매출액의 증가율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올해 초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총 매출액은 25조 1천546억원이었다.
이는 국내 모든 백화점이나 수퍼마켓 매출액보다 많은 금액이다.

온라인 쇼핑 매출액은 익산시에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들어오기 1년 전인 2005년 10조6천756억원이었는데, 지난해까지 5년간 무려 135.6%나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재래시장은 대형마트나 홈쇼핑, 인터넷쇼핑이 줄 수 없는 차별화된 판매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게 됐다.  

"시장 옆에 사람이 없다"

"이쪽엔 사람이 없어요. 자꾸 변두리쪽으로만 개발이 되기 때문에 도심에는 인구가 없습니다."
'왜 장사가 안 되느냐'는 질문에 중앙시장의 상인 S씨(59)은 몰라서 묻느냐는 듯 대꾸했다.시 외곽지역에 대규모 택지가 개발되고 아파트와 다가구주택이 들어서면서 도심권의 인구가 유출되는 동시에 새로운 택지에 몰려드는 소비자는 대형마트로 쏠린다.

그래서인지 익산시내 8개 재래시장 중 7곳에는 가게를 내논지 1년이 넘었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는 상가가 많다. 익산시에서 유일하게 침체되고 있지 않은 곳은 북부시장인데, 5일장 전통이 남아있어 함열 오산 함라 황등 삼기 등 시 외곽지역에서 사람이 오기 때문이다.  

서로 연접해 있는 중앙 매일 창인시장 상인들은 배산택지개발지구에 대형마트가 들어올 것을 염려하기도 했다. 익산에 임점해 있는 대형마트 한 곳이 이곳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도심에 사람이 거주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새롭게 짜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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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쇼핑과 온라인 쇼핑
전통시장 생존 위협
외곽지역 개발로
도심엔 사람없어
시장활성화 위한
중장기 계획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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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과 기관의 문제

상인들이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해 재래시장이 고사 직전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니다. 상인들은 유통시장의 변화를 일선에서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끊기고, 더 이상 2세, 3세에 가게를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S씨는 자식에게 대물림한 상가는 전체의 10분의 1도 안된다고 말했다.

"비전이 보이지 않잖아요. 돌아가는 상황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고 미래가 힘들 것 같으니까.. 8,90년대라면 자식들에게 물려줬겠죠."

하지만 상인들은 경쟁력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는 소극적이다. 전라북도나 익산시가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사업비를 지원할 때 상인들이 내야 할 몫을 부담하기를 꺼려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상인들을 조직화하고 협력을 이끌어낼 사람이 선뜻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익산시 또한 이 문제를 상인들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황등 풍물시장처럼 현실과 맞지 않는 탁상행정으로 예산낭비 논란과 상인들의 외면을 자초하기도 한다.

당면한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선봉장이 없고 중장기적인 계획이나 의지가 빈약하기 때문에 유통시장의 성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