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으로 전라북도가 지원을 거부한 노인전문요양병원 건립을 익산시가 강행하는 배경에 대해 시민들의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익산시내 노인전문요양시설은 10개, 모두 1천200병상 정도로 전국 평균의 두 배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시설은 이미 남아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익산시는 함열읍 다송리 의료과학산단 9917㎡(약3천평) 부지에 135병상 규모의 노인전문요양병원을 짓겠다는 계획수정안을 익산시의회에 제출했고,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 5일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2004년 11월 계획이 입안돼 2009년 6월 부지를 매입한 후 표류됐던 노인전문요양병원은 당초 90병상에서 135병상으로 수정돼 올해부터 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익산시의 계획

04년 시의회가 노인전문병원 설립계획을 승인할 때는 40억원을 들여 90병상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익산시는 규모가 작을 경우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135병상으로 늘리기로 하고 건축비 26억여원을 추가한 변경안을 의회에 올려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부지매입비와 설계비, 건축비 등 총 사업비는 8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중 익산시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국비지원액 17억1천200만원을 제외한 67억8천800만원이다. 전라북도는 이미 노인요양병원이 넘쳐나고 있다며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수요를 초과한 시설들

전라북도는 수년 전부터 노인요양병원에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2009년 전라북도 통계에 따르면 도내 요양병원 수는 59개소로 인구 1만명당 0.31개소다. 이는 서울시 0.06의 거의 다섯 배, 전국(0.1561개소) 평균치 보다 2배 많다. 익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재 익산시내 요양병원은 10개소로 인구 1만명당 0.32개소로 전국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공급이 넘치자 군산시 요양병원은 2009년 9개에서 5개로 줄어들었다. 익산시도 10개소 가운데 대형 병원 7개소를 제외한 나머지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김완주 지사가 지난달 31일 익산시를 방문해 "시설이 오버됐다. 병실이 남아 타 지역 노인들을 들여와 봉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전북에는 왜 요양병원이 많을까.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라북도나 익산시에 요양병원이 많은 이유를 급격한 인구감소에서 찾고 있다.

젊은 인력이 유출돼 인구가 감소되면서 출산율이 낮아지다보니 산부인과와 소아과 등 특정 부문의 의료기관이 줄줄이 문을 닫게 되면서 활로를 찾은 것이 요양병원이었다는 것.

일자리를 잃거나 새로운 사업을 물색한 의사들이 비교적 설립하기 쉽고 진료비의 상당부분을 정부에서 보전받을 수 있는 종목을 찾는 과정에서 요양병원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또 도내에서 마땅한 사업거리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도 원인이 됐다는 분석.  

막대한 세금 투입 우려

이런 상황에서 의회는 익산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건립계획을 승인했다. 지난 5일 기획행정위 소속 시의원들은 익산시의 요양병원 수급상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대중 위원장만이 "올해 추경에 건축비 38억여원을 편성할 수 있는 재정력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장주영 기획행정국장이 "그렇다"고 답변하자 계획안을 원안가결했다.

올해 초 익산시청 업무보고 때 '국비가 일부 지원되는 사업들을 마구잡이로 하다보면 시의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고 우려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67억여원의 건립비 뿐만 아니라 향후 병원 운영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세금의 추가투입 가능성이다.

의료계에서는 135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을 운영할 경우 인력만도 100여명을 투입해야 하고 부대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연간 30억원 안팎의 경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환자 1인당 평균 병원비 180만~200만원을 적용할 경우 135병상이 모두 찰 경우에만 수지가 맞는 상황. 공급 초과로 병실이 남아돌거나 저렴한 의료혜택을 감안할 경우 그만큼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손실은 전액 익산시 부담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익산시는 90병상에서 135병상으로 늘려 규모화를 꾀했다. 인력은 많이 소요되는 데 반해 병실이 적으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실이 늘어난 만큼 경영난이 악화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졌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 및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고, 보건소 관계자는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공성 강화는 민간사업자가 꺼리는 공공재 사업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노인병원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요양서비스도 민간부문에서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형편이 어려워 현안사업에 쓸 돈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급하지 않은 곳에 막대한 시비를 지출해야만 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정법인 낙점설 솔~솔

익산시는 병원이 완공되면 민간 의료법인에 위탁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특정법인을 낙점해놓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노인전문요양병원이 공공시설의 성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병원을 위탁받는 업체에게는 특혜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위탁관리 법인은 적자가 나도 손실부담책임이 없을 뿐더러 수익이 날 경우 시에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법인 관계자가 일자리를 보장받는 것은 물론 인력채용 권한까지 생긴다.

따라서 공정한 잣대로 위탁업체를 선정한다해도 특혜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익산시가 병원 건립을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기 때문에 그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는 것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