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수 시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 결과는 어디까지가 의례적이고 상식상 허용되는 행정행위이고 어떤 행위를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볼 것인가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또 공익이라는 순수한 목적을 위해 비용을 지원할 경우 엄격하게 선거법 위반의 죄를 물어야 하는가도 논란거리다.

목적 순수해도 기부행위 유죄

이번 재판에서 법정은 목적이 공익적이라해도 기부행위는 선거법 위반이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시장의 기부행위가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점'을 인정해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원심 선고형량 벌금 90만원을 확정했지만, 결과는 유죄였다.

문제는 지역과 시민을 위한 광범위한 활동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는 지자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예를 들어 역대 전라북도지사들이 보여준 것처럼 새만금사업과 관련한 데모, 최근 벌어진 토지주택공사 전북유치를 촉구한 국회 앞 도민 궐기대회는 이런 경우에 속한다. 이 같은 관제데모는 보통 지역경제 활성화가 목적이며, 의례적인 행정행위는 아니지만 경험상 유익하고 때때로 필요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공익 목적의 데모나 대규모 집회에 필요한 비용을 여기에 직접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떠안아야만 하는가의 문제로 연결된다. 활동비 지원이나 식사비, 차량이나 장비 임차비용 등을 지원했다고 해서 비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이 너무 엄격하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공익목적의 집회 비용 보전을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자치단체장들이 공익적 목적을 가장해 각종 단체의 활동이나 행사를 지원하는 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시민들을 위한 것은 모두 공익적이라고 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례적 행정·정치적이익 구분 쉽지 않아

두 번째는 합법 여부를 떠나 모든 지자체의 행정행위가 단체장의 정치적 이익과 관련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것은 죄가 되고, 어떤 것은 무죄가 되는가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로당 난방비 지원은 유권자들 입장에서 보면 차기선거를 대비한 정치적 목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무죄이고, 시민단체 활동비 지원은 유죄가 됐다. 이럴 경우 모든 의례적 관행적 통상적 행정행위는 무죄로 보고, 나머지는 유죄로 봐야 할 것인지 혼란이 생긴다. 또 모든 의례적인 행위는 출발점이 있기 마련인데, 맨 처음 시도했다고 해서 유죄가 되는지도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은밀한 것은 유죄 공식적인 방법은 무죄 

세 번째는 공식적인 방법을 통해서 지원할 경의 무죄일 가능성이 높고,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지원은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 시장이 익산시 예산으로 대책위 활동비를 지원하지 못하자 농협익산시지부를 통해 은밀하게 전달한 점을 유죄의 한 근거로 삼았다.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지원이란 시의회 예산심의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으로 보면, 정치에 이용할 목적으로 시의회의 승인을 얻었을 경우도 모두 무죄인가, 만약 유죄라면 시의회도 처벌받아야 하는가가 논란이 된다. 

알면 유죄·모르면 무죄?

재판부는 유죄 판결의 이유 중 하나로 이 시장이 농협익산시지부를 통한 기부행위를 관련공무원으로부터 보고받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과, 돈을 받은 사람들도 이 시장의 지시에 따라 농협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 경우 이 시장이 사실을 몰랐고, 돈 받은 사람도 이 시장이 지시한 것을 몰랐다면 무죄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무원 행위에 대한 판단

재판부는 관련 공무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시장이 명백히 차기 선거에 출마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고, 선거 2년 5개월 전이라 이 시장을 당선되게 할 행위를 할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기부행위는 지난 6.2선거를 동기로 하거나 빌미로 하는 등 당해 선거와 관련 있는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증거가 없어 무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이한수 시장에 적용할 경우 이 시장도 무죄가 될 여지가 높다. 이 시장은 당시 6.2선거 재출마를 선언하지 않았고, 선거를 한참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기부행위를 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