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30개
아닌 3개만
들어오고
현지고용도
25명 불과
“퇴직하면
신규 채용할 것”
배짱  

기업의 말만 믿고 익산시민의 혈세를 투자유치 명목으로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민선3기 말에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민선4기에 공장을 이전한 동양물산기업(동양농기계)에 공장부지 대금 37억 원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익산시는 동양물산기업과 협력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국도비 및 시비 180억 원을 투입해 농공단지를 조성하기도 했다.

동양물산 공장이전 과정

2005년 3월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동양물산기업과 창원공장을 이전키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1천억원의 투자와 12개 협력사, 600명의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막대하다는 홍보가 이뤄졌다. 익산공장은 협약 후 3년 후인 2008년 3월 3만2천500여 평의 부지를 계약하고 그해 6월 착공에 들어가 지난해 10월 완공했다. 이 과정에서 평당 분양가 26만여원의 왕궁농공단지을 평당 15만원씩 11만여 원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받았다. 익산시가 깎아준 분양가는 37억원이다.

당초 농공단지는 동양농기계와 협력업체를 위해 조성된 것이었는데, 단지 조성에 180억원이 투입됐다. 익산시에 따르면 현재 익산공장에는 32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300명은 기존 창원공장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며, 나머지 25명은 익산시민인데, 사무보조나 단순 일용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정규직 직원만 305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전 효과 뻥튀기 너무 심해

막대한 단지 조성비와 분양가 지원을 놓고 특혜시비가 나오는 이유는 익산시가 공장 이전 효과를 부풀려 시의회에 보고하고 의회의 동의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유치를 담당한 임승구 산업진흥국장과 이종익 과학산업과장은 의회에 출석해 ‘동양물산(주) 특별지원 동의안’의 승인을 요청하면서 동양농기계 창원공장이 이전할 경우 600여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했다. 

또 연간 244억여 원의 소득 및 세수 확보, 1천700여명의 인구유입, 30여개의 협력업체 이전 등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지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익산공장에 근무하는 325명 중, 300명은 기존 창원공장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며, 나머지 25명만 현지 주민이다.

주소를 익산시로 이전한 직원도 114명에 불과한데다 대부분 가족은 창원에 두고 홀몸으로 온 상태다. 이전된 협력업체는 1개사며, 추가로 2개사가 착공중이다.  

아무리 투자 초기라고는 하지만 당초 익산시가 홍보한 것과는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게 시민들의 정서다. 

말만 믿고 지원 결정

익산시는 600억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회사측의 말만 믿고 의회에 지원 동의를 요청했다.

투자협약서에 투자금액은 표기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은 600억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는 회사 관계자의 말을 의회에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동의안을 심사했던 사회산업건설위원회 서동훈 의원은 “대규모 투자기업을 지원하는 조례에 따라 동양물산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금액을 맞춘 것 같다”며 “투자금액을 담보할 수 있는 서류도 없이 지원했다가 공무원이 퇴직하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분양가 지원액도 당시와 큰 차이가 있다.

의회에 보고할 때는 평당 분양예정가를 19만원, 최대 23만원으로 잡고, 동양물산기업에 3만2천평을 평당 15만원씩에 제공하면 익산시가 최소 12억8천만 원, 최대 25억6천만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C씨, L씨, Y씨 문중 땅이 포함된 공단부지를 매입하면서 땅값이 올라 분양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최대 지원 예상액보다 12억 정도가 많은 37억 원을 지원하게 됐다.

익산시가 지원한도액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공장 이전 기대효과도 회사 측이 제시하는 대로만 보고했다.

신규채용 300명과 이주인력 200명 등 총500명의 직원 월급, 협력업체 30개소에 딸린 직원 360명의 급여와 업체들이 신규채용 할 240명의 급여까지 포함해 소득증대효과를 산출했다.

인구유입효과는 창원에서 이주해오는 직원 200명과 식구들까지 800명,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 960명 등 총 1천76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눈에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계산이었는데, 당시 산업진흥국장은 의회에서 “해당 부서에서 회사(동양물산)에 문의해 자료를 만들었다”고 답변했다.

투자금액과 고용창출에 대한 세부협약서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성과에만 매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규 고용 및 기간, 투자금액, 연차별투자계획, 인구유입 등 기대효과가 구속력 있는 문서 없이 산출됐기 때문에 익산시가 향후 기업에 끌려 다닐 수 있는 단초가 됐다.  

사후관리 부실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동양물산기업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양물산은 지난달 14일 현재 총 502억원을 투자했는데, 부지매입비 48억8천여만원, 건축비 330억여원(연면적 1만2천여평), 시설 및 장비대금 94억원, 가스시설 등 기반시설비 14억원, 기타 이전비용 14억원 등이다.
동양물산은 공장을 이전한 댓가로 전라북도로부터 24억5천900만원의 보조금과 익산시로부터 37억원의 부지매입비 등 모두 61억5천9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공단조성이 완료되고 지난해 9월 농기계공장을 준공해 생산에 들어간 이후 시민 고용은 일용·단순노무직 20여명에 불과하다. 

현재대로라면 퇴직자가 발생할 경우 그 자리를 익산시민들이 채울 수 있다는 얘긴데, 이런 정도의 고용이라면 어떤 기업이든 못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양물산기업 신규채용 300명과 협력업체 직원 등 600명의 고용창출이 되는 것으로 처음에 홍보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클 수밖에 없다.

61억원의 지원금이면, 익산시민 61명에게 창업자금 1억원씩을 공짜로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익산시의 논리대로라면 61명에게 1억원씩을 창업자금을 줄 경우 한 가구당 4인을 기준했을 때 244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이다. 게다가 1천700여명의 인구 유입효과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선4기 시정의 문제

익산시는 2005년 6월 의회 동의를 얻은 후 같은 해 9월까지 구체적인 실시협약 사항을 의회에 추가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는데, 사후 협약은 없었고 재보고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익산시 관계자는 “의회에서 특별지원동의안을 승인해줘야 나중에 세부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동의를 요청했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허위보고를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민선4기 중반인 2008년 3월 동양물산기업과 부지계약을 맺었다.
종전의 협약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없었다.   

의회는 당시 “부지를 무조건 평당 15만원에 제공하고 그 이상은 익산시가 책임진다고 한다면 공단부지 매입과정에서 땅값을 부추기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지원 상한선을 정할 것을 시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회, 심의기능 무용지물

당시 동양물산 특별지원 동의안을 심사한 의회도 문제가 있다.

투자금액과 고용창출, 협력업체 이전에 대해 회사 대표자의 서명날인이 들어간 구제적인 협약서 제출, 지원금액 상한가 제시 등을 요구하긴 했지만 “기업 유치에 어려움이 많으니 이해해 달라”는 말에 어물쩍 동의해줬다.

의회는 특히 사후에 세부협약이 체결됐는지 추궁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이 문제는 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  

“고용창출에는 시간 걸려”

현재 상황에 대해 익산시와 동양물산기업은 “좀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동양물산기업 관계자는 4일 ‘직원들이 이주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퇴직자가 생기거나 공장 증설, 협력업체의 이전 등이 이뤄져야 신규고용이 창출되는 만큼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약체결 당시 익산시가 밝힌 신규고용 600명은 시민들 입장에서 볼 때 공장을 이전할 때 곧바로 따라오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지, 퇴직자가 생기면서 천천히 충원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상황은 아니었다.

퇴직자가 생기거나 경기호황으로 신규투자가 늘어나면서 고용이 창출되는 것은 동양물산만이 아닌 모든 기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물산은 현재 신규투자를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협약체결 당시 농기계부문 업체는 3개사 정도였는데 이제는 6~7개 사로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신규투자와 고용이 언제 늘어날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속았나, 속였나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익산시가 기업의 이윤창출 논리에 속았는지, 기업유치 성과에 몰두한 나머지 중요한 사항을 그냥 넘어갔는지, 둘 다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공장이전을 통해 보조금 및 인센티브를 받으면서 인력을 해고하고(구조조정), 기존 공장부지를 처분해 이윤을 얻는 기업들의 행태와 자치단체가 이에 이용당하는 상황이 최근 십년간 많은 언론을 통해 지적되어 왔다. 이른바 ‘먹튀 기업’도 생겨나고 있는 판이다. 의회에서는 협약체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갑자기 목소리가 낮아졌다.

익산시 관계공무원이 회사 내부 사정이라며 자세한 협약사항과 이행정도를 구체적으로 밝히기 꺼려하는 것도 괜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남는 문제들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고 인구를 끌어들이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공익을 위한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어느 선까지 지원해야 하는가는 아직 공론화되지 못했다. 파격적인 지원이나 특혜를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해당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기대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기업 지원의 이면에 고용과 투자약속 이행을 강제하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고, 기업이전부터 사후관리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김경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