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上. 서동축제 그 출발점
    그리고 축제의 정체성
中. 2010년 서동축제 분석 ①
   下. 축제의 방향

"밥은 없고 반찬만 늘어놓은 이벤트에 불과"

지난해 서동축제는 "밥은 없고 반찬만 늘어놓은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평과 함께 익산시의회가 발끈했다. 그 결과 올해 6억원의 예산을 4억원으로 삭감했다. 하지만 아무도 서동축제를 실패로 이끈데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축제가 진정 시민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시민의 세금으로 이벤트 업체와 일부 관계자들을 먹이고 살리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축제에 대한 정체성 확립을 위해 아무도 나서고 있지 않다.

실패한 축제에 따른 책임론이 이는 가운데 더욱 강력한 지역사회의 비판과 감시체제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비판

서동축제가 시민들로부터 지탄과 비판을 받아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비판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을 깊이 살펴볼 일이다.

1969년 5월부터 마한민속제전으로 시작되어 1995년 마한민속예술제를 거쳐 1996년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된 이후 열린 서동축제는 25가지의 문화행사에 당시 4억여원의 비용을 들였다.

마한민속예술제전위원회는 소요 경비중 절반인 2억원을 기업체나 병원, 업소 등으로부터 거둬 시민들로부터 "지난날의 폐습이 민선시장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96년 당시 제전위원회측은 경비충당을 명목으로 민간업자로부터 2천3백여만원을 받고 공설운동장 진입로에 대형 난장을 설치토록 허용해 특혜의혹을 사기도 했다. 관중동원 면에서도 기대치에는 미달했다는 지적도 불렀다. 제전위원회측은 연인원 5만여명이 행사를 관람했다고 밝혔으나 국극 `서동왕자와 선화공주' 공연의 경우 당초 2회 공연 예정이던 것이 관객이 모이지 않아 1차례로 줄었고 관람객도 고작 6백여명에 불과했다.

또 붐조성을 위해 시내와 6개 읍면을 순회한 `서동왕자와 선화공주 행차'는 허술한 준비로 인해 전 구간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을 불러 일으켜 시민들의 불평을 샀다.

면 대항 농악경연에 부정선수가 끼어 입상순위가 바뀌는 등 주민 친선행사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형태들의 서동축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그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10년전이나 다름없는 비판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자료보존 없는 축제 : 공무원들 직무유기

그동안 진행된 축제와 관련 자료보존이 전무한 실정이다. 현 서동축제추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보존하고 있는 자료는 사진 몇장, 결과집 외 아무런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그동안 축제를 진행해온 이들의 마인드와 공무원들이 서동축제를 얼마나 가볍게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공무원들의 직무유기가 드러난 현장이며, 매년 연례 행사가 주먹구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년 6억여원 상당의 예산을 들이면서 자료보존을 소홀히 했다면 그만큼 애정과 관심이 없는 공무원들의 행정행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분석된다. 또한 행사성으로 그친 서동축제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라고 파악된다.

◆정체성 없는 서동축제

지난해 서동축제는 역사축제인지 테마축제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평이다. 10여년 동안 이어온 내용들의 연속이었을 뿐 다른 것이 없다는 것. 다른 것이 있었다면 아무런 의미없는 내용들이 일부 추가되었다는 여론이다.

서동축제의 가장 커다란 관건은 정체성의 확립에 있다.

하나는 역사적 정체성의 문제다. 백제 무왕의 일대기 중 어린 시절을 기록하고 있는 삼국유사는 백제에 의해 쓰여진 역사가 아닌,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의 관점에 의해 쓰여진, 그것도 설화로 기록되어 있어 역사적 정통성이 미약하다. 사학자들로부터 검증되고 정립된 역사성이 필요하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2010 서동축제는 서동이라는 인물에 특징이 없었다. 특히 무왕이라는 인물의 역사성이 짧기 때문에 역사축제로서의 메리트도 적다. 그렇다고 해서 관광축제도 되지 못했다.

결국 인물축제보다는 사랑을 테마로 한 테마축제로 가야한다는 평가다.

2010 서동축제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기보다는 천막만 치려고 했다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정체성 없는 축제로 얼룩졌다는 오명을 받았다. 

◆서동축제 실무진과 추진위원회 그 위상

서동축제는 우선 8명의 실무진이 계획을 작성하고 추진위원회와의 논의를 거친 뒤 소위원회에 브리핑을 한다. 이후 시행계획을 시장으로부터 승인 받아 축제를 시행한다.

이 8명 중 3명만이 연중 상시 근무하고, 나머지는 축제 기간 동안 모였다가 끝나면 해산된다. 결국 3명이 기획한 내용이 축제의 결과물로 나오는 꼴이다.

결국 서동축제의 내용은 3명의 실무진들에 달려있고, 이들이 제시한 내용이 추진위원회를 거친다. 실무진들과 추진위원회의 총체적인 결과물이 그 해 서동축제에 나타나는 구조를 지닌다.

2010 서동축제의 실무진들을 살펴보면 정체성을 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기획가가 없다. 이 3명 중 사무국장으로 있는 이는 미술전공자이고, 기획팀장 1명은 문화관광학부 출신으로 각종 축제를 기획연출한 경력이 많다. 또 다른 기획팀장은 예술관련대학에서 관광이벤트경영학 출신이다. 관광축제 관련 전문가이고 여러 축제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행사전문가로서는 역량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지만 축제의 정체성을 논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역할로는 역부족이다.

서동축제 실무진의 경우 서동축제의 정체성이나 역사성 그리고 테마를 다룰만한 적절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정체성 관련 보다 기술직들이 대부분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동축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실무진에게 자문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추진위원회다. 하지만 서동축제추진위원회 명단을 보면 서동축제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할만한 개연성이 높다는 여론이 나돌만도 하다. 

지난해 서동축제 추진위원을 보면, 시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문화원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으로 전략산업국장, 익산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장, 한국여성유권자 전북연맹장, 금강방송 국장, 언론사 부장, 새마을부녀회장, 자원봉사센터장, YMCA 사무국장, 중앙상가번영회장, 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원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익산시청소년수련관장, 원광대 미술대 교수, 이리향제줄류보존회장, 예총익산지부장, 시의원 1명, 경찰서교통경비과장 이상 총 20명이 서동축제추진위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축제의 전문성이나 정체성을 확립해줄 수 있는 위원들이라기보다는 지역사회 기관단체장들일 뿐이다.

이들이 서동축제운영본부 실무진들에게 서동축제의 정체성에 대해 자문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추진위원 대부분이 외부 기관에서 모인 이들이고 단지 실무진에서 준비한 자료를 보고 논평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 역할 구조를 지니고 있다.

실무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축제를 고민하는 수준의 위원회는 아니라는 평가다. 결국 익산시가 추진하는 서동축제는 정체성이 없이 과거의 행사를 되풀이 하는 행사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