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먹을거리, 입을 옷, 주택, 의료, 사회서비스 등을 포함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25조 내용이다. 식량권, 주거권, 건강권 등으로 해석되는 이 권리는 기본적으로 굶주리지 않을 권리지만 건강권과 결합되면서 요즘에는 안전한 식량을 먹을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과연 안전한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먹을거리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는지 알고 있는가, 식량의 생산과 유통과정을 신뢰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연결되면서 매우 중요한 권리로 부상하고 있다. 이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 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운동이다. 우리나라 로컬푸드운동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우선 익산시보다 먼저 실천한 지자체의 사례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로컬푸드(Local Food)는 지역에서 생산된 식량 즉 농수축산물을 일컫는 영어식 표현인데, 로컬푸드 운동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을 지역민들이 소비하자는 움직임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와 같은 개념이다.

별 것도 아닌 말이 요즘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먹을 것이 너무도 불안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것 대부분이 방부제와 함께 바다를 건너왔기 때문에 도무지 신뢰하고 먹을 수가 없는 것.

학교급식 현장에서는 수입산 농수축산물을 사용해 집단 식중독을 일으키고,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음식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의 소비자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먹을 거리를 찾게 되었는데, 이게 바로 로컬푸드 운동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은 우선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마음만 먹으면 직접 확인할 수가 있다. 물건의 신선도 또한 타 지역에서 생산된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에서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먹을거리는 말 그대로 보약인 셈이다.

로컬푸드의 시초, 학교급식-나주시의 사례

우리나라에 로컬푸드 바람이 분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이전에는 생협을 중심으로 생협에 가입한 회원들만 친환경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을 배달받아 먹거나 대도시에 드문드문 설립된 매장에서 직접 먹을 거리를 구입하는 형식으로만 친환경농산물이 유통됐었다. 그러나 이같은 유통방식은 로컬푸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역의 생산물을 지역사람이 먹는 형식은 아니기 때문.

하지만 로컬푸드 바람이 불면서 지역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는데, 학교급식 분야에서 가장 먼저 적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나주시가 첫 사례로 꼽힌다.

나주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나주시는 2003년 '나주시 친환경 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역에서 생산된 우수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비용을 나주시가 지원했다.

조례에 따르면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재료는 △우수관리 인증농산물 △친환경 인증 농산물 △품질 인증품 △전남지사 및 나주시장이 인증한 특산물 △이력추적이 가능한 소고기 및 해썹 기준이 적용된 우수 축산물이어야만 한다.

또 급식재료 공급을 위해 나주시장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급식비를 지원받는 기관은 조례에 따라 우수 농축수산물만을 사용해야 하며, 시장은 급식비가 제대로 쓰여지는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에 따라 2005년부터 지역에서 생산된 우수농산물이 학교급식에 전면적으로 사용됐다.

나주시학교급식센터는 110여가지의 급식재료를 취급하고 있고, 이중 90여 품목은 나주시에서 생산된 고기, 과일, 채소, 쌀, 잡곡들이다.

이렇게 해서 나주시는 현재 어린이시설 및 유치원, 초중고 등 전체 118개 보육 및 교육기관 1만3,399명의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급식재료로 공급하고 있다. 급식재료 지원예산은 올해 28억6천만원이다.

나주시 농협 농민의 협력

나주시가 국내 최초로 조례를 제정해 지역농산물을 학교급식 재료로 지원한 것은 당시 나주시장이 의지를 갖고 강력히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와함께 나주시와 농협, 농민간의 협력이 긴밀히 이뤄졌다.

비용은 나주시가 지원하되, 13개 지역농협과 원예농협, 축협 등 15개 기관이 연합사업단을 만들고 나주시에서 설립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한 것이다.

농협과 원협, 축협은 농민들과 일정량의 농축산물 계약을 맺고 계약물량은 정해진 가격에 전량 수매한다. 농민들은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한다.

이렇게 해서 2011년 현재 나주시에서는 엽채류 단지 60㏊ 55농가, 과채류단지 72㏊ 82농가, 잡곡단지 66㏊ 102농가 등 모두 239농가가 198㏊의 친환경농업단지를 가꾸며 소득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 매년 생산하는 급식재료는 1천여톤에 달한다.

농민은 제값 받아서 좋고
소비자 건강 지켜서 좋아

계약재배를 통해 농민들은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아이들은 친환경적인 안전한 먹을거리를 통해 건강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게 학교급식을 통한 로컬푸드 운동이다.
학교급식을 통해 지역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특히 공공기관에서 지출한 돈이 지역의 농민들과 기관에 풀리고 이 돈이 다시 지역 내에서 쓰이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간다는 데 있다.

대형마트에서 재료를 사거나 급식재료업체가 외지에서 들여온 농수축산물을 각급 학교에서 구입하는 것과 비교할 때 로컬푸드 급식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나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맨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농민들이 유기농법으로 농사 짓는 것을 힘들어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서로들 학교급식재료를 생산하려 한다"고 말했다.

나주시가 지역농산물 학교급식에 성공하자 정부에서는 지난해 전라남도를 학교급식 우수농산물 공급 시법사업 지역으로 선정했고, 전라남도는 나주시와 장성군, 순천시에 거점·유통센터를 설립해 전라남도 전체를 로컬푸드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나주시는 서울 등 대도시에도 우수농산물을 납품하는 등 학교급식으로 시작한 로컬푸드운동을 역외로 확산시키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