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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현장을 가다 원주시청의 사례

▲ 전국 최초 조례 제정 지자체, 다각적 지원

먹을거리를 위한 위원회 구성 로컬푸드전국대회 주최 정례화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로컬푸드)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운동은 크게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차원의 운동으로 나뉜다. 원주시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우수사례로 꼽힌다. 시민사회 내부에서 농민들이 지역먹을거리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생협운동이 먼저 일어나고 나중에 원주시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형태다.

내부에서 싹 튼 운동

익산시와 인구가 같은 규모인 강원도 원주시가 익산과 다른 점은 시민사회 내부역량이 크다는 점이다.

이중 지역먹을거리운동과 관련 있는 것이 생활협동조합이다.

생협은 가장 먼저 농민과 소비자가 농산물을 직거래하자는 운동을 실천했다.

원주시가 지역먹을거리운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이곳에서 생협운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이자 최다 조합원을 보유한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을 창립한 고(故) 박재일 선생이 원주에서 생협운동을 시작했다. 건강한 먹을거리로 밥상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며, 생명을 살리자는 취지였다.

박 선생은 60년대 원주서 교편을 잡다가 70년대 초 ~80년대까지 가톨릭농민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1985년 '원주소비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것이 1990년 명칭을 바꿔 ‘원주한살림생협’이 됐다. 이후 한살림생협은 서울과 전국으로 뻗어나간다.

원주한살림생협이 당시 주최한 것이 지금 원주천변에서 열리는 '농업인새벽시장'과 같은 '농민장터'였다.

한살림생협 이후 원주에서는 다각적인 생협운동이 일어났는데, 원주생협의 전신인 '호저생협'이 89년에, 원주의료생협이 01년 결성됐다. 이에 앞서 가톨릭 계열의 '밝음신협'이 생협 활동을 시작했다.

이같이 원주에서는 건강과 생태, 환경을 중시하는 운동과 농민을 도시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는 지역먹을거리운동이 아래로부터 싹터왔던 것이다.

현재 원주시에서 학교급식재료를 대고 있는 친환경급식지원센터는 지역의 각종 생협과 단체들이 결성한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다. 급식지원센터는 지난해 원주시내 22개 초등학교, 8개 중학교, 40개 어린이집과 상지대학교에 급식재료를 조달한다.

원주시와 의회의 지원

지역 내부에서 로컬푸드운동이 활성화되자 2000년대 말 원주시와 시의회가 이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원주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2009년 8월 원주시와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공동으로 '원주지역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같은 해 12월에는 '원주시 농업인새벽시장 개설 및 운영에 관한 조례'와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원주푸드'는 원주 로컬푸드의 약자다.

이중 원주푸드 육성조례는 지역먹을거리운동과 깊이 연관돼 있다.

조례는 우선 "원주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되고 가공된 안전한 농산물과 우수한 품질의 음식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농촌환경을 보존하고 시민의 건강을 증진하며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방법'이란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하는 영농방식을 말한다.

'원주푸드'는 이런 방법으로 원주에서 생산, 가공돼 직거래 되거나 물류센터를 통한 것만을 가리킨다. 밭떼기나 도매상을 거치는 방식의 중간유통상인을 배제하고 최대 2단계까지의 유통만 허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농민들은 제 값을 받고 소비자들은 값싸게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다음해인 2010년 7월 원주시는 정부로부터 원주푸드 종합센터(농산물 유통가공센터) 건립사업 지원대상에 선정됐다.

같은 해 8월에는 원주푸드 육성조례에 따라 생협 등 시민사회단체와 농민단체, 전문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원주푸드위원회'(위원장 부시장)를 구성했다. 여기서는 원주푸드 육성계획과 실천방안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이어 9월에는 '원주푸드 활성화를 위한 기본용역'을 발주해 올해 2월 결과를 내놨는데, 여기에는 전략농식품 선정, 식량자급목표 수립, 원주푸드종합센터 건립, 원주푸드 인증시스템 개발, 원주푸드 시책 개발 및 추진 방안 등이 들어 있다.

이 같이 지역먹을거리 육성에 대한 제도를 마련한 뒤 원주시는 11월 '로컬푸드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석해 지역식량계획, 농민시장, 식생활교육, 학교급식, 도시농업, 로컬푸드에 관한 세계동향, 전국의 로컬푸드운동 사례를 발표하고 토론했다.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로컬푸드 전국대회를 정례화 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주시는 또 지역농업특성화사업의 일환으로 '도시농업 활성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 최초로 '도시농업모델학습원'을 조성하고 도시농부교실 운영, 아파트 상자텃밭 설치, 도시농업 디자인 특허출원, 원예치료프로그램 및 치료정원 개발 등이 사업내용이다. 원예치료는 식물을 키우면서 장애인 등의 심리를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원주시는 로컬푸드 육성을 담당하는 팀을 농기센터에 두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