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대비한 재난관리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비만 내렸다 하면 국지성 호우 또는 집중호우가 몰아치기 때문이다.

원인은 아열대성 호우

"최근 수년간 내리는 집중호우는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다는 것이 다수 학자의 의견입니다."
전북대학교 사범대학에 재직하며 대기과학 및 강수(降水) 분야를 연구한 이광호(65) 전 교수는 이번에 전라북도와 익산에 내린 호우에 대해 이 같이 분석했다.

과거에도 폭우가 내렸고 겨울에는 더 추워지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로 변하면서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다는 설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강수량이 늘어난다는 것.

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면서 지구의 온도가 상승했다는 의견과 해수온도가 높아져 대기순환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정설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수치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기상청은 '이제 장마는 의미가 없고 건기와 우기로 설명해야 할 때가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교수는 실례로 식물에 대한 분포 변화를 들었다.

우리나라에 아열대 식물이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과거 남쪽에만 있었던 식물들이 북쪽으로 이동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 전라북도에서는 잘 자랐지만 서울에는 없었던 매실나무는 이제 서울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 또 전주나 대구 등 남쪽지역에서만 자랐던 히말라야시다도 최근 대전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따라서 아열대성 집중호우에 대비한 재난관리체제 구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상태다.

재난관리시스템 총체적 점검 필요

실제로 이번 호우로 인해 농경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침수됐다. 예외는 없었다. 시내에서 시외로 빠지는 배수로, 물길이 모여드는 곳이면 어디든지 범람했다. 이 같은 상황은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단기적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익산시에는 총 24개소의 배수펌프장이 있었고 이번 호우 때 총 가동됐지만 폭우를 막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전북에서 가장 피해면적이 많았던 망성면 화산리 일대는 2개 배수펌프장에서 10대의 양수기를 가동했지만 물이 너무 느리게 빠지는 바람에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와 전라북도, 익산시, 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이 배수시설 확충에 예산을 집중 투자하고 각종 하천을 호우에 맞게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피해복구 현장에서 만난 전북도청 강승구 농식품국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이 턱 없이 부족해 펌프시설을 확충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가 역류하고 빗물이 빠지지 않아 도시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에 오수·우수관 및 배수로 점검이 이뤄져야 하고, 향후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재난관리체제 개선을 미룰 경우 인구밀도가 높은 시내지역이 예상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각종 도로를 개설할 때 배수기능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가 보상 확대해야

망성면에서 수박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출하를 단 며칠 앞두고 하우스가 침수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한숨지었다. 망성면의 비닐하우스 침수는 전북에서 가장 크다. 14일 현재 집계된 것만 해도 1,200㏊(360만평)나 된다.

막대한 농업피해에도 불구하고 농가피해보상액은 적게 책정돼 농민들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익산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정부 기준에 의해 수박 비닐하우스 한 동(200평 기준) 당 최고 보상액은 생계비 및 대파비(파종비)를 합해 총 90만3천원에 불과하다. 이것도 농가의 전체 경지면적 중 절반 이상의 피해를 입어야 지원받을 수 있다. 그 이하는 동당 13만원의 대파비 밖에는 지원받지 못한다. 

침수된 벼나 일반작물의 피해보상액도 적기는 마찬가지. 3㏊(9천 평) 이상 돼야 농약비 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익산시가 자체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는 실정.

농업 피해가 많다지만 지원단가가 너무 낮아 특별재난지역 선정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익산시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려면 적어도 95억원 이상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산시는 아직 정확한 피해액을 집계하지 못한 상태인데, 정부 기준으로 볼 때 농지 침수 또는 유실의 경우 보상단가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금액을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것.  논 3천㏊(900만평)이 침수될 경우 피해보상액은 5억원 밖에 산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의 피해보상 기준 변경, 지자체의 지원근거 마련 등 제도 정비와 대책이 시급하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