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질문 미명하에 공무원을 무시할 수 있는 거냐”.. 시의원 비하
사실확인 절차 없이 ‘의원이 자료 유출했다’며 의장실 항의방문

익산시청공무원노조의 집단행동이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팽배하다.

노조는 지난 6월과 7월 익산시의회 의원의 공적인 활동에 대해 의장실을 항의방문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공식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원의 시정질의 내용과 태도를 문제 삼고 나섰다.

또 '일부 의원들의 강압적 태도, 막무가내식 서류제출 요구' 등의 문구를 써가며 의회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익산시의회는 3일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4일 오전 본회의장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노조의 행위는 의회와 시민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김일영 운영위원장을 중심으로 7명의 대책위원회를 구성, 공식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관련기사 3면>

노조 간부들은 지난 2일 오전 익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익산시의회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이라는 제하의 자료를 나눠준 뒤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이들은 이경애 의원의 시정질의를 겨냥해 "시정질문인지, 행정사무감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발언과 도를 넘는 행동"이라고 폄하했다.

시정질문은 의원들이 익산시장이나 간부공무원을 불러 시정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추궁하며 의견을 듣는 법적인 절차다.   

노조는 특히 "의원이 아무리 회기중이라고 하지만 시정질문이라는 미명 하에 공무원들을 무시할 수 있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어떤 내용과 태도가 문제가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조는 "시정질문 영상을 보면 안다"고 말했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헌정질서 하에서 시민을 대변하는 의원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시정의 문제점을 추궁하는 것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공식적으로 항의한 것은 중대한 문제다.

게다가 시장을 질책한 것이 왜 공무원을 무시한 행동인지 논리적 연관성을 찾기 힘들고, 주관적 판단으로 '도를 넘은 행동'이라고 비하한 것도 논란거리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경애 의원의 시정질문 내용과 이에 대한 노조의 태도다.

이 의원은 지난달 26일 익산시의회 154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무기계약직 직원들에게 수당을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시장에게 요구했다.

비록 시청공무원노조 소속은 아니지만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일반 공무원과 함께 일하는 동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은 시청이 무기계약직 직원들에게 수당을 잘못 지급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노조는 동료직원들의 임금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 준 이 의원을 비판하기보다 오히려 두둔해야 옳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청 공무원노조가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귀족노조'가 아니라면 내용은 제쳐두고 '태도'만을 문제 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받는 대목이다.

시의회가 일반 공무원들의 복지관련 예산을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수준에 맞춰 삭감할 경우 노조가 그냥 두고만 볼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이에 앞서 노조는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의장실을 방문해 '의원이 외부로 자료를 유출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에 정면 도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의원이 청소업무를 위탁받은 업체의 인건비지급내역 등의 서류를 시청으로부터 제공받은 후 감사원에 넘겼고, 이후 관련 공무원들이 집중 감사를 받느라 곤혹을 치렀다는 것.

하지만 노조는 의장실 방문에 앞서 해당 의원이 자료를 감사원에 넘겼는지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A의원은 "나는 읍면 단위 환경미화원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익산시의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업무를 수탁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의 자료를 요구했었다"며 "그러나 감사원은 물론 어느 누구에게도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는 나에게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내가 자료를 제공해 조사를 받았다고 섣불리 추정한 것은 너무나 황당한 음해일 뿐 아니라, 감사원에 자료를 제공했다면 굳이 이런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와는 별도로 A의원이 감사원에 자료를 제공했어도 노조가 나서 항의할 일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자료를 시민에게 공개할지, 감사원에 넘겨 조사를 의뢰할지, 행정사무감사에서 추궁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의원이 판단할 문제지, 노조가 간섭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가 지레짐작으로 경거망동했고, 의원의 공적인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는 또 "일부 의원들의 강압적인 태도, 막무가내식으로 수차례 서류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기중도 아니고 사무감사 기간도 아닌데, 전화를 걸어 일방적으로 서류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특히 "시의회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재발될 경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연대해 투쟁할 것을 엄중히 밝힌다"고 말하는 등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의회는 의회대로 집행부와 공무원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원 B씨는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요청한 자료를 지금까지 주지 않고 버티고 있는 공무원들도 있다"며 "공무원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고 의원의 공적인 활동에만 불만을 제기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의원 C씨는 "의원이 자료를 요청할 경우 신속히 제출하지 않는데다가, 두 번 세번 얘기해야 자료를 가져오는 공무원들의 의회경시 행태를 이번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D의원은 "노조의 이번 기자회견은 시의회와 시민에 정면 도전하는 것일 뿐 아니라 협박"이라며 "법적인 대응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정질문 당시 본회의장에 나와 모니터링을 했던 의정지기단 관계자는 "시정질문 과정 어디에도 노조가 비판할만한 사안이 없는데도 노조가 집행부의 편을 들며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