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전대·내년총선 의식한 ‘포석’ 관측

민주당 조배숙(익산을) 국회의원이 지난 16일 김병옥 전 도의원의 중도사퇴에 대해 익산시민에게 사과했다. 김 전 도의원이 익산농협조합장 후보로 등록한 지 한 달이 더 지났고, 조합장 선거가 끝난 뒤 20일 만이다. 당 안팎에서 조 의원이 뒤늦게 사과한 배경을 궁금해 하는 이유다.

도의원후보 공천·승리 포석

조 의원은 "사무국장을 통해 사과했지만 저의 진심이 시민들께 잘 전달된 것 같지 않아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사무국장(서민구)의 사과가 더 큰 후폭풍을 낳았고, 아직도 비판여론이 가라않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지역정치권에서는 조 의원이 오는 10월 도의원보궐선거를 겨냥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시민여론을 무마하면서 보선 승리를 담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 시민단체는 공천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텃밭인 전북에서 민주당이 공천을 포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더러 조 의원이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

따라서 시민 앞에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공천 면죄부를 받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
특히 공천보다 보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10월26일 재보선에서는 전국에서 기초단체장 10명, 광역의원 7명을 놓고 당 대 당 싸움이 벌어지는데 전북에서는 남원시장과 순창군수, 도의원 익산제4선거구가 관심거리다.

게다가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시되는 것이기 때문에 민심을 선점하려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총선결과는 또 같은 해 연말에 있을 대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조 의원과 민주당익산을이 시민의 비판여론 확산을 차단하는 동시에 시민단체·군소정당 연대의 틀을 깨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연말 전대·내년 총선 부담 털기

국회의원이 지역위원회 소속 당원문제로 주민에게 공식 사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재보선을 2개월 앞둔 상황에서 조 의원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번 도의원 보선에서 무소속이나 시민연대후보에게 민주당 후보가 패배할 경우 당내에서 조 의원은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텃밭에서의 패배를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자리싸움과 계파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패배로 당에 피해를 줄 경우 조 의원의 입지가 좁아진다. 

게다가 선거가 끝난 후 1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조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따라서 도의원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하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민주당이 국회의원 공천방식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도의원 선거 패배는 지역구 장악력 약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공천장을 쥘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 선거철마다 돌아오는 '수도권차출론'이나 '호남물갈이론'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때문에 지역정치권 안팎에서 도의원후보로 김연근 전 도의원이 거론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공천의 키워드는 '당선 가능성'과 '내년 총선'인데,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익산시장 후보경선에 나선 김 전 도의원의 인지도나 평판이 자연스레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