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의 상수원에 분뇨를 무단투기한 완주군 비봉면 소재 기업형 축사>

    <축산폐기물이 섞인 비봉천(사진 좌측)과 '대간선수로'(우측) 가 만나는 지점. 이 물이 합수돼 익산시민의 식수를 제공하는 신흥.금강정수장으로 유입된다.>

익산시민이 최소 수년 동안 축산분뇨(돼지똥물)가 섞인 물을 정수해 먹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3면>

지난달 25일 익산시 상수원에 분뇨를 무단 투기한 완주군 비봉면의 기업형 축사가 경찰에 고발됐다. 이후 축사는 잠정적으로 가동 중단상태지만, 새로운 사업자가 돼지 사육을 준비하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시민의 건강이 우려된다.  

익산시는 현재 만경강 상류인 완주군 고산천과 비봉천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대간선수로'를 통해 공급받아 시민에게 먹는 물로 제공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공급되는 물의 양은 익산시민이 이용하는 전체식수의 무려 55%나 된다. 

그런데 식수원의 지류인 비봉천에 수년 동안 축산폐수가 방류된 사실이 최근 들어 밝혀졌다.
어우보를 통해 청정 1급수만 공급받는 줄로만 알았던 익산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일이다.

익산시가 완주군과 전라북도를 상대로 축사 폐쇄를 강력히 요구해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화되지 않은 축산분뇨 무단방출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과 업자가 돼지 1만여 두에서 하루 50톤씩 나오는 축산폐수를 지금까지 어떻게 처리했는지 내역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축산폐수가 흘러든 비봉천 물이 그대로 '대간선수로'에 합류되고 있는 것도 큰 우환거리다.
지난 20일 비봉면 주민들의 제보를 받고 현지 축사(동아원) 및 비봉천을 확인한 결과 축사에서 수년 동안 분뇨를 무단투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축산폐수로 오염된 물은 축사로부터 2.3㎞ 하류에 있는 대간선수로에 직접 합류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축사는 95년 설립 당시 1만5천평 부지에 최대 1만두를 기를 수 있게 설계됐고, 분뇨는 위탁처리 또는 해양투기가 아닌 퇴비로 만들어 처리키로 했다.   

따라서 국비 및 군비 12억원을 지원받아 축사 안에 축산분뇨자원화시설(퇴비시설)을 조성했는데, 시설은 이미 폐쇄됐고 장비는 녹슬어 있었다. 수년 동안 방치한 흔적이다.

또 퇴비시설 옆에는 시멘트로 옹벽을 쌓아 수영장 같은 공간을 만들어놓고 이곳에 축산폐수 수백 톤을 저장해놓고 있었다. 언제 방류될지 모르는 폐수다. 특히 업체는 분뇨를 하천으로 무단방류할 수 있는 통로를 따로 만들어 놨다. 당초 축사를 지을 때는 모든 축사에서 나오는 폐수를 퇴비시설로 모이도록 관을 매설했었다. 하지만 이 관로에 다른 관로를 연결시켜 폐수가 퇴비시설로 가지 않고 바로 하천으로 나갈 수 있도록 개조했다.

16개동에 이르는 각 축사 저장조에는 처리되지 않고 남아 있는 폐수가 가득했고, 몇몇 축사에서는 넘칠 듯이 보였다. 주민들은 비가 올 때 무단 방류하기 위해 남겨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은 악취로 찌들어 현기증을 유발할 정도였다.

게다가 폐수가 상시 방류되는 비봉천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한 주민은 "하천 바닥을 파헤쳐보면 검은 진흙탕물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비봉천 주변 주민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축사 앞에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하고 축사 폐쇄를 요구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현장을 같이 둘러본 축사폐쇄주민대책위 조영호(52) 위원장은 "주민들은 지난 17년 동안 축산폐수 때문에 몸살을 앓아왔다"며 "이 물을 익산시민들의 식수로 사용하는 만큼 시민들도 가만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연대투쟁을 제안했다.

한편, 익산시 환경부서 관계자들은 최근 현지를 답사하고 완주군청과 농어촌공사에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