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은 기준치 충족하지만 검사 항목외 성분은 ‘수두룩’

  항생제·살충제 '환경호르몬유사물질'은 정화 불능

축산분뇨가 포함된 물을 정수해 익산시민들이 먹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익산시 상하수도사업단은 "엄격한 수질검사를 통해 먹는 물에 적합하도록 철저를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뇨에 깨끗한 물을 더해 희석시키고, 약품처리를 통해 잘 정수하면 먹는 물로서 이상이 없는 것일까.

시 "먹는 물 기준에 이상 없다"

익산시상하수도사업단 산하 신흥정수장 수질검사 관계자는 "매일과 매주, 매달 수질을 검사하고 있다"며 "법으로 정해진 58가지 검사항목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분기별로 한 번씩 20개 항목을 추가해 검사하고 있다"면서 "원수가 1급수일 뿐 아니라 정수된 물 또한 먹는 물로서 이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수질검사 항목 추가해야

축산분뇨에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많다. 특히 사료나 가축질병 관련 의약품, 농장과 가축에 뿌리는 살충제 성분은 인체의 신진대사를 교란시키는 악성 물질들이다.

이런 유해물질은 수질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라 그대로 먹을 경우 부지불식간에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이와 관련, 전북대 생물환경화학과 조재영(농업환경학) 교수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축분뇨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은 먹는 물 검사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나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투여되는 20여종의 동물의약품 속에는 다량의 항생제가 들어 있다"면서 "항생제 성분의 20~30%는 가축 체내에 흡수되지만 70~80%는 배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이나 고기, 식물을 통해 항생제가 우리 몸으로 들어오면 몸 속에서는 항생제 내성균이 생겨 의약품을 복용해도 잘 듣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또 "양돈장에서는 수많은 유해충이 살기 때문에 농약성분이 들어 있는 살충제를 많이 뿌리는데, 이 속에는 인체의 신진대사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 유사물질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먹는 물 수질검사 항목은 아니다.

축사 폐쇄조치 요구 절실

익산시의 상수원인 완주군 비봉면에서 축산폐수가 무단 방류되자 시청 수질검사 관련 공무원들은 지난 25일 현지를 실사했다. 이어 26일에는 완주군청과 한국농어촌공사 전주완주임실지사 및 익산지사에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익산시는 공문을 통해 "오염원에 대한 감독에 철저를 기해 달라"며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연락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먹는 물 문제를 해당 자치단체의 지도단속에만 맡기는 것은 근본적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 동안 완주군이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는 게 비봉천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고, 지도단속만으로는 분뇨의 무단투기를 막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익산시는 주무관청인 완주군청과 시군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전라북도를 상대로 축사폐쇄를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봉천이 농업용수를 조달하는 하천이 아니라 익산시민의 상수원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현재 문제의 축사는 새로운 사람이 나서 돼지 사육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익산시 상하수도사업단 관계자는 "재차 공문을 보내 축사폐쇄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