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축제는 개막하는 다음달 30일까지 33일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축제의 정체성 부족, 준비과정 및 기획력의 부족 등의 지적을 받으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 프로그램의 70% 이상을 반복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재탕'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축제가 지역민들을 통합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발견하며, 미래를 여는 축제가 되기 위해 현재 추진상황을 살펴보고 축제가 나아갈 방향을 내다봤다.
<글 싣는 순서>
上. 반복되는 프로그램 무얼 기대할까
中. 실수 번복하지 않는 축제여야
下. 혁신이 필요하다
지적된 문제점들
지난해 서동축제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정체성의 부재에 있었다. 역사축제인지 사랑테마축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너무 많은 컨텐츠가 오히려 축제의 정체성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또한 축제의 본질과는 전혀 동떨어진 정크아트 전시물 등 지역의 비판을 면치 못한 축제였다는 지적이 따랐다.
지난해 축제는 몇몇의 실무진들에 의해 5월부터 8월까지 단 4개월만에 기획되면서 기획력부재라는 오명도 함께 받았다. 동시에 기획력 없이 연간 두세번 모이는 축제추진위원회가 축제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는 단점도 지적됐다. 또한 축제와는 동떨어진 분야와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축제추진위원회의 위원들이 축제를 좌지우지하고 있어 축제의 질 역시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축제 준비 현황
◆ 혼란스런 테마
올해의 서동축제 주제는 '천년의 사랑, 백제의 꿈'이다. 지난해와 다름 없이 사랑과 역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에서인지 테마가 섞여 있다.
올해 축제의 슬로건은 '세계문화도시, 익산으로 떠나는 사랑여행'으로 하고 있다. 문화도시와 사랑과의 연계성을 찾아야 하는데 사랑과 문화도시를 연계할 매개체가 프로그램 전체 안에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 중 이를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7억원 예산 행사, 4개월의 준비
2011년 서동축제 역시 지난해와 다름 없이 5월에 첫 추진위원회를 열고 축제의 방향성을 논하기 시작했다. 한달 남짓 남은 현재까지 단 4개월 밖에 준비되지 않았다. 7억원의 방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축제를 익산시는 4개월만에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그램 절반이상 반복
지난해와 올해의 축제는 세가지의 테마 즉 서동테마, 사랑테마, 아시테마로 구조가 동일하다. 그에 따른 프로그램도 절반 이상이 같다. 올해는 지난해와 동일한 3개 테마에 약간의 보강된 프로그램과 신규로 도입한 총 41종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 중 13개(31.7%) 프로그램이 지난해와 똑같다. 총 41개의 프로그램 중 보강된 프로그램은 총 17개(41.5%)다. 유지프로그램 13개와 보강프로그램 17개를 합하면 모두 30개(73.2%)로 2/3 이상의 프로그램이 지난해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분석이다.
이 중 무왕제례는 과거 수년간의 모습 그대로 밖에 기대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은 형식의 무왕제례는 더 이상 보러 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몇몇 관계자들, 그들만의 제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감을 낳고 있다.
'서동선화 선발대회' 역시 지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동으로 선발된 사람은 축제기간 1회성 행사장 이외의 장소에서 그를 발견할 수 없다. 서동과 선화를 선발한 뒤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속성이 없다.
서동사생대회의 규모도 매년 똑같다. 서동문예백일장도 마찬가지다. 참여자들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S-POP페스티발은 약간의 변화가 기대되지만 역시 큰 기대를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 서동요댄스대회' 역시 지난해 참석했던 이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관측된다.
서동문화체험과 서동스토리텔링 역시 매년 보아온 식상한 체험장이 아닐지 의문이 드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러브테마마크 프로그램과 '서동선화 토피어리' 조경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서동과 선화의 사랑 이야기를 동화처럼 재현하는 토피어리 동산을 연출할 예정인데, 지난해처럼 별반 볼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지 의문으로 남는다.
서동선화 혼례식에 대한 역사적 고증 여부도 관심사다. 초라했던 지난해의 혼례식이 그대로 이어질 지 미지수다. 환영만찬은 누구를 환영한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주요 내외빈만 모여 밥 먹는 것을 행사 안내장에 표기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오히려 이게 뭔지 관광객들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
◆올해 달라지는 프로그램들
서동축제에 대한 지역여론을 의식한 듯 올해의 축제는 그나마 지난해에 비해 약간의 차별성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프로그램을 보면 서동선화행차 퍼레이드, 서동스토리텔링, 전통가곡 '정가' 공연, FUN콘서트, 사랑의 FM라디오, LOVE레이저 분수쇼, 알콩달콩 사랑이야기(on-line), 식품클러스터 장터, 자원봉사축제, 서동청소년가요제, 다문화가요제, 문화클럽데이, 서동 춤 전국제전 등 13가지다.
사랑을 테마로 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사랑의 '헌혈 릴레이'다. 8월 초부터 지역 언론과 기관 단체 등을 통해 헌혈증을 모집하고 있는 것은 축제의 이상과 현재를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돋보인다. 헌혈증 기부를 통해 익산시민의 사랑 나눔을 유도하고 지역 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우를 위한 살아있는 축제로 보인다.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기대된다.
서동선화행차 퍼레이드 또한 기대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영등동 우남샘물타운아파트 사거리에서 시작해 하나로 사거리를 거쳐 중앙체육공원까지 서동과 선화의 혼인 퍼레이드를 재현할 계획이다. 취타대와 기마대, 장군, 무관, 내관, 궁녀, 서동선화 가마, 군졸, 기수, 석탑, 백성들에 이어 시민들이 뒤따르게 한다는 계획이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사업계획을 뒷받침할 예산편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대대적인 관심과 이목을 유도하는 것이 과제다.
'사랑의 FM라디오' 프로그램도 새로 신설되는 프로그램이다. 축제 현장에서 직접 라디오 방송을 해 행사장과 시내권 차량에서도 현장을 홍보하며 행사장 방문 욕구를 높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익산시를 운행하는 시민 운전자들이 얼마나 호응할 것인지, 또는 라디오를 듣는 시청자가 얼마나 있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중앙체육공원 분수에서 펼칠 '레이져 쇼'도 기대할 만하다. 서동과 선화의 사랑을 형상화한 빛과 분수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의 서동축제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서동축제를 대표할 만할 '메인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 축제를 가장 빛내줄만한 주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지난해의 실망감이 시민들에게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주 프로그램과 보조 프로그램의 차별화가 없어 또다시 볼 것 없는 축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오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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