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관리·홍보·마케팅·유통 일원화..지역경제 선순환

<편집자주> 글로벌시대의 지방자치는 인근 지역과 경쟁하는 체제가 아니다. 하나의 지방자치단체가 세계의 도시들과 겨룬다. 기업은 공장을 지으려할 때 익산이나 완주, 전주를 놓고 고민하기 보다는 국내에 투자할지 미국이나 중국으로 갈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익산이 바로 옆 군산이나 전주보다 경쟁력 있다는 것이 대외경쟁력을 갖춘 것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것이 WTO체이며, 웹2.0으로 통칭되는 창조력의 시대다.

따라서 지역특성에 맞는 독특한 것을 내놔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강원도 원주시는 앞서가고 있다. 타 지역에서 어려워하는 것을 과감히 시도하고 있다. 국내 로컬푸드 선도지역으로서의 위상을 굳혔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중소상인과 지역 제조업체, 자영업자들을 한데 묶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도시의 규모는 작지만 대자본과 대형마트에 맞서 중소상인들이 안전한 미래를 보장받고, 지역경제도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 영세상인 하나로 묶어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중소상공인공동물류센터'(W물류센터. 이사장 이준섭)는 지역의 영세상인들을 하나로 묶어 공동구매· 공동판매를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중소상공인공동물류센터는 원주시 지정면 1만611㎡(3천200여평) 부지에 지상 2층으로 된 2동의 건물이다. 총사업비 48억중 21억원을 정부서 지원했다.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원주시(Wonju)의 영문 이니셜을 따 'W물류센터'라 이름 지었는데, 수퍼주인들만 참여해  이뤄지는 '수퍼마켓 공동구매' 형식과는 사뭇 다르다.

'W물류센터'의 특징은 지역의 농식품 제조업체와 수퍼마켓 연합, 식당 주인, 재래시장 상인들, 프랜차이즈연합회, 영농법인이나 생산자단체, 지역특산물연합회 등이 일정 금액을 출자하고 유통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상인공동물류센터이며,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소상공인의 이익을 위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단체급식을 하는 기관과 학교도 포함된다.

W물류센터의 업무는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공동물류센터로서의 기능과 지역생산물 물류센터로서의 기능이다.

우선 일반공동물류센터로서의 기능은 지역에서 생산할 수 없는 대기업 제품들을 공동으로 저렴하게 구매해 소상공인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에서 뒤떨지지 않을 수 있다.

두번째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과 농식품제품을 '청정강원푸드'라는 공동브랜드로 엮어 소매점이나 식당, 단체급식 기관에게 공급하는 기능이다.

이러다보니 지역업체가 생산한 농식품을 지역의 소상공인에게 더 많이 공급해줄 수 있는 판로역할을 하게 됐고 자연스레 지역 농민들의 소득이 높아지는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내부에는 지역의 농수축산물을 작게 나누거나 가공 세척 포장해 상인과 직거래 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소상공인 전용카드 활성화

W물류센터는 전국 최초로 중소상공인들에게 맞춤형 전용카드를 발급해 활용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명 '중소상공인 전용 구매카드'를 발급해준다.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전용카드로만 가능하다. 물건대금은 카드 제휴사인 신한은행이 3일 내에 소상인공인을 대신해 먼저 결제해준다. 상공인들은 최대 45일 이내에 물건값을 자동이체통장에 입금시키면 된다. 수수료는 연 1.5%로 매우 낮다.

이를 위해 물류센터는 강원도와 원주시,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상공인들의 자금난을 해소하면서 장기간 외상거래로 나타나는 폐해를 없앴고, 거래의 투명성도 확보했다.
신한은행은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홍보효과를 누리면서 통장발급 및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본다.

현재 물류센터는 450명의 상공인과 기관·단체 회원이 참여하고 있고, 올해 말까지 1천여 회원유통점 확보가 목표다.  

지역산물 공동브랜드 만들어 공동판매

W물류센터가 다른 곳에 비해 가장 차별화된 것은 지역의 농수축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는 식품제조업체에게 판로를 열어줬다는 점이다.

보통 지역에서 식품을 제조하는 업체나 법인은 판로를 마련하지 못해 걱정이다. 게다가 제품이 좋아도 재정형편상 홍보를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일시에 해결한 곳이 W물류센터다.

지역에서 식품을 가공해 팔거나 지역특산물을 만드는 업체, 지역특화제조업체나 법인의 물건을 납품받아 '청정강원푸드, 맛있는'이라는 공동브랜드를 만들고 품질관리, 홍보와 마케팅, 유통의 일원화를 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농수축산물을 품목별로 묵어 ‘청정 강원푸드’라는 공동브랜드 아래 ‘맛있는 건어물', '맛있는 안주', '맛있는 황둔찐방', '맛있는 고구마' 등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물류센터는 중소기업청과 지역대학과 연계해 유통과 가공·영양 패키징 작업을 거쳐 강원도내 18개 지자체에 있는 50개 식품제조업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을 방침이다.

결국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제조하고 지역에서 유통하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다.

경제효과 크다 원주시에 따르면 W물류센터의 지역네트워크사업으로 인해 유통비용이 크게 줄었다. 농수산물은 20%, 식품류 15%, 공산품은 10%의 구매비용이 절감됐다.

올해 말까지 1천개 회원을 확보할 경우 연간 7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역생산품의 경우 제조사와 소매상이 직거래를 할 수 있게 돼 업체는 10% 이상 영업비용을 절감하고, 소매점은 마진율이 10% 이상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시는 물류센터 기능이 활성화될수록 지역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센터는 원주시를 시작으로 춘천과 강릉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학교급식센터에 상품을 공급하고 연구개발과 품질관리를 통해 회원사의 매출 확대를 꾀하기로 했다.

원주서 시작된 공동물류사업이 명실공이 지역 소상공인과 농민들의 소득을 올리는 메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W물류센터 이준섭 이사장은 22일 통화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역 소상공인이 상생해야 한다"며 "W물류센터는 대형마트나 기업형수퍼마켓 진출로 인해 피폐된 지역경제를 일으키고 지역에 일자리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