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는 국가가 관리해야..지역사회 반발

 <지난달 31일 익산공공미디어센터에서 조배숙 의원이 주관한 '국립박물관 설립' 토론회>

  익산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국립박물관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여론에 대해 정부가 예산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전시관을 국립박물관으로 승격해달라는 요구는 새 박물관 건립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인데, 이마저도 정부가 곤란하다는 의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익산 공공미디어센터에서는 조배숙 국회의원이 마련한 ‘고도익산 국립박물관 설립 추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예산이 많이 들어 국가재정에 부담이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토론회 자료를 보면,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국립박물관 승격 비용은 40억원에 불과하다.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정부서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28억여원, 운영비가 연간 12억원이다.

또 백제문화유산은 전주·부여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기 때문에 익산에 전시될 유물이 이곳들과 중복될 수 있다는 점, 경주 공주 부여는 왕국의 실제 수도였는데, 익산은 백제의 수도였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것도 쟁점으로 꼽았다.

여기에다 중앙정부의 기구를 확대하고 재정부담을 늘리는 것은 작은 정부 추세에 어긋난다는 것과 승격 후 독자적 조직과 차별적 프로그램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 미지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국립박물관 설립지역을 정치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지방에 있는 국립박물관은 경주 광주 전주 부여 대구 청주 김해 제주 춘천 진주 공주 등 11개 지역인데, 엉뚱하게도 고도로 지정되지 않았거나 고대 또는 중세 왕국의 수도가 아니었던 광주나 대구 청주 김해 춘천 진주 등 6곳에 국립박물관이 있는 것이다.

가야의 수도로 알려진 김해는 고대왕국으로 발전하기 전 멸망했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가 역사·문화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각 시도의 거점지역에 박물관을 건립했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고도로 지정된 경주 부여 공주 익산 중 유일하게 익산만 국립박물관이 없는데다, 익산시는 금마왕궁지역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승격비용 40억원과 연간 운영비 12억원이 부담돼 국립박물관 승격을 미룬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광대 나종우 교수(사학과)는 “아무리 훌륭한 문화유산이 있어도 이를 담는 그릇에 따라 품위가 달라진다”며 “재정형편이 좋지 않은 자치단체에서 박물관을 운영하면 관리가 부실해질 수 있는 만큼 국가가 비용을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보는 나라의 보물인데, 정부가 관리하지 않고 지자체로 떠넘기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국립박물관 승격을 미루는 것은 백제문화유산을 보러온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창피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 신희권 학예연구관은 “익산지역의 백제유적을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며,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 한다면 최소한 문화재를 총괄적으로 관리전시할 국립박물관 하나 정도는 건립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