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생산되는 고추 명품화

지역적인 것이 발전해 세계적인 것이 되고, 지역의 것은 고유의 풍토에서 자생한다. 그러나 로컬한 것을 글로벌화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농업을 선진화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대대로 중농주의정책을 펴왔던 프랑스는 전체 인구의 2%만이 농사를 짓지만, 농촌에 거주하는 인구는 무려 24%에 달한다. 

농업이 선진화되고 소득이 높아야 농촌이 번영하고, 농촌이 번영해야 도시민들이 들어와 살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충남 태안군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추를 명품으로 만든 것은 본받을만하다. 소득을 얼마 올렸느냐가 아니라 지역특색에 맞게 농촌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편집자 주>

지역 색깔 살린 아이디어

충남 태안군은 인구 6만3천, 한해 살림살이 2천900억원의 농촌지역이다. 바닷가에 있어 어업이나 관광에 종사하는 사람 외에는 대부분 농민이다.

이런 태안군이 2007년부터 지역에서 많이 나는 고추를 ‘태양초’로 명품화 했다. 우선 이 지역이 청정한 곳이라는 점과 해안성기후로 일조량이 많고, 토질이 고추 생산에 알맞다는 특성을 고려했다.

이 같은 점을 부각시키면서 타 지역 고추와 차별화 시킨 것이다. 태안에서 생산해 볕에 말린 고추는 ‘태양초’로서 맛과 색깔이 우수하다는 것.

이렇게 해서 생산된 고추를 다른 지역에서 나온 일반 고추와 비교하며 우수성을 알렸다. 

고추 명품화 시도

고추를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태안군은 '태양초사업단' 구성하고 운영·자문·실무위원회를 뒀다.

사업단에는 군청과 7개 농협, 김치공장 등 관련업체, 대학교, 영농법인, 고추작목반 및 연구회, 퇴비공장, 경영 컨설팅 및 재배기술업체, 유통회사 등이 참여했다. 매월 한차례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했고 군청은 전담반을 두었다.

농협은 농가와 계약재배 한 고추를 수매, 저장, 유통, 홍보하고 생산기술을 지원했다. 대학교는 고추재배 연구용역과 통계작성, 고추 성분분석 및 품질관리에 관여했다.

군청은 재배시설을 지원했다. 영농조합법인과 고추작목반 및 연구회 소속 농민들은 고추를 농협에 공급하고 재배기술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타 지역 고추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친환경적으로 재배해 100% 태양열로 건조했다는 것과 상위 1%만을 위한 명품고추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통체계도 개선했다.

예전에는 농민이 고추를 생산하면 산지유통인을 거쳐 도매상에게 넘어간 후 여기에 마진을 덧붙여 소매상에게 공급되는 체계였다. 하지만 이제는 산지유통인이 끼어들 자리가 없고, 도매상을 거치지 않은 채 농협 마트로 바로 보내거나 식자재 전문회사, 학교, 군부대로 납품하는 체계가 마련됐다.

생산기반과 기술 확충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고추를 생산하기 위한 기반과 기술이 뒷받침 돼야 했다.

태안군은 재배시설 측면에서 고추밭 150헥타르(㏊)에 비가림시설 지원, 고추전문 퇴비·비료 생산시설 구축 및 보급 등에 힘썼다.

생산기술 부문에서는 친환경재배기술 개발, 농가교육 등을 실시했고, 고추건조기술 및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위생적인 고춧가루공장도 확보했다. 고추 소비를 늘리기 위해 김치 등 신제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안산 태양초 브랜드 명칭을 '태자비'로 정하고 고급스런 포장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농가소득 증가·관련산업 활성화

태안군은 고추를 홈쇼핑으로 판매하면서 홍보했고, 마트나 백화점에서 판촉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인터넷 쇼핑몰과 블로그를 구축해 태양초를 알렸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박람회에 참여해 27개국 73개 업체와 상담하면서 태양초를 알리고 수차례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홍보했는데 일본 닛산식품에 7.5톤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태양광을 이용한 고추방법이 일반화됐다. 사업실시 전인 2007년에는 태양초가 27%였는데, 지난해 47%로 늘었다. 가격도 타 지역 것들과 차이가 많았다. 전라지역 고추가 킬로그램 당 6천원인데 비해 태안 것은 7천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고추가루 및 퇴비·김치 공장도 활성화됐다. 관련 업체는 2007년 매출액 32억원에서 지난해 45억원으로, 공장 일자리는 48개서 83개로 늘었다. 퇴비공장은 당초 1개소였는데 2개가 더 설립됐다.

농가 총소득도 늘어났다. 2007년 37억원이었는데, 지난해 46억원으로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태양초 농가는 당초 847가구에서 1천372호로 늘었다. 농가는 2개 법인에 소속되어 있다.

태안군은 앞으로 보다 규모화하고, 전문 연구기관 및 홍보기관과 연대를 강화하며, 고추 소비를 늘리기 위해 1,2,3차 산업과의 연결고리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업단을 법인화 해 통합된 유통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해외로는 특히 중국의 고소득층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고추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해 고추소비를 늘려 간다는 복안이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