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국내 대학서열 30위권에서 2010년 70위권으로 밀려난 원광대학교가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 존폐위기를 맞았다.<관련기사 3면>

원광대학교 정세현 총장은 즉각 비상회의를 열고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했고, 익산시청도 이에 협력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5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원광대 등 전국 43개 종합대학·전문대를 정부재정 지원 및 등록금대출 제한 학교로 선정, 발표했다.

원광대는 내년에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에 응모할 수 없고, 내년에 입학할 신입생들은 등록금의 최대 70%까지로 대출이 제한된다. 다만, 재학생과 신입생이더라도 가구소득 1~7분위 학생은 전액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할만한 사안은 아니다. 또 내년 평가에서 자구노력이 인정될 경우 제한 대상에서 해제된다.

하지만 원불교가 한국 4대종단의 하나이고, 원불교 종단에 의해 설립된 원광대가 호남 4대사학이라는 이름값이 허물어지는 상황이어서 학내 구성원과 익산시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크다.

특히 이 같은 평가 결과가 이미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이미지 훼손효과는 이루말할 수 없게 됐다.

교과부는 2010년도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조교수 이상) 확보율 △학사관리(학점관리) △장학금 지급률 △교육비 환원율(등록금 중 교육에 투자한 금액) △학자금 대출 상환율 △등록금 인상수준 등 9개 항목으로 전국 346개 종합·단과대학을 평가했다. 하위 15%에 해당하는 학교는 정부지원 제한대학으로 분류했다.

또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을 '절대평가' 항목으로 정하고, 이중 2개 이상 지표에 미달될 경우 대출제한 대학으로 분류했다. 원광대는 이 가운데 취업률과 전임교원 확보율에서 기준치에 미달됐다.

교과부 발표에 대해 원광대학교는 "평가지표는 수요자가 많은 수도권 대학에 유리한 것들"이라며 "특히 원광대는 의학계열 학생 수가 1,07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지만, 이 분야 취업율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한편, 공식 발표 10일 전인 지난달 26일 교과부로부터 평가결과를 통보받은 원광대는 본부 간부진들이 참여하는 비상회의를 휴일도 없이 연일 개최했고, 지난 5일 오전 자구책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구책에는 내년 3월말까지 교과부가 마련한 평가 지표를 상회해 달성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쳐 2016년까지 전국 30위권, 아시아 200위권 대학으로 진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원광대 기획조정처 관계자는 "미래 도약의 잠재력이 충분한데도 대비에 소홀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며 "이번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켜 내년에는 반드시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