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까지 국내 30위권 진입 목표 ‘구조조정’

15개 단과대 11개로, 69개 학과 49개로 통폐합

                 강의 연구 산한협력 기반 강화..아시아 200대 대학 진입 목표

지난 5일 원광대학교가 대학평가에 대비해 각종 지표를 끌어올릴 자구책을 확정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열흘간 쉬지 않고 회의를 거듭한 끝에 내놓은 '지표관리방안'이다.

외부평가기관에 의뢰한 진단을 통해 대학기구를 통폐합하는 방안도 아울러 검토하고 있다. 법인의 과감한 지원과 경영구조 개선, 교육 및 연구기반 확충, 전임교수 확보, 발전기금 확충, 산학협력기반 구축 등을 통해 2016년까지 국내 30위권, 아시아 200위권 대학으로 진입하겠다는 게 목표다.

교과부 평가 배경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 평가에 착수한 것은 지난 7월 1일 구성한 ‘대학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 홍승용 녹색성장해양포럼회장) 구성과 맥을 같이 한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대학 관련단체, 법조·회계, 산업경제, 학계 인사 20명으로 구성됐고, 국립대분과위원회(위원 9명)와 사립대분과위원회(위원 10인)를 두고 있다.

대학 입학 정원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등록금 인하에 대한 국민여론이 높다는 점, 대학이 난립해 일부에서는 질 낮은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는 점, 대학들의 부적절한 재정운용으로 탈편법이 많다는 점이 대학 구조개혁을 서두른 이유로 거론된다.

교과부에 따르면 대학입학정원은 2020년 11만여명, 2022년에는 16만명이 감소한다.

게다가 현 정부는 반값 등록금 인하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대학을 통폐합시켜 수를 줄이고, 대학을 운영하는 법인을 통제해 여유자금을 등록금 인하와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쓰도록 강제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래야만 세금이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명분 뒤에는 감세정책으로 부족해진 정부 재정에 대한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자체적인 개혁에 착수하는 대학들도 여럿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학구조 개혁 과정에서 시장논리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수치로 나타나는 성과에만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평가 결과

이번 평가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처음 시도된 것이다.

올해 새로 부임한 원광대 정세현 총장은 이 같은 흐름을 파악하고 지난 5월부터 외부평가기관(액센츄어)에 의뢰, 구조 진단을 실시하고 있는 와중에 재정지원 및 대출 제한 학교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원불교가 전국 4대종단이고, 종단이 세운 원광대가 호남 4대사학이라는 이름값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내세운 절대평가 항목 중 조교수 이상 전임교원 확보율(57.7%)과 취업률(41.8)이 기준에 미달됐기 때문이다. 기준치는 각각 61%, 45%였다.

전임교원 확보율 미달에 대해서는 원광대도 인정했다.

하지만 7일 기자와 만난 김진병 기획조정처장은 취업률이 낮게 나온 것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원광대는 전국에서 의과계열(의대·치대·한의대·약대) 학생(1,076명)이 가장 많은데, 교과부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의과계열 학과가 없는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까지 합치면 전체 취업률은 45.21%로 기준치를 충족한다는 게 김 처장의 항변이다.

또 원광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올해 3.13%로 기준치(3%)를 넘어섰는데, 원광대는 이점도 인정하지 않았다.

원광대는 다소 독특한 등록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4년 동안 매년 납부해야 할 등록금을 미리 책정하고 입학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같은 금액을 적용한다.

그런데 원광대는 2009년 한차례 올린 뒤 올해까지 3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다. 따라서 2009년, 2010년, 2011년 입학생들의 등록금은 같다. 하지만 현재 4학년인 2008년 입학생과 졸업한 2007년 입학생들 보다는 높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등록금 인상률을 올해 등록금 총액에서 작년 등록금 총액을 뺀 차액을 갖고 얼마나 인상됐는지를 따진다. 예를 들어 올해 등록금 총액이 200만원이고 작년에 150만원이었다면 총액이 50만원이 늘어 33.3% 오른 것이다.

하지만 원광대는 최근 3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이 같은 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원광대는 3년간 동결된 등록금을 내는 학생과 그 이전에 들어온 학생들의 등록금이 다르다. 따라서 동결 전인 2008년 이전에 들어온 대학생들이 졸업해 빠져나가면 2009년 이후에 들어온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에 등록금 총액에서는 마치 인상된 것처럼 보인다는 게 김 처장의 설명이다.

김 처장은 “등록금을 3년 연속 동결했는데도 우리가 마치 등록금 인하추세에 동참하지 않은 것처럼 저평가 된 것은 유감”이라며 “현재 원광대는 등록금이 높은 의과계열 학생 수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수도권 사립대에 비해 최고 200만원, 최저 100만원 가량 낮다”고 말했다.

자구책 내용

취업률과 등록금 인상률에 대한 원광대의 불만은 일리가 있다. 교육비 환원율과 재학생충원율도 양호한 수준이다. 인구가 절대적으로 차이 나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교수 확보율이 낮고 20명 단위 소규모 강좌 비율(21.8%)이 적다는 점에서 원광대는 열악한 교육환경을 갖고 있다. 장학금 지급율(14.69%)도 높은 편이 아니다.

정 총장은 평가결과를 통보받은 지난달 26일부터 연일 회의를 열었다. 지난 5일에는 정부기준을 상회해 충족시킬 ‘지표관리방안’을 확정했다. 내년 3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지표관리방안에는 취업률 15%, 교수 확보율 5%(54명 추가), 소규모강좌비율 4%, 장학금 지급률 3.5%를 올리는 대책이 포함됐다. 여기에다 시간강사 강의료를 시간당 4만원에서 4만5천원으로 인상하고, A학점 이상 비율이 종전 최대 40%까지였던 것을 35%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특히 취업률 올리기 방안이 주목된다. 최근 원광대 관계자는 전북대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턴채용 프로그램 및 취업전담교수제 시행 △자기혁신 및 경력개발 강화 △취업박람회 및 홈커밍데이 개최 △동문기업가 발굴 및 인턴십 활용 △학생창업 지원 △지역업체와 연계한 취업 활성화 등을 계획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이 같은 자구책 실행에 약 1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광대는 또 다른 방안을 강구중이다. 중기 대책의 일환인데, 2013년부터 4년 동안 실행할 계획이다. 외부평가기관인 액센츄어(Accenture)에 용역을 의뢰, 대학기구를 근본적으로 수술하기로 했다. 액센츄어는 5월 진단에 착수, 중간보고를 거쳐 4개월 만인 지난 7일 용역결과를 납품했다. 원불교 종단 설립 100주년인 2016년 이후부터 국내 대학 30위권, 아시아 200위권 진입을 목표로, 비전과 전략과제, 기구 구조조정, 행정혁신 등 세 부분에서 전략을 마련했다.

특히 대학기구의 구조조정안이 눈길을 끈다. 김병진 처장에 따르면, 현 15개 단과대학을 11개로 줄이고, 69개 학과를 20개 줄여 49개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의과계열 단과대학 4개는 그대로 두고 일반 대학을 통합해 7개로 축소한다는 것. 경영대, 인문사회대, 이공대, 생명과학대, 디자인대, 사범대, 교양대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기존의 교학대학과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을 인문사회대로, 공과대와 자연대를 이공대로, 생명자원과학대와 생활대 중 식품영양학과를 차출해 바이오생물대로 통합한다. 대신 경상대학은 경제학부를 인문사회대로 빼내고 경영대학으로 바꾼다.

단과대학이 줄어들기 때문에 학과의 이동과 폐지, 통합작업도 병행된다. 인문대의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가 ‘한국문학과’로, 사학과와 고고미술사학과가 ‘역사교육과’와 ‘역사학과’로 통합되는 식이다. 현 인문대 소속 교양학부 3개 학과와 철학과는 교양대학으로 이동한다.

이 같은 기구 조정에 대해 김 처장은 “용역 결과를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 말까지 학내 의견수렴을 거칠 것”이라며 “단과대학 통폐합은 내년부터, 학과통폐합은 2013년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반 성과지표 올리고

단과대·학과 통폐합

기획·실행 책임 분리

행정 측면에서는 대학본부가 기획 중심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본부는 기획을, 단과대는 실행을 맡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기관별 책임경영제, 성과관리시스템 도입 등도 검토하고 있다.

입학정원은 2016년까지 377명(9.1%) 줄이기로 했다. 이외에도 교육 및 연구 기반 강화, 발전기금 조성, 산학협력 확충 등을 계획하고 있다. 

원조 나선 익산시청

원광대가 개최한 비상회의에는 익산시청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광대의 쇠퇴는 지역상권 퇴조 및 지역침체로 이어지고, 원광대가 익산시의 주민등록인구 증가에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광대가 익산시청에 요청하고 있는 것은 동문 주차장 인근에 서울행 시외버스정류장 설치, 학교 주변 원룸 소유자들의 인식 개선, 지역기업 및 행정분야에서 인턴십 활성화 등이다.

중국 유학생을 가볍게 보는 풍토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익산시청과 원광대는 월 1회 연석회의를 정례화 하고 실무자 교섭을 통해 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이춘석 국회의원도 정세현 총장과 만나 현안을 듣고 국회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망

대학교 평가결과를 적용해 대학을 근본적으로 수술하려는 교과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의지는 강도가 매우 높다.

위원회의 계획 중 사립학교 부문만 보면, 올해 말까지 재정지원 및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교를 중심으로 감사를 벌여 부실대학을 선정하고 강제로 경영컨설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학교법인을 해산시키고 대학 문을 아예 닫게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사립학교법과 사학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구조개혁위원의 공정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 대학의 자율적 개혁이나 자연도태를 유도하기 보다는 강제 퇴출방법이 온당한 것인가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원광대는 내년 평가에서 부실 오명을 반드시 벗겠다는 각오다. 원광대 김대곤 대외협력부총장은 “전국 30위권 대학으로 진입하기 위한 준비를 이미 마쳤다”면서 “최단 시일 내에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