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회가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천기흥 변호사)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이날 1차 회의를 연데 이어 16일에는 2차 회의를 열고 선거 지원업무를 맡는 행정안전부의 보고를 들었다.이 때 행안부는 1개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는 인구 하한선을 10만4천명으로, 선거구를 2개로 쪼갤 수 있는 상한선을 31만2천명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18대 총선 때 적용했던 기준이다.
이에 앞서 올해 초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말 인구를 기준으로 30만9천279명을 상한선으로 제시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상한선이 대폭 늘어나자 익산시와 민주당 익산 갑·을지역위원회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30만9천500 명 선으로 인구를 맞춰놨는데, 2천 명 이상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거구 획정
현행법상 선거구는 선거일 6개월 전까지 확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은 11명 이내의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회는 1개 선거구를 둘 수 있는 인구 하한선을 정한 후 여기에 미달된 선거구를 통폐합한다.
또 인구 하한선의 3배를 상한선으로 정하고 초과될 경우 선거구를 분할한다.
따라서 위원회는 통폐합될 선거구와 분할될 선거구를 구분하고 전국 지역구 수를 확정한 다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올리는 작업을 한다.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과정에서 주요 정당 교섭단체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선거구획정안'을 통과시키는데, 법정 시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장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기간을 연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선거구 획정 기준
선거구를 줄이고 늘리는 기준은 인구 상·하한선이다. 전국인구를 245개 선거구로 나눠 평균인구를 산출한 뒤 ±50%가 상·하한선이 된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인구 상한선은 하한선의 3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시점의 인구를 적용할 지가 중요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2007년 12월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번에는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할지, 올해 6월, 또는 8,9월이나 11월을 기준으로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
선거구 획정에 기준이 되는 시점이 일부 선거구 통폐합의 사활을 결정한다. 자치단체 형편상 시점에 따라 인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익산은 문제가 없다.
이때 전국 245개 지역선거구 평균 인구는 20만6천186명이었고, 하한선은 10만3천93명, 선거구를 분할할 수 있는 상한선은 30만9천279명이었다.
따라서 지난 8월31일 현재 30만9천500여명인 익산시는 2개 선거구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올해 6월 것만 적용해도 하한선이 10만3천321명, 상한선은 30만9천963명으로 익산은 406명이 모자란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인구를 만회하기 어렵지 않겠지만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법적인 한도 내에서 상·하한선을 어느 정도로 정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2개선거구 수성 가능할까
현재 상황으로서는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리라고 예상하기는 불가능하고, 가장 빠른 시점이 올해 6월, 보통 8,9월이나 오는 10,11월의 인구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인구 늘리기를 하고 있는 익산시에 주어질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은 11월31일까지인 것으로 보인다.
총선 선거비용 제한액 공고일이 12월 3일로 잡혀 있어 그 이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출산률은 낮지만 전국 인구는 조금씩 늘고 있다. 따라서 지난달 31일 인구를 기준으로 인구 상하한선 예상치에 맞춰 익산시가 추가로 확보해야 할 인구를 추정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8월말 대한민국 인구는 5천66만2천739명, 선거구당 평균인구는 20만6천786명, 하한선은 10만3천389명, 상한선은 31만179명인데, 익산시 인구는 30만9천557명으로 622명의 인구가 부족하다.
위원회가 하한선을 10만3천500명, 상한선을 31만500명으로 잡았을 때 부족인구는 943명, 하한선이 10만3천700명일 때는 1,543명이 부족하고, 10만4천으로 정했을 때는 2천443명이 부족하다. 익산시와 민주당 익산갑을위원회가 최근 연석회의에서 2천500명을 확보하자고 결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하한선을 10만4천500명이나 10만5천명으로 잡을 경우 2개 선거구 유지는 불가능하다.
향후 전망
그동안의 사례를 살펴볼 때 위원회는 보통 상하한선을 높여 잡고, 현행 지역구 수를 유지하거나 줄이는 게 관행이었고, 국회는 다수의 지역구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기준인구를 낮춰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리는 것으로 조정했다. 일부지역에서는 의석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인구가 부족한 행정구역에 여유 있는 지역의 일부를 떼어주는 ‘게리맨더링’을 하기도 했다.
이런 경향을 볼 때 선거구 획정안에서는 무작정 인구 상·하한선을 높여 잡을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되면 통폐합되는 지역구는 많아지는 반면, 분할되는 선거구가 적어지기 때문에 정당의 반발과 국회에서의 조정이 불가피해지는 수순으로 가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인구만 적용해도 전국에서 분할되는 선거구가 6곳(경기 4곳, 강원 충남 각 1곳), 통합되는 선거구는 8곳으로 전체 2석이 줄어든다.
이중 늘어나는 곳은 모두 경기도와 그 인접지역(강원 원주.충남 천안을)이고, 줄어드는 곳은 호·영남이다.
따라서 농촌지역이나 지방의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특히 특정 정당의 텃밭이 아닌 수도권은 차치하고서라도 호·영남의 선거구 조정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한 개씩 주고받는 식으로 조정될 여지가 높다.
6월 기준으로 호·영남에서 줄어드는 선거구는 네 개씩인데, 의석을 줄이더라도 적게 그리고 동수의 의석을 줄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호남의 익산갑·을을 유지하면서 영남의 대구 달서갑을병도 같이 살리는 식이다.
요컨대 선거구 획정은 기존 지역구 의석 245개를 유지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정치적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 충분한 인구를 확보해놔야 안심할 수 있는 이유다.
김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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