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관련 사업 가운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보조금 성격의 사업은 거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생산자인 농민과 농민들의 조직, 유통이 하나로 연결되지 않으면 농업분야는 성공하기 어렵다.

게다가 농민들이 공통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기투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보조금 투입이 중단되자마자 사업은 표류하게 된다.

4개 농협 공동 출자, 생산 유통  지자체 대학 연구소는 지원역할

남해군은 시금치로 유명한 곳이다. 남해 시금치는 바닷가에서 자라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고 미네랄성분이 풍부해 상품성이 높다.

이곳 시금치를 명품으로 만들어 소득을 늘린 것은 지역 내 4개 농협이 공동으로 설립한 ‘보물섬남해클러스터조합’이다.

남해 시금치 클러스터는 2008년 농수산식품부로부터 지역농업클러스터 대상지로 확정됐는데, 이를 추진하기 위해 남해·동남해·서남해·창선농협이 5천만원씩 출자해 자본금 2억원으로 법인을 만든 것이다.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다 보니 법인 내에는 산학연관이 모두 포함된 운영위원회가 꾸려졌다.
생산자 쪽에서는 농협과 작목반, 대학에서는 경상대와 한국국제대학교, 관에서는 남해군농업기술센터와 경남농업기술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남해출장소, 연구 측면에서는 (재)바이오 21센터가 참여했다.

이들은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시설투자와 운영, 작목반 구성과 농민교육, 농산물의 수집과 유통, 가공식품 개발 등을 논의했다.

법인은 131개 작목반, 3천700여 농가회원을 확보해 전산작업을 완료했다. 특히 친환경으로 시금치를 재배하기 위해 연중 농민교육을 실시했고, 선진지 견학, 타 기관과의 교류, 토론회 개최, 소비자 초청행사를 실시했다.

생산 및 유통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시금치 통합물류센터를 신축하고, 시금치 계약재배 면적과 친환경재배단지를 확대했다.

4개소 10헥타르(ha)의 신규 친환경단지를 조성학고 산학협력으로 323점의 토양을 정밀검사해 품질을 끌어올렸다.

특히 품질을 규격화하고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계약재배 면적(100헥타르)을 확대했다. 시장개척단을 운영해 전국 125개소의 이-마트 및 115개소의 홈플러스, 농협매장에 1천500톤의 시금치를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시금치를 위생적으로 처리하는 시설도 가동됐다. 남해군 시금치들은 세척작업을 거친 후 위생상자에 담겨져 랩으로 쌓인 다음 냉동탑차에 실려 전국으로 배달된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농약잔류검사가 필수적으로 이뤄진다. 검사과정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될 경우 수집을 거부했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재배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법인 내부적으로는 전문가를 영입해 유통을 책임지고 시장을 개척했다.

시금치로만 연 300억원 소득

이렇게 해서 남해군 농민들이 시금치로 벌어들인 소득은 2009년 209억원, 지난해에는 247억원이나 된다. 남해군 전체 농업수익의 20% 정도다. 올해는 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 매출액은 ‘10년 기준 50억원이나 된다.

2008년 582헥타르였던 재배면적은 ‘09년 679헥타르, ’10년 939헥타르로 확대됐다. 시금치 생산량도 획기적으로 늘었다. ‘08년 5천600여톤이었던 것이 2년 후 9천200여톤으로 늘어났다.

법인 직원은 정규직 5명에 매일 20명이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