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에는 노인들이 많다. 인구 10만 이하의 농촌 자치단체는 젊은층이 꾸준히 빠져나가기 때문에 벌써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곳도 있다.

충북 괴산군도 여기에 속한다. 인구가 4만 명이 채 안된다. 이미 마을은 텅텅 비어있고 몇몇 노인들만 문전옥답을 가꾸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저소득계층으로 여생을 이어가는 노인들이 많다.

그러나 괴산군은 시골절임배추 산업화를 통해 이런 고민을 해결했다.

꾸준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속리산 자락에 있는 충북 괴산군은 전형적인 농업·산촌지역이다. 전라북도의 무진장과 같이 인구 3만6천840 명 밖에 안 된다. 괴산읍과 10개면으로 이뤄져 있다. 인구는 1985년 10만8천명에서 지난해 말 3만6천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대신 노인 인구비율만 크게 늘었는데, 같은 기간 전체인구에서 노인 비율은 7.75%에서 27.55%로 확대됐다.

농업지역이다보니 이곳에 나는 대표적 생산물은 고추와 대학찰옥수수, 시골절임배추 등 1차산품이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겪는 불편, 상품개발로 연결

시골절임배추는 1996년 괴산군 문광면에서 농민들이 농한기에 틈새소득을 올리기 위해 구상한 것이었다. 대학찰옥수수나 담배(잎), 감자 등을 수확한 후 배추를 심는 것이다.  

‘괴산군시골절임배추생산협의회’ 김갑수 회장은 당시 서울에서 열린 농산물 직거래장터에 갔다가 초겨울 김장을 한 후 남은 쓰레기 처리로 골치가 아프다는 아파트 부녀회원들의 푸념을 들은 뒤 절임배추를 상품화 해보기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배추를 길러 천일염으로 절인뒤 대도시 소비자들과 직거래하는 형태로 소규모였다. 하지만 도시 부녀자들의 호응이 좋았기 때문에 김갑수 회장은 '98년 문광면에서 7개 작목반을 만들어 본격화시켰다. 비닐하우스에 직접 배추를 길러 절임배추 대량생산을 시도한 것이다. 절임배추는 배추를 다듬거나 씻고 절여야 하는 불편 없이 그냥 사서 입맛에 맞게 양념만면 된다. 김치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 배달은 우체국 택배가 전담한다.

절임배추가 농가효자상품으로

처음에 농민들은 홍보 전단을 만들어 서울과 인천, 의정부, 남양주 등의 아파트단지에 홍보전단을 뿌리고 주문을 받았다.

한 농부의 구상으로 출발한 절임배추 소득은 매년 10억 원 이상 늘어나더니 2010년에는 소득 300억 원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천연암반수로 배추를 세척해 1년 이상 간수한 천일염으로 절여 철저한 품질관리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꾸준히 쌓아온 덕분이었다.

2005년에는 중국산 '납김치'가 들어와 말썽이었는데, 괴산군 절임배추는 이때 더 유명해졌다. 게다가 배추 값이 시세보다 저렴했기 때문에 인기가 더 높아졌다. '05년 20㎏ 한 상자(8~10포기)에 택배비 포함 2만 원 정도에 팔았다. 이때 절임배추 전용 배추재배면적은 132헥타르(㏊)였고 '04년보다 11% 늘어났는데, 주문 물량을 맞추기 어려웠다. '98년 7개 작목반으로 시작했던 절임배추 농가는 53개 작목반, 400여 농가로 늘어나 132헥타르에서 6천 톤을 생산, 50억 원을 벌었다.

'06년에는 64개 작목반 470농가로 늘어나 8천 톤을 생산, 60억여 원을, '07년에는 95개 작목반에 600여 농가가 참여, 40만 상자를 팔아 72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08년에는  소득이 거의 두 배 늘었다. 110개 작목반 800여 농가에서 450헥타를 재배해 68만7천 상자를 팔아 137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군청은 수도권 지역에서 16만명의 고정적인 고객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택배로 직거래를 하다 보니 지역의 택배업체는 택배비로만 27억 원, 2010년에는 45억 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농한기에 여성 및 노인 일자리 4만여 명을 고용하는 효과도 봤다. 

'09년에는 130개 작목반, 1천여농가가 참여, 100만 상자를 판매해 240억 원, 올해는 30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시세와 상관없이 판매가격이 매년 일정한 것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큰 요인이었다.

배추는 작황에 따라 값이 널뛰는데, 20kg 한 상자에 1만8천원(택배비 제외) 정도로 일정했던 것이다.

배추 값이 비쌀 때 그냥 팔지 않고 절인 후 싼 값에 팔겠다는 소비자와의 약속을 귀중히 여겼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배추 값이 폭등해 한 포기당 1만3천을 호가했는데 8~10포기가 들어 있는 괴산절임배추 20kg을 2만5천원에 내놨다.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지만 5천원 올리는 데 그쳤다. 

괴산군의 지원

'98년 당시 괴산군청은 절임배추를 지역특화사업으로 정하고 농가에 포장상자 제작비를 지원했다. '01년부터 군청은 배추를 씻는 세정대와 염도측정기, 운반상자를 지원했다.

'06년에는 4억2천만 원을 들여 각종 시설을 지원했고 기술보급에 힘썼다. 이때 군청은 자체적으로 행정혁신우수사례발표회를 열었는데 절임배추 생산에 공로가 큰 농정과에 최우수상을 줬다.

'08년에는 작목반 총회를 개최해 생산과 유통의 단일화를 꾀했다. 같은 배추종자 구입해 생산에서 유통까지 작목반별로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괴산군농업기술센터는 절임배추의 제조공정을 표준화 했다. '10년까지 2억4천만 원 투자해 김치 품질과 특성 분석,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유산균 선발, 절임배추를 이용한 안전한 김치제조공정 표준화가 주요 내용이다. 절임배추를 다시 김치로 재가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절임배추 보존기간 연장, 품질균일화, 소비자 맞춤형 속재료 배합비 설정 등을 통해 친환경명품김치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 농특산물판매장인 '괴산장터'를 구축해 농민들이 이곳에 인터넷 홈피를 만들어 농산물을 팔 수 있게 했다. '09년에는 '야뜨네'를 구축, 농특산물 판매와 홍보를 일원화했다. 이어 신규작목반 장비 구입, 배추절임 소금물 집수장치 설치, 포장재, 기능성 배추 생산 지원, 컨베이어 공급 등에 8억2천만 원을 지원했다. 이때 배추절임 소금물은 300톤 정도였는데, 이를 다시 재생소금으로 만들어 테니스장 등에 이용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농가를 상대로 한 교육도 꾸준히 펼쳤다. 절임배추 작업환경 및 위생 교육, 수질오염원 신고교육, 종자교육, 절임배추 생산 및 유통교육 등이다.

'09년에는 또 괴산군내 2 개 면(面)이 농식품부로부터 농촌마을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2010년부터 절임배추 등을 비롯한 여러 농특산물가공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

군청이 절임배추 상품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대학 및 산업체와 협력적 관계망을 구축한 것이었다.

군은 영농조합법인과 식품회사, 배추 종자회사를 비롯한 산업체와 충북대 및 충주대, 농업기술센터 등 지원기관, 괴산군청 유통과 등을 하나로 묶어 생산과 유통, 기술개발을 위해 꾸준히 협력했다. 

연구하는 공무원들

'09년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직원 윤홍규(52)씨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지도대상을 수상했다. 괴산청결고추 명품화사업 추진, 배추절임 후 남은 소금물의 친환경적 처리방안을 모색한 공로다. 윤 지도사는 소득증대 시책 창안 2건, 농업기술혁신 개발 3건, 특허 2건을 냈다.

농기센터 직원들은 같은 해 농업관련 연구성과들을 논문집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25편의 논문이 실려 있는 '과제연구보고서'에는 공무원들이 농촌지도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용 가능한 기술개발, 재배 기술, 경영상담기법, 효과적인 전자상거래방법 들이 들어 있다.

2010년부터는 기능성이 추가된 항암배추를 시범적으로 재배했고 올해부터 본격 출하할 계획이다. 

'07년부터 괴산군은 '친환경농업 군(郡)'으로 선포했는데, 귀농귀촌 기관 2~3곳이 입주해 도시민들의 귀농교육을 돕고 있다. 해마다 20~30가구가 귀농을 해온 있다.

절임배추 성공을 통해 공무원들은 우거지 만두소나 김장양념꾸러미, 시골묵은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괴산청정고추축제를 벌여 농특산물 판로를 개척해오고 있다.

유사작목과 연계

괴산고추축제에서는 괴산청결고추가루를 판매하고 대학찰옥수수 시식행사나 절임배추 특판행사가 벌어진다. 한해 20만 명이 찾는 큰 축제라 홍보효과가 좋다. 그동안 괴산군은 시골절임배추 홍포 전단지 뒷면에 괴산청결고추를 함께 홍보했다.

아울러 고추종합처리장을 건립해  적외선으로 하루 25톤 건조하고, 자외선 살균과 쇳가루 제거 과정을 거진 후 고품질 고추가루를 생산한다.

고추농가로 구성된 괴산고추조합법인을 설립해 생산도 늘리고 가격도 안정시키면서 고급화, 명품화 전략으로 해외수출을 꾀하고 있다.

대학찰옥수수와 관련해서는 10억6천만 원을 투입해 2009년 11월 종합유통센터 건립, 작업실과 포장실, 급냉실, 냉동실, 외부탈피장 등 첨단시설을 갖췄다. 1회 300톤의 옥수수를 증숙하는탱크를 갖추고 225톤을 저장할 수 있어 7, 8월 홍수출하 방지했다.

대학찰옥수수는 지리적표시제로 등록했다. 괴산군은 또 옥수수분말공장을 설립해 가루가 식품원료나 상품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체험관광상품도 내놨다.

올해까지 산촌생태마을사업이 완료되는데, 산촌체험관과 영농체험장, 올갱이체험장 등이 들어선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