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동양 최대 탑

국보11호인 미륵사지 석탑(서탑)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동양에서 가장 큰 석탑이다. 2009년 석탑을 해체하면서 가운데 돌기둥(심주.心柱) 속에서 발견된 사리장엄(사리함)과 금박으로 만든 사리봉영기(사리를 모시는 내역을 기록한 글)를 통해 서기 639년 건립된 것으로 정확한 연대가 밝혀졌다.

석탑은 당초 목조탑을 본뜬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초 건립 이후 보수된 흔적이 남아 있고 조선시대 중기 때 7층까지만 남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더 훼손돼 일제강점기인 1910년 현재의 6층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높이는 14.2미터, 석탑 아래 너비는 12.5미터다. 1915년 조선총독부에서 붕괴된 남쪽 부분을 시멘트로 덧댄 후 100년 가까이 흘렀다. 

해체 작업과 복원 연구

문화재청은 ‘98년 안전진단을 했는데 훼손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고, 이듬해는 해체해서 보수할 계획을 세웠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0년 탑 주위에 철골을 세워 덧집을 설치했고, ’01년 해체 준비작업을 끝내고 같은 해 10월부터 해체를 시작했다.

‘02년 12월에는 맨 위 6층부터 3층까지 해체했고, 다음해 말까지는 2층까지, ’04년에는 시멘트 부분을 털어냈으며, 지난해 4월에는 8년2개월 만에 해체를 끝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해체과정을 기록하며 올해 1월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작성, 발표했다.

해체과정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석탑 1층 중앙 돌기둥 속 네모난 구멍(너비25㎝, 깊이 27㎝)에서 사리장엄과 금제사리봉영기를 발견한 것이다. 이로써 미륵사를 세운 이유와 연대, 당시 백제 무왕의 왕비는 선화공주가 아닌 좌평(左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석탑 복원을 위한 연구와 해외사례 조사도 함께 진행했는데, 지난 19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를 위한 국제포럼’을 열고 6층 부분 복원방안을 발표했다. 

6층 부분복원 이유

석탑을 해체하면서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가 화두였는데, 9층으로 복원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7층부터 9층까지의 돌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복원한다 해도 끝까지 남아 있던 6층의 모습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옛 돌과 새 돌을 합쳐놓으면 금이 가고 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따라서 해체 직전의 모습인 6층만 복원키로 뜻이 모아진 상태였는데, 6층 전체를 사방으로 복원할 것인지, 시멘트로 덧댄 부분을 제외해 되도록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부분복원)할 것인지가 논란이 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후자를 택했다. 없어진 부분이 많기 때문에 6층 전후좌우를 모두 복원하게 되면 새로운 돌을 전체의 절반 이상(61%) 써야 하고, 이럴 경우 원래 모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 전면 복구하게 되면 겉으로 완전한 탑의 모습을 갖추기 때문에 9층석탑을 6층으로 잘못 알게 되고 새로운 돌을 너무 많이 써서 무게가 늘어나 또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 외관상 보기 좋다는 것은 장점이다.

반면, 부분적으로 복원하면 대체로 옛 모습을 간직할 수 있고, 새로 들어가는 돌의 사용량이 전체의 38%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2층까지는 완전 복원, 3~6층까지만 부분적으로 복원한다. 또 오래돼 못 쓰게 된 돌은 새 것으로 교체하거나 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석축 돌을 다듬어 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배병선 연구실장은 “부분적으로 복원하게 되면 외관상 균형 없게 보일 수 있지만, 기존 형태와 자료를 보존하는 동시에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럼에 참석한 익산시청 유기상 부시장은 “복원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겠다”며 “미륵사 탑 복원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연구와 토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6~17년 복원 마무리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올 연말까지 복원계획을 정하고 내년 하반기 또는 2013년 상반기에 복원에 착수해 2016년, 늦어도 2017년에는 마무리할 계획이다. 잠정 소요예산은 197억 원이다. 미륵사지 현장에 나와 있는 김현용 학예사는 “석탑 복원과정은 비록 6층이지만 안정화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