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한다며 외부인사 영입·교수 졸속채용” 주장
원광대 “비대위 주장은 소수 의견.. 심기일전하겠다” 

원광대학교 교수협의회 소속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허걸교수)가 정세현 총장과 이성택 이사장 등을 ‘선무당’이라고까지 비판하면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뭘까.

비대위 허걸 위원장은 “학내 구성성원들은 지난 9월 원광대가 정부재정 지원 및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으로 선정됐을 때 과거 집행부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었다”며 “그러나 사정을 알고 보니 전적으로 현 집행부가 잘못 대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교과부 공문 접수하고서도 대처 안 해

비대위는 원광대가 올해 초부터 6월까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학구조개혁에 관한 공문을 받았으면서도 7월까지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원광대는 2월 11일 교과부로부터 ‘2012학년도 학자금 대출한도 설정방안 알림’이라는 공문을 접수했다. 아울러 교과부는 이날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교과부 홈피에 게재했다.

4월 원광대는 교과부로부터 ‘2012학년도 학자금 대출한도 설정을 위한 지표산식’이란 공문을 접수했고, 6월에도 공문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원광대는 7월까지 대학본부 간부인사 및 대학원장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에서 대학평가와 관련된 지표관리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비대위는 “교과부의 공문은 부실대학 선정 통보가 있었던 8월 말까지 학생처 장학복지팀에서 잠자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정세현 총장과 3명의 부총장, 12명의 단처실장, 8명의 대학원장, 그리고 각 부서장이나 팀장들 중 어느 누구도 대학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원광대가 치욕스러운 위기상황에 빠지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교수충원률 관리하지 않아

비대위는 원광대가 교수충원률을 관리하지 않아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광대가 대학평가에서 단순히 하위 15%에 해당되기만 했다면 정부재정 지원 제한대학으로만 선정됐고, 교과부의 실사나 강제적 경영컨설팅을 받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 하지만 절대평가 항목 4가지 가운데 교수충원율을 잘못 관리함으로써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으로 선정되면서 실사와 컨설팅까지 받게 됐다는 것.

비대위에 따르면 전직 나용호 총장 시절에는 병원에 근무하는 임상교수 일부를 기초교수로 변경해 교수충원율 61%를 충족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정세현 총장체제로 접어들면서 올해 초 임상교수들을 복귀시켰기 때문에 교수충원률이 3% 이상 하락했는데, 대학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비대위는 “교수충원률은 평가항목 총점 100점 가운데 무려 30점을 차지하고 있다”며 “현 집행부의 잘못으로 총점이 1점 가까이 낮아지게 돼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평가 방식에 “뒷북치기” 

비대위는 대학 집행부가 교과부의 취업률 산출방식과 등록금 인상률 산정방식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결과가 나오자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뒷북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2009년 교과부가 발표한 ‘09년 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에는 취업률을 산출할 때 의학계열(의학, 치의학, 한의학, 수의학 등) 및 대학원 취업률은 제외한다고 나와 있다.

또 지난해 2월 교과부에서 발표한 ‘10학년도 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에 이어 올해 2월 발표한 기본계획, 4월 공문을 통해 밝힌 ‘2012학년도 학자금 대출한도 설정을 위한 지표산식 알림’에도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도 지난 8월26일 교과부로부터 평가결과를 통보 받은 후 같은 달 31일 열린 교수협의회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부총장은 “취업률 평가에서 왜 의치학계열을 뺏는지 교과부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학본부는 9월5일 평가결과가 공개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취업률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 등록금 인상률 산정방법이 원광대에 불리하다” 내용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을 벌였다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런 어이없는 촌극을 보며 교과부 관계자는 어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구조조정에 매몰됐나

비대위는 현 대학 집행부가 4억원이나 들여 엑센츄어에 구조조정 용역을 맡기고 “눈 먼 장님처럼” 엑센츄어에 질질 끌려 다니며 엉터리 같은 ‘구조조정안’을 만드느라 대학평가에 대처할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걸 위원장은 “교수들이 엑센츄어에 학과 통폐합을 막아달라며 읍소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며 “대학에서는 올 3월 교육역량강화사업에 탈락한 것을 교훈으로 삼고 지표관리에 충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 등 외부영입인사 기대 못 미쳐

비대위는 정세현 총장과 두 명의 부총장을 비롯한 외부인사 영입이 기대에 못 미치는 낭비적인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법인은 지난해 12월 23일 정세현 총장을 영입했고, 정 총장은 올 3월1일 강수기 의생명부총장, 김대곤 대외협력부총장, 김석우 국제협력실장을 끌어들였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 총장은 정치권과의 폭넓은 고리를 마련해 국고지원을 확대하고 학교발전기금 확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영입된 것”이라며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행부는 교과부와의 어떤 대화채널도 갖지 못했고, 언론이 보도한 내용조차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로 정 총장 체제의 한계는 명확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합리성 결여한 불공정 인사"

비대위는 정 총장이 단행한 최근 인사에서 합리성과 공정성을 결여했다고 주장했다.
건축공학과 교수의 경우 올 하반기 공개채용과정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처리한 후 2위 후보자를 채용하려다 교수들의 반발과 법인의 반대로 거부당했다.

비대위는 또 군사학부에서는 정 총장 친구 동생이 교수로 특채됐고, 생물환경공학과는 최근 5년 동안 논문이 1편뿐인 인사가 부교수로 특채됐다고 밝혔다.

특히 대학평가결과 발표 이후 최근 단행된 교원인사에서는 2주일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24명을 임용하기도 했다.

허걸 위원장은 “교수채용에 관한 공개광고 없이 교수충원률 61%를 맞추기 위해 학생의 정원을 줄이며 졸속으로 교원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원광대, 심기일전 하겠다

원광대 관계자는 "현재 대학평가 결과와 관련한 대학의 입장은 앞으로 심기일전해 명예를 회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가지표 관리를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적절치 못한 수단으로 지표에 맞게 짜맞출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2순위 교수채용 논란과 관련해서는 "2순위 후보자는 원광대 동문 출신으로 현장경험이 높은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총장 친구 동생 채용논란에 대해서는 "채용된 인사는 육사 교수 출신으로 군사학부 교수로 어울리는 분"이라면서 "정실임용 주장은 터무니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교원을 충원할 때 일간지 및 교수채용전문 인터넷사이트에 공개적으로 광고 및 공고를 냈다"며 "졸속으로 채용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대위 소속 교수는 소수"라며 "다만 교수협의회가 비대위 활동을 교수협 이름으로 하지 말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비상대책위 구성은 교수협의회 임시총회에서 승인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