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가 교과부의 대학평가결과에 대한 책임과 구조조정 방향을 둘러싸고 의견이 충돌하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관련기사 4면>

정세현 총장을 필두로 한 대학본부 및 학교법인과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및 총동문회가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정 총장은 최근 세 차례에 걸쳐 학생과의 대화를 실시했고, 비대위와 총동문회는 ‘원광대 위기극복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갈등의 핵심은 엑센츄어에 의뢰한 구조조정안과 정 총장의 구상에 따라 대학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대학본부 및 학교법인의 방침과, 대학평가 결과에 대해 정 총장이 책임져야 하며 평가결과에 대처하는 대학본부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비대위 및 동문회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소통이 없는 가운데 양측이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다. 

정 총장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기구 구조조정 문제, 교과부로부터 학자금 대출 및 정부재정 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배경, 대학평가의 문제점, 대학본부가 마련한 자구책 등을 설명했다.

대학구조조정과 관련, 정 총장은 12월 방학이 들어가기 전 교수들과 협의해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취업전담교수제 도입, 전임교원 확보율 상향, 학교사랑장학금 10억원 모금운동, 학교기업 키우기, 단과대학 별 ‘기초학력 신장 프로그램’ 신설, 토익이나 중국어 교육 등 취업능력 향상 프로그램 확충 계획을 밝혔다.

외부인사 영입과 관련해서는 “우리학교는 의생명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생명부총장을 영입한 것은 식품클러스터 조성과 새만금에 대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수협의회 비대위와 총동문회는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비대위는 이미 밝힌 정세현 총장과 현 집행부의 여섯 가지 잘못<본지 10월31일자 1면,4면 참조>을 지적하며 일단 정 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최근 정 총장이 단행한 인사의 문제점과 학생정원 10% 감축안에 대해 비판했다.

비대위와 동문회는 정총장이 임명한 식품공학과 교수의 경우 최근 5년간 논문이 1편밖에 되지 않는데도 부교수로 특채됐고, 현재 1학점짜리 강의만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임용된 27명의 교수 가운데 15명이 9학점 이하의 강의를 하고 있고, 이들 평균 강의시간은 4.7학점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정 총장이 학기 중에 서둘러 인력을 채용해 인건비를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정원 감축안에 대한 반발이 크다.

교과부의 계획대로라면 2013년부터 정원감축에 들어가도 되지만 서둘러 연간 30억 원이 넘는 등록금을 포기하면서 감축을 서두르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비도덕적인 재단에 의해 총장이 임명되고, 총장은 오만방자하게 독단을 일삼고 있다"며 “이사장과 총장이 물러나는 것이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정원감축과 관련 “인구가 적은 지역형편상 재학생 충원률을 맞출 수 없고 정원 감축은 수년 전부터 계획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원을 줄여야 교수확보율과 장학금 지급률, 취업률이 올라간다”며 “지금으로서는 지표를 관리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획조정처 관계자는 “경영컨설팅을 받더라도 교과부 실사 결과에 따라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며 “(10월17일 진행된)실사를 앞두고 교수를 채용한 것은 대학개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와 총동문회는 “지난 9월 22일 교과부 소속 대학구조개혁위원회 관계자가 원광대를 방문해 정 총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미 발표된 지표 평가결과는 바뀔 수가 없다고 말했는데도, 정 총장이 서둘러서 교원을 확충하고 정원을 감축키로 한 것은 대학 본부가 아직 교과부 실사와 경영컨설팅에 대해 개념이 서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반박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