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원광대 교수협의회 소속 비상대책위원회와 원광대 총동문회가 숭산기념관에서 개최한 ‘원광대 위기극복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학교법인과 정세현 총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대학평가와 관련한 브리핑을 통해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정 총장의 독단과 무지를 지적했고, 동문회 관계자는 학교발전기금 수백억 원이 증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원광대학교가 사실상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정세현 총장을 영입한 학교법인 이성택 이사장과 정 총장의 동반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발전기금 수백억 증발론

토론회에서 동문회는 학교법인의 부적절한 처신을 문제 삼았다. 동문회 관계자는 “원광대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재단과 학교의 부적절한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며 “당초 700억 원에 달하던 학교발전기금이 현재 45억 원밖에 남아 있지 않으며, 나머지 수백억 원이 어디로 갔는지 오리무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용산 송철원 총장이 정갑원 총장에게 물려준 수백억 원의 발전기금을 법인과 학교가 건물 짓는 데 썼는지, 장학금을 주는 데 썼는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증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십 수 년 전 법인이 산본병원을 지을 때 발전기금 50억 원을 빌려간 이후 원금을 갚지 않았으며, 두 차례에 걸쳐 5억 원의 이자를 받았는데, 법인은 이를 학교에 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무슨 얘기를 해도 법인과 총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니, 재단의 고질적인 문제라도 이번 기회에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의 구조개혁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동문회 관계자는 “개혁에 반대한다는 논리는 말도 안되는 음모”라면서 “정세현 총장에게 개혁마인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재단 이사장이든 정 총장이든 학교에 상처를 입힌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기존에 관행으로 내려오던 대학과 법인 사이의 부적절한 고리를 끊어야만 제대로 된 개혁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의 사임은 대학의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대학교 내에 수백여 명의 교수가 있는데 총장 한 사람 나간다고 해서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며 “학교 내에도 행정을 잘 아는 인사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총장 임명론

이번 대학평가 결과와 맞물려 나오고 있는 주장은 정세현 총장 영입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동문회 관계자는 “현 이성택 이사장은 경산 종법사와 친분이 두텁고 정 총장은 이성택 이사장 측이 영입한 사람”이라며 “따라서 종법사는 이사장을, 이사장은 정 총장을 퇴출시키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정권서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 총장은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장관을 했다고 해서 총장으로 영입했지만 그는 대학행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권 바뀌면 또 총장을 바꿔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을 영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우리학교에 대해 잘 알고 학자로서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 총장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됐다.

토론회의 한 참석자는 “정 총장은 ‘원불교도인 어머니 때문에 왔다’고 말하기도 했고, ‘원광대 출신 교수를 총장으로 뽑으면 동종교배’라는 막말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총장은 우석대에서 겸임 교수하는 사람을 부총장으로 영입했고 영입하자마자 부실대학으로 선정되는 치욕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 “종법사가 미국 가기 전에 교무들로부터 돈을 걷어 정 총장에게 건넸는데, 정 총장은 회의에서 돈을 들어 보이며 ‘재단에 돈이 많은 줄 알았는데 이것 주고 갔다’고 말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비판만 해서는 안 되고 대안을 내놔야 하며, 종법사에게 의뢰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비대위 소속 교수는 “수 차례 종법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학교 문제는 총장과 협의하라는 메시지만 받았다"며 "대안은 총장 등이 사임할 경우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번 위기에 대응하는 방책으로 비교육적인 방법은 안 된다. 교정원장을 만나는 게 더 효율적이다’는 의견이 나왔고, ‘목원대는 인사권을 학장들에게 맡긴다. 그리고 재단은 법정 전입금부터 내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