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쳐모여” 칼바람에 호남물갈이·현역의원 교체 폭 클 듯
익산정치권이 지각변동을 앞두고 태풍전야 분위기다. 지난 10.26재보선에서 불었던 안철수 열풍(安風), 무소속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당선(朴風), 이로 인한 민주당과 친노세력 및 범시민사회·진보정당간의 통합논의(統風) 때문이다.

지난 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범야권과 통합키로 하고, 다음달 17일 전당대회를 같이 치러 통합신당 출범과 함께 지도부를 뽑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와 함께 호남 물갈이 및 현역의원 교체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야권 통합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회의원 공천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익산은 3선의 조배숙(익산을), 초선의 이춘석(익산갑) 의원이 내년 4월 19대 총선에서도 통합신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또는 후보경선에서 시민의 선택을 받을 것인지가 우선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득권 포기 여론

지역정치가 지역상황이 아닌 중앙정치권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범야권의 통합문제는 국회의원 후보공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선 민주당과 친노그룹, 노동계 등 기타 세력의 통합이 가장 주목을 끈다.  친노그룹은 노무현재단(이사장 문재인), 국민의명령(대표 문성근), ‘내가 꿈꾸는 나라’(공동준비위원장 김기식)가 모인 ‘혁신과 통합’이라는 단체다.  

통합신당은 여러 세력이 합쳐지는 만큼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신당 출범 전에 지도체제 구성방법이나 공천방식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가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친노그룹은 지금까지 중앙당의 몇몇 실세가 휘둘러왔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당내 세력이 약한 사람도 후보경선에 나설 수 있고, 경선과정에서 유권자의 지지가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으로 인해 출마할 사람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는 용납되지 않을 분위기다. 따라서 공천방법 변경은 예정된 수순인 것처럼 보인다.  

민주노동당(대표 이정희), 국민참여당(대표 유시민), 진보신당(대표 홍세화) 등 진보정당과 진보신당 탈당파로 구성된 새진보통합연대(공동대표 노회찬·심상정·조승수)와의 통합 또는 연대 문제도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상당히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현재 민주당과 친노세력, 진보적인 군소정당들과의 통합(대통합) 여부에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새진보통합연대가 따로 통합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이 모인 진보적통합정당이 총선 전 민주당과 친노세력이 결집한 통합신당과 총선후보를 일정부분 단일화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진보정당 내부에서는 차기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꾸릴 정도의 지분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떤 경우에도 민주당 현역의원들은 기득권 포기를 강제 당하는 상황이다.

민주, 쇄신 압박감

한나라당은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당 쇄신안을 만들고 있다. 

국민과 당원이 절반씩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과 ‘수퍼스타K'처럼 오디션 방식으로 후보자를 뽑는 방식도 거론된다. 어떻게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서울시장 보선 패배로 당내 쇄신파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한나라당의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통합신당으로서는 한나라당의 경선방식보다 더 흥행성 있고 선명성이 부각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특히 주요 지지층인 20대~40대의 유권자들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관심 가질만한 공천방식 도입은 필수적이다.  

공천권 양보 불가피

현역의원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공천방식이다.

여기에는 전략공천, 당원경선, 100%완전국민경선, 국민참여경선, 여론조사, 시민배심원제 그리고 이들을 결합한 방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공천방식의 유·불리에 따라 현역의원들의 운신 폭이 결정된다.

민주당과 통합키로 한 친노그룹은 완전국민경선 또는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통합신당이 현역의원을 배려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주당 손학규 대표나 최고위원들의 정치적 계산이 맞물려 현역의원들을 챙길 여유가 없다.

특히 통합 후 민주당쪽 특정계파가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공천방식을 채택할 경우 통합신당은 기존 당원제도까지 변경해야 한다. 당내에서 조직력이 약한 친노그룹 등이 후보경선에서 불리한 경우를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당원제, 개방형시민당원제 도입을 들고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가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정할 경우 채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식은 완전국민경선제다.

통합신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무작위로 선거인단으로 선출해 체육관에서 투표를 통해 후보자를 뽑는 방식인데, 범 야권을 통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현역·호남 물갈이론

공천방식과는 별도로 통합신당 내에서는 현역의원 교체론 또는 호남물갈이론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당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을 바꿔야 하고, 둘째는 당내 다양한 세력들이 후보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폭으로 현역의원을 교체할 방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아마도 다선의원들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현역의원 교체론이 호남물갈이론과 결합될 경우 호남지역 다선의원 또는 여론조사에서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호남지역 의원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정세균 의원이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전북지역에서 불고 있는 '현역의원 퇴출론' 또는 '수도권 징발론'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전북에서는 친노그룹과 시민사회세력이 '전북혁신과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는데, 현역의원 50% 이상 물갈이와 '민주당의 혁신과 변화'를 외치고 있다.

중앙정치권 차원에서 나오고 있는 범야권 통합기류에 부응한 것이라, 현역의원들이 듣기에는 섬뜩한 얘기다.

여성후보자 가산점?

공천방식에서 조배숙 의원에게만 관련 있는 것이 여성후보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공천방식이다.

민주당은 현재 여성 후보자에게 가산점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통합신당도 여성 현역의원에게 가산점을 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현역이 아닌 새 여성후보자에게만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의원이 여성후보자 공천비율 30%를 주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경우 여성공천률 30%를 채우기 위해 현역 여성의원에게도 가산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다. 

공천경쟁 치열해질 듯

현역의원들에게 새로운 도전자나 인지도 높은 정치인은 언제나 위험요소다.

현재 익산에서는 조배숙 의원(을선거구)에 황현 전 도의원과 최재승 전 국회의원이, 이춘석 의원(갑선거구)에 한병도 전 국회의원이 도전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총선 직전 또 다른 후보들이 나설 여지가 없지 않다. 요컨대 정치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인기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도덕성과 청렴성, 주민과의 소통, 정치적 신념이나 가치관, 의정활동에 대한 충실도, 지역발전 기여도, 유권자 의식변화에 따른 자기혁신 등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다.                     

김경선 기자